야생화이야기

파(蔥)

林 山 2021. 7. 26. 14:22

파만큼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도 아마 없을 것이다. 파는 양념이 들어가는 요리에는 빠질 수 없는 채소다. 파는 재배 역사가 오래되었고,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채소로 자리잡았다. 

 

파는 대파, 실파, 쪽파(당파) 등 그 종류가 꽤 여러 가지가 있다. 야생파도 있다. 대파는 잎의 수가 많은 계통을 연화재배한 것으로 움파라고도 한다. 실파는 노지에 재배하여 잎의 수가 적고 굵기가 가는 파를 말한다. 파김치의 재료인 쪽파는 파와 양파를 교잡한 품종으로 당파라고도 한다.  

 

대파(충주시 산척면, 2005. 9. 18) 

파는 백합목 백합과 부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알리움 피스툴로숨 엘.(Allium fistulosum L.)이다. 영어명은 웰쉬 어니언(Welsh onion)이다. 미국에서는 그린 어니언(green onion) 또는 스캘리언(scallion), 영국에서는 스프링 어니언(spring onion이라고 한다. 일어명은 네기(ネギ, ねぎ, 葱) 또는 네부카(ねぶか, 根深), 나가네기(ながねぎ, 長ねぎ·長葱)이다. 중국명은 총(蔥)이다. 꽃말은 '인내'이다. 

 

파의 원산지는 중국 서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야생종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시베리아의 알타이 지역이 원산지라는 설도 있다.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는 추위와 더위에 강하여 시베리아로부터 열대지방까지 분포한다. 한국에는 신라시대 때 파를 재배한 기록이 있지만 훨씬 이전부터 심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음식의 대표적인 향신 채소인 파는 전국 각지에서 대량으로 재배하는 곳이 많다. 일반 가정에서도 자가 소비용으로 많이 재배한다. 서양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대파(충주시 연수동, 2021. 4. 23)

파의 비늘줄기(鱗莖)는 그리 굵어지지 않고, 많은 수염뿌리가 밑에서 사방으로 퍼지며, 지상 15cm 정도 되는 곳에서 5~6개의 잎이 2줄로 자란다. 줄기는 60cm 정도까지 자란다. 은 관상(管狀)이고 끝이 뾰족하며 속이 비었다. 밑부분은 엽초로 되어 서로 겹쳐서 하나가 되며, 녹색 바탕에 약간 흰빛이 돌고, 점성이 있다. 

 

은 4~7월에 원주형의 꽃대 끝에 백록색의 둥근 우산모양꽃차례가 달린다. 총포는 1개로서 어린 꽃차례를 완전히 둘러싼다. 화피열편은 6개로 피침형이며, 바깥쪽의 것이 약간 짧다. 수술은 6개이고 길게 밖으로 나온다. 수술대 사이에는 부속체가 없다.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3개의 능선이 있다. 종자는 모가 나고, 삼각형에 오목한 물결모양의 주름이 있으며, 검은색으로 익는다. 

 

파는 잎과 비늘줄기를 식용한다. 특이한 향취와 맛이 있어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 국 등 각종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파는 특히 고기와 생선의 좋지 못한 냄새를 잡아준다.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고 철분 등의 무기질도 많다. 마늘처럼 비타민 B1을 활성화하는 알린도 함유하고 있다. 파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파김치, 파절이, 파장아찌, 양념장, 파강회, 파전, 파산적 등이 있다. 파강회는 파를 살짝 데쳐서 만든 회다. 파산적은 파와 쇠고기, 기타 채소를 꼬챙이에 꿰어 만든 것이다.

 

대파(충주시 연수동, 2021. 4. 26)

파의 유사종에는 마늘, 산마늘, 양파, 부추, 달래 등이 있다. 마늘(Allium sativum L.)은 전체에서 독특한 향기가 난다. 뿌리는 얕게 뻗고 줄기 끝에 인경을 형성한다. 인경은 연한 갈색의 껍질로 싸여 있으며, 안쪽에 5, 6개의 소인경이 들어 있다. 화경(花莖)은 높이 60㎝로 3, 4개의 잎이 어긋나며, 잎 밑부분이 엽초로 되어 서로 감싼다. 7월에 잎속에서 화경이 나와 연한 홍자색의 꽃이 핀다.

 

산마늘(Allium microdictyon Prokh.)은 잎이 넓고 크며 2~3개씩 달린다. 꽃은 5~7월에 40~70cm의 꽃대 끝에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비늘줄기는 피침형으로 길이 4~7cm이고, 그물같은 섬유로 덮여 있으며 갈색이 돈다. 양파(Allium cepa L.)는 꽃대 높이가 50cm, 비늘줄기의 지름이 10cm 정도이다. 잎은 가늘고 길며 속이 비었으나 아랫부분은 약간 모가 진다. 9월경 화경끝에서 큰 꽃차례가 자라고 자루가 있는 많은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화피열편은 6개로서 도란상 피침형이고, 백색 또는 담벽색이며 수평으로 퍼진다.

 

부추(Allium tuberosum Rottler ex Spreng.)는 잎이 선형이고 육질이며, 길이 30cm 정도로 녹색을 띤다. 꽃은 7~8월에 잎 사이에서 길이 30~40㎝의 편평한 꽃대가 나와 끝에 큰 우산모양꽃차례가 피는데, 곧게 선 가늘고 작은 화경에 촘촘히 모여 반구상을 이룬다. 총포는 막질이며 꽃은 백색이다. 과실은 삭과로서 거꿀심장모양이며, 3갈래로 벌어져 6개의 검은색 종자가 나온다. 비늘줄기는 밑부분에 근경이 달리고 좁은 달걀모양이며, 바깥 비늘은 검은 황색의 섬유로 둘러싸여 있다. 달래(Allium monanthum Maxim.)는 잎이 1~2개로 선형이고, 윗면에 얕은 홈이 져 있다. 꽃은 4월에 피고 1~2개가 달리며, 백색이거나 붉은 빛이 돈다.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모양이며 백색이다.

 

대파(충주시 교현동, 2021. 5. 4)

파의 비늘줄기를 본초명 총백(蔥白), 수염뿌리를 총수(蔥鬚), 잎을 총엽(蔥葉), 꽃을 총화(蔥花), 종자를 총실(蔥實), 즙(汁)을 총즙(蔥)이라고 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총백을 많이 쓴다. 하지만 총수나 총엽, 총화, 총실, 총즙 등은 거의 쓰지 않는다. 

 

총백은 본초학에서 해표약(解表藥) 중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으로 분류된다. 발한해표(發汗解表), 통양산한(通陽散寒)의 효능이 있어 상한한열두통(傷寒寒熱頭痛), 음한복통(陰寒腹痛), 충적내조(蟲積內阻), 이변불통(二便不通), 이질, 옹저(癰疽) 등을 치료한다. 해독, 소종(消腫)의 효능도 있다. 총백은 발한력(發汗力)이 약하여 감모(感冒)의 경증이나 다른 해표약의 보조약으로 응용한다. 

 

총수는 풍한(風寒)에 의한 두통, 후창(喉瘡), 동상, 포식방노(飽食房勞), 혈변장벽에서 치(痔)가 된 것을 치료하고 일체의 어육독(魚肉毒)을 제거한다. 엽은 거풍(祛風), 발한, 해독, 소종의 효능이 있어 풍한감모(風寒感冒), 두통, 비색(鼻塞), 발열로 땀이 나지 않는 것, 중풍, 면목부종(面目浮腫), 창옹종통(瘡癰腫痛),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총화는 비심통(脾心痛)이 있는 복부자통(腹部刺痛)의 치료에 오수유(吳洙萸)와 함께 응용한다. 총실은 온신(溫腎),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어 양위증, 목현(目眩) 등을 치료한다. 총즙은 산어(散瘀), 해독, 구충의 효능이 있어 두통, 비출혈(鼻出血), 혈뇨, 충적(蟲積, 주로 위, 장에 기생하는 기생충병), 옹종(癰腫),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쪽파(충주시 산척면, 2005. 9. 18)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총백(蔥白, 파밑)에 대해 '성질이 서늘하다. 또는 평(平)하다고도 한다.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상한으로 추웠다 열이 나는 것, 중풍, 얼굴과 눈이 붓는 것, 후비(喉痺)를 치료하고 태아를 편안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간에 있는 사기를 없애고 5장을 고르게 한다. 여러 가지 약독(藥毒)을 없애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분돈과 각기 등을 치료한다. ○ 어느 곳에나 다 심는데 겨울에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반드시 양념을 하여 먹되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뼈마디를 벌어지게 하고 땀이 나게 하여 사람을 허해지게 하기 때문이다. ○ 일명 동총(凍葱)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겨울을 지나도 죽지 않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피밑을 갈라서 심으면 씨가 앉지 않는다. 이런 것을 먹거나 약으로 쓰는 데 제일 좋다. ○ 파는 대체로 발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흐려진다. 또한 흰 밑은 성질이 차고[寒] 푸른 잎은 성질이 덥다[熱]. 상한에 쓸 때에 푸른 잎을 버리고 쓰는 것은 잎의 성질이 덥기[熱] 때문이다. ○ 파는 채소에서 첫째가는 것이므로 냄새가 나지만 많이 쓴다. 금이나 옥을 녹여 물이 되게 한다[본초]. ○ 수태음경, 족양명경으로 들어가 아래위의 양기를 통하게 한다. 파는 주로 풍한을 발산시키는 약이다[탕액]. 

 

또, '총실(蔥實, 파씨)은 눈을 밝게 하고 속을 덥히며 정액을 보충해 준다[본초]. 총근(蔥根)은 즉 파의 잔뿌리를 말한다. 상한의 양명경두통을 치료한다[본초]. 총엽(쒢葉, 파잎)은 여러 가지 헌데에 풍사가 침범했거나 물이 들어가서 붓고 아프면서 파상풍(破傷風)이 된 것을 치료한다[본초]. 총화(蔥花, 파꽃)는 비심통(脾心痛)을 치료한다[본초].'고 기록되어 있다.  

 

호총(胡蔥)에 대해서는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속을 덥히고 음식이 소화되게 하며 기를 내리고 벌레를 죽인다. 오랫동안 먹으면 정신이 나빠진다. ○ 생김새는 마늘과 비슷하나 작고 둥글면서 약간 길며 뾰족하고 껍질은 벌겋다. 음력 5~6월에 캐는데 이것 역시 냄새가 나는 채소이다[본초]. ○ 맛은 파와 같으나 몹시 맵지는 않다. 요즘 자총(紫葱)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인 것 같다[속방].'고 나와 있다.  자총은 껍질이 누런 자줏빛이고, 속은 흰색인 파보다 더 매운 파의 일종이다. 호총을 양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의 '생김새는 마늘과 비슷하나 작고 둥글면서 약간 길며 뾰족하고 껍질은 벌겋다.'는 설명을 보면 양파는 아니다. 

 

2021. 7. 2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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