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28

도깨비부채 '행복, 즐거움'

도깨비부채를 야생에서 처음 만난 곳은 2006년 7월 초 강원도 인제 대암산에서였다. 그로부터 한참 세월이 흐른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도깨비부채를 또 만났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벗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반가왔다. 도깨비부채는 잎이 부채처럼 생긴 것은 알겠는데, '도깨비'라는 접두어가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날카롭게 갈라진 모습이 마치 도깨비가 들고 다니는 부채와 같다고 해서 도깨비부채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설은 '과연 도깨비가 들고 다니는 부채를 본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도깨비부채라는 이름은 잎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갈라진 잎 모양이 도깨비를 연상시키며, 부채 모양으로..

야생화이야기 2023.01.02

광릉골무꽃 '의협심(義俠心)'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廣陵)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마침 광릉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한강토(조선반도) 특산식물 광릉골무꽃을 만났다. 활짝 피어난 광릉골무꽃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골무꽃도 사촌들이 제법 많아서 구분하기가 꽤나 어려운 식물이다. 바느질할 때 바늘을 눌러 밀기 위하여 손가락에 끼우는 골무를 닮았다고 해서 골무꽃, 경기도 포천 주엽산(注葉山) 자락의 광릉에서 발견됐다고 하여 광릉골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광릉골무꽃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골무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쿠텔라리아 인시그니스 나카이(Scutellaria insignis Nakai)다. 속명 '스쿠텔라리아(Scutellaria)'는 '(오목한) 접시 모양의(saucer-shaped)'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

야생화이야기 2023.01.01

바디나물 '동심, 노여움'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바디나물을 만났다. 바디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식용이 가능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디나물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 나물은 아니다. '바디나물'은 '바디'와 '나물'의 합성어이다. '바디'는 베틀이나 가마니틀에 딸린 직구(織具, 筬簆, reed)의 하나로서 대오리, 나무, 쇠 등으로 만들며, 베 또는 가마니의 날에 씨를 쳐서 짜는 구실을 한다. 바디나물의 식물체 줄기에 바디처럼 세로줄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바디나물은 산형화목 산형과 당귀속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안젤리카 데쿠르시바 (미쿠엘) 프랑셰 앤 사바티에[Angelica dec..

야생화이야기 2022.12.29

제주달구지풀 '약속, 행운, 평화'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이제 막 붉은색 꽃이 피어나고 있는 제주달구지풀을 만났다. '제주'라는 접두사는 원산지나 발견된 곳이 제주도임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광릉 국립수목원의 제주달구지풀은 자생지에서 옮겨심었을 가능성이 많다. 제주달구지풀은 달구지풀과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왜소한 것이 특징이다. 달구지풀은 키가 30cm 정도인데, 제주달구지풀의 키는 약 15cm이다. 우리가 들에서 흔하게 보는 토끼풀과 제주달구지풀, 달구지풀은 사촌 간이다. 제주달구지풀은 장미목 콩과 토끼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달구지풀은 잎의 모양이 차축(車軸), 즉 달구지의 굴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제주달구지풀의 학명은 트리폴리움 ..

야생화이야기 2022.12.27

치커리(Chicory) '절약(節約)'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꽃이 피어 있는 치커리(Chicory)를 만났다. 치커리의 꽃은 언뜻 보면 그 모습이 왕고들빼기와 비슷하다. 물론 혀꽃과 꽃밥의 색은 다르지만 말이다. 치커리와 왕고들빼기는 같은 국화과 식물이라서 그럴 것이다. 치커리는 이름만 들어도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치커리는 쌈밥집에서 상추 등과 함께 쌈채소로 많이 나온다. 양식당에서는 샐러드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치커리로 무침을 하거나 겉절이를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직은 그리 익숙한 맛은 아니다. 치커리는 초롱꽃목 국화과 치커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키코리움 인티부스 린네(Cichorium intybus L.)이다. 속명 '키코리움(Cichorium)은 '치커리(chic..

야생화이야기 2022.12.26

비누풀 '베푸세요'

이름을 들으면 그 특성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풀이나 나무들이 있다.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비누풀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비누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단박에 비누와 관련이 있는 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누풀을 뜯어서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일어난다. 비누풀을 짜서 얻은 즙액은 비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비누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누풀은 중심자목 석죽과 비누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포나리아 오피키날리스 린네(Saponaria officinalis L.)이다. 속명 '사포나리아(Saponaria)'는 '비누(soap)'의 뜻을 가진 라틴어 '사폰(sapon)'에 '~와 관련된(ary)'의 뜻을 가진 접미사 '아..

야생화이야기 2022.12.22

황기(黃芪, 단너삼) '평온(平穩)'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약초원에서 왜당귀(倭當歸)와 함께 자라고 있는 황기(黃芪)를 만났다. 한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당귀와 황기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매우 자주 처방하는 한약재이기 때문이다. 왜당귀는 꽃이 활짝 피었지만, 황기는 꽃이 아직 피기 전이었다. 황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본초서인 '셴농뻰차오징(神農本草經)'에 황치(黃耆)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셴농뻰차오징'에는 황치(黃耆)에 대해 '성질과 맛은 달고 약간 따뜻하며 독이 없다. 옹저, 썩어들어가는 악창에서 고름을 배출시키고 통증을 없앤다. 문둥병과 다섯 가지 치질, 나력이 생겨 곪아 뚫린 구멍에서 늘 고름이 나는 병을 치료한다. 허한 것을 보하고, 어린이의 백 가지 병..

야생화이야기 2022.12.19

왜당귀(倭當歸, 일당귀) '모정(母情)'

2022년 6월 중순경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는 마침 왜당귀(倭當歸)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왜당귀는 일본당귀(日本當歸)라고 해서 일당귀(日當歸)라고도 한다. 원래 일본(日本)이 원산지이며,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들여와 참당귀(參當歸, 韓當歸, 朝鮮當歸, 土當歸) 대용품으로 사용되었다. 참고로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왜당귀 항목에 나온 사진은 참당귀로 보인다. ​ 왜당귀와 참당귀, 중국당귀(中國當歸)는 본초명이 같은 당귀(當歸)다. 본초학에서는 보익약(補益藥) 가운데 보혈약(補血藥)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약초는 같은 미나리과 당귀속 식물이지만 학명이 다르고, 생김새와 효능도 차이가 있다. 왜당귀와 중국당귀는 풀 전체에 ..

야생화이야기 2022.12.16

개다래 '꿈꾸는 심정(心情)'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에서 하얀색의 귀여운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개다래를 만났다. 개다래라는 이름은 열매가 쏘는 듯한 아린 맛이 나고 달지도 않아 먹기가 어려우므로 쓰임새가 다래보다 못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개다래는 다래, 양다래, 쥐다래, 섬다래 등 친척이 제법 많은 편이다. 야생에서 흔히 만나는 다래와 개다래, 쥐다래는 어떻게 구별할까? 먼저 꽃밥을 본다. 다래의 꽃밥은 까만색, 개다래와 쥐다래는 노란색이다. 다음에 잎을 본다. 흔히 개다래와 쥐다래는 잎을 보고 구별한다. 잎에 흰색 무늬가 있으면 개다래, 붉은색 무늬가 있으면 쥐다래로 구별하는데, 이는 확실한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두 종류 모두 잎에 무늬가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쥐다래는 잎에 생긴 흰색 무늬가 ..

야생화이야기 2022.12.15

펜스테몬 디지탈리스(Penstemon digitalis) '은혜(恩惠)'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고 귀여운 흰색의 풀꽃을 만났다. 자생종인 줄 알고 이름표를 보니 펜스테몬 디지탈리스(Penstemon digitalis)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만 봐도 귀화식물임을 알 수 있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는 꿀풀목 질경이과 펜스테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은혜(恩惠)'이다. 네이버 영어사전에는 펜스테몬(penstemon)에 대해 '북미산 현삼과의 초본으로서 대롱 모양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고 나와 있다. 영문판 위키백과에는 펜스테몬에 대해 '펜스테몬속(penstemon)은 약 250여 종의 꽃 피는 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그린란드와 북미 대륙의 북부 지방인 신북구(新北區, Nearctic)가 원산지이지만, 신..

야생화이야기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