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28

여주 '열정'

2022년 9월 17일 야생화 탐사를 위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청량산(497.1m)으로 오르는 산길 초입에서 철망을 타고 올라간 유주를 만났다. 여주 덩굴에는 제법 길쭉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여주는 이파리가 하늘타리와 비슷하고, 노란색 꽃은 수박이나 참외, 열매는 오이 느낌이 난다. 여주가 이들을 골고루 닮은 것은 아마도 같은 박과 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주는 박목 박과 여주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재배식물이며, 1속 1종만 있다. 여주라는 이름은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처음 보인다. 여주를 긴여주(우리나라식물명감, 1949), 여지(한국농식물자원명감, 1982), 여자(한조식물명칭사전, 1982)라고도 한다. 꽃말은 '열정, 정열, 강장'이..

야생화이야기 2023.04.12

부들레야(Buddleja, 취어초) '친구의 우정'

2022년 8월 초순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다가 까치수염처럼 작고 하얀 꽃들이 이삭꽃차례로 피어나고 있는 부들레야(Buddleja)를 만났다. 이름만 들어도 부들레야가 외래종 재배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만큼이나 한강토(조선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식물은 아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부들레야 가운데 흰색 꽃이 피는 부들레야는 부들레야 다비디('픽시 와이트'Buddleja davidii 'Pixie White')와 부들레야 다비디 '와이트 프러퓨전'(Buddleja davidii 'White Profusion'), 부들레야 살리그나(Buddleja saligna Willd.) 등 세 종류가 있다. 꽃차례와 꽃의 특징으로 볼 ..

야생화이야기 2023.03.21

녹양박하(綠洋薄荷, 녹박하, 스피어민트)

2022년 7월 28일 걸어서 퇴근하다가 길가에 한창 꽃이 피어나고 있는 녹양박하(綠洋薄荷)를 만났다. 박하속(薄荷屬) 식물인 녹양박하는 스피어민트(Spearmint)라고도 하고, 녹박하(緑薄荷)라고도 한다. 양박하(洋薄荷)는 서양박하(西洋薄荷), 녹양박하(綠洋薄荷)는 잎이 진한 녹색인 서양박하라는 뜻이다. 박하속 식물은 대개 강한 방향(芳香)이 있다. 박하속 가운데 우리가 흔히 그 이름을 접하는 식물은 박하(薄荷), 페퍼민트(Peppermint), 애플민트(Apple Mint), 스피어민트(Spearmint), 워터민트(Watermint) 등이 있다. 이들은 꽃이 피기 전에는 그 형태가 비슷해서 일반인들은 구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향기만으로 이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 박하는 매우면..

야생화이야기 2023.03.15

에키네이셔(Echinacea, 에키나케아) '영원한 행복'

2022년도 여름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마당에 정원이 들어섰다. 정원에는 황금운용수양회화, 무늬버들, 아스틸베, 체리 세이지 등 이름도 낯선 각종 정원수와 화초들이 심어져 있었다. 화초들 가운데 에키네이셔(Echinacea)도 있었다. 에키네이셔라는 이름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화단 푯말에는 '에키네시아'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네 공원이나 정원에서 아름답고 예쁜 한강토(조선반도) 자생종 들꽃 산꽃들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름도 생소한 외래 식물들이 점령군처럼 차지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도 자생종 들꽃 산꽃들이 약소 민족으로서 수없이 외침을 당한 한강토 백성들의 신세와도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네이버 영어사전과..

야생화이야기 2023.02.23

고추나물 '친절, 쾌유'

2022년 7월 16일 충주시 중앙탑면 하구암리 을궁산(乙宮山) 기슭에 있는 봉황자연휴양림 산책로를 걷다가 마침 활짝 피어 있는 고추나물 꽃을 만났다. 귀엽고 앙증맞은 노란색 꽃이었다. 고추나물이라는 이름은 교초채(翹草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교초채(翹草菜)는 한약재 연교(連翹)와 약성(藥性)이 비슷하고, 어린 순(草)을 나물(菜)로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초채->교초나물->고초나물->고추나물로 음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 이 설은 고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이름이다. 한편, 고추나물은 열매가 하늘을 향해서 붉게 익어가는 모습이 고추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고추나물은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고추나물을 제절초(第切草),..

야생화이야기 2023.02.15

큰낭아초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꽃'

2013년 7월 7일 주말을 맞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오봉산(五峰山) 기슭에 있는 고려 시대의 절 청평사(淸平寺)를 찾았다. 배후령(背後嶺)과 배치고개를 넘어 냉장골을 내려가 부용계곡을 지날 때였다. 소양호가 넌지시 내라다보이는 도로변 절개지에는 큰낭아초의 연분홍색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었다. 큰낭아초는 어느 때부터인가 신설 도로 절개지 등의 녹화식물로 많이 심고 있다. 큰낭아초는 낭아초(狼牙草)와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훨씬 더 크다. 큰낭아초는 장미목 콩과 땅비싸리속의 낙엽 활역 관목이다. 꽃말은 '신의,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꽃'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큰낭아초의 학명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큰낭아초의 학명은 인디고페라 분게아나 발퍼스..

야생화이야기 2023.02.06

붉은토끼풀(red clover) '나를 생각해 주오'

2022년 여름 충주 을궁산 기슭에 있는 봉황자연휴양림에서 붉은토끼풀을 만났다. 붉은토끼풀은 덴마크의 국화이며, US 버몬트 주의 꽃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흰색 꽃이 피는 토끼풀은 유년의 기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풀꽃이다. 하지만, 붉은토끼풀 꽃은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낯선 느낌이다. 왜냐면 어릴 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꽃이기 때문이다. 외래식물인 붉은토끼풀은 꽃만 언뜻 보면 재배식물인 자운영(紫雲英, Chinese milk vetch, レンゲソウ)과 착각하기 쉽다. 두 종은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붉은토끼풀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葉柄)이 길며, 장상3출복엽(掌状三出複葉)이다. 반면에 자운영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홀수 깃 모양 겹잎이다. 소엽은 9~11쌍이다. 무엇보다 붉은토끼..

야생화이야기 2023.02.03

사진으로 보는 무궁화(無窮花 , Rose of Sharon)의 품종과 이름

2022년 7월 9일 페이스북 동호회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명 '야사사'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우성아파트 무궁화동산을 방문했다. 무궁화동산에는 상당히 많은 품종의 무궁화가 자라고 있었다. 무궁화를 보고 배우려는 사람들은 우성아파트 무궁화동산을 견학하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무궁화는 꽃잎 색깔에 따라 단심계(丹心系), 배달계(倍達系), 아사달계(阿斯達系) 등 3종류가 있다. 화심부(花心部)에 붉은색 단심(丹心)을 가지고 있는 무궁화를 단심계(丹心系), 화심부와 꽃잎이 모두 순백색인 무궁화를 배달계, 단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붉은색 띠무늬가 있는 무궁화를 아사달계라고 한다. 단심계는 백단심계(白丹心系), 홍단심계(紅丹心系), 적단심계(赤丹心系), 자단심계(紫丹心系), 청단심계(靑丹心系)로..

야생화이야기 2023.01.11

핫 립스 세이지(hot lips sage, 체리 세이지) '존경, 가정의 덕'

2022년 늦봄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앞 마당에 화단이 들어섰다. 동민(洞民)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었다.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는 집과 일터 중간쯤에 있어서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에 화단 앞을 오가며 철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곤 한다. 화단에는 여러 가지 화초(花草)와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그런데, 화단에는 한강토(조선반도) 고유 자생종(自生種)보다 이름도 낯선 외래종(外來種)이나 원예종(園藝種)이 많이 보였다. 꽃은 자생종이나 외래종을 가릴 것 없이 다 아름답고 예쁘다. 하지만, 한강토의 들꽃 산꽃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생종 화초와 나무들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이름도 모습도 낯선 외래종 식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해 ..

야생화이야기 2023.01.06

물앵도나무

앵두나무도 아니고 앵도나무도 아니다. 물앵도나무라는 나무가 있다.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물앵도나무를 만났다. 작은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열매가 앙증맞고 귀여웠다. 물앵도나무는 산토끼꽃목 인동과 인동속의 낙엽 관목이다. 학명은 로니케라 루프레치티아나 레겔(Lonicera ruprechtiana Regel)이다. 속명 '로니케라(Lonicera)'는 독일의 식물학자 '아담 로니체르(Adam Lonicer, Adam Lonitzer, Adamus Lonicerus, 1528~1586)'에 고유명사에서 속명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접미사 '아(a)'가 붙은 근대 라틴어다. 아담 로니체르는 1557년 '유하리우스 뢰슬린의 약초(Eucharius ..

야생화이야기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