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28

독활(獨活, 땃두릅, 땅두릅) '애절, 희생'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울창한 숲 응달진 곳에는 땃두릅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땃두릅을 땅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조금 다른 식물이다. 땃두릅과 땅두릅을 혼용하는 이유는 '땅'의 옛 이름이 '따'이기 때문이다. 천자문에서도 '하늘 천(天), 따 지(地).....'라고 읽지 않는가! 제주도와 함경도에서는 지금도 '땅'을 '따'라고 한다. 땃두릅의 어린순은 맛과 향이 뛰어난 나물이다. 사각거리는 식감 또한 일품이다. 땃두릅의 뿌리는 한의학에서 독활(獨活)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자주 처방하는 한약재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독활은 사람에게 매우 이로운 식물이다. 독활은 산형화목 두릅나무과 두릅나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

야생화이야기 2022.12.07

가는다리장구채 '동자(童子)의 웃음'

배움의 길은 끝이 없나보다. 2022년 6월 19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가는다리장구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물론 장구채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식물이었지만 말이다. 장구채도 친척 엄청나게 많은 식물 가운데 하나다. ​ 장구채는 줄기 끝에 열매가 달린 모습이 장고(杖鼓)를 치는 채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장구의 원래 말이 장고다. 가는다리장구채는 말 그대로 줄기가 장구채에 비해 가늘고 약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는다리장구채는 중심자목(中心子目) 석죽과(石竹科) 끈끈이장구채속(장구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실레네 제니스엔시스 빌데노브(Silene jenisseensis Willd.)이다. 속명 '실레네(Silene)'는 술의 신 바쿠스(Bacchus)의 뚱뚱한..

야생화이야기 2022.12.05

꼭지연잎꿩의다리 '평안(平安)'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포천 국립수목원을 광릉(光陵) 수목원이라고도 한다. 원추리 전시장 근처 바위틈에는 자주색이 살짝 도는 꼭지연잎꿩의다리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꼭지연잎꿩의다리라는 이름은 연잎꿩의다리와 비슷하지만 열매에 꼭지(小花莖)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꼭지연잎꿩의다리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꿩의다리속(屬)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탈릭트룸 이칸겐세 레코이. 엑스 올리버(Thalictrum ichangense Lecoy. ex Oliv.)이다. 속명 '탈릭트룸(Thalictrum)'은 '꿩의다리(meadow rue)'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탈릭트론(thaliktro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꿩의다리속은 종의 경계가 잘 알려져..

야생화이야기 2022.11.30

술패랭이꽃 '무욕(無欲), 평정(平靜)'

2022년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수목원에는 분홍색 술패랭이꽃들이 저마다 빼어난 자태를 뽐내듯 활짝 피어 있었다. 술패랭이꽃은 꽃잎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져 마치 장식용 술처럼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패랭이꽃은 옛날 천민계급(賤民階級)이나 상제(喪制)가 쓰던 갓인 패랭이라는 모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패랭이꽃이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술패랭이꽃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술패랭이꽃은 중심자목(中心子目) 석죽과(石竹科) 패랭이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디안투스 롱기칼릭스 미쿠엘(Dianthus longicalyx Miq.)이다. 속명 '디안투스(Dianthus)'는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 '제우스(Zeus, 로마 신화의 쥬피터)'를 뜻하는 그리스어 소유..

야생화이야기 2022.11.29

너도개미자리 '나는 당신의 것'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마침 흰색의 작고 앙증맞은 너도개미자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너도개미자리 꽃은 귀엽고 순박해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너도개미자리는 개미자리속의 개미자리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도개미자리도 있다. 너도개미자리, 나도개미자리다. 너도개미자리는 중심자목 석죽과 나도개미자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미누아르티아 라리키나 (린네) 맷프[Minuartia laricina (L.) Mattf.]이다. 속명 '미누아르티아(Minuartia)'는 스페인의 식물학자이자 약사인 후안 미누아르트(Juan Minuart, 1693~1768)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종소명 '라리키나(laricina)'는 라틴어 '라리키누스(laric..

야생화이야기 2022.11.27

조록싸리 '생각이 나요'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마침 조록싸리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싸리와 조록싸지는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싸리와 조록싸리는 우선 잎 모양으로 구별한다. 싸리와 조록싸리는 잎이 3출엽으로 같다. 그러나, 싸리의 잎은 넓은 달걀형에 원두(圓頭) 또는 약간 오목형이다. 조록싸리의 잎은 마름모꼴에 첨두(尖頭) 또는 넓은 예형(銳形)이다. 잎끝이 둥글면 싸리, 뾰족하면 조록싸리로 알면 되겠다. 조록싸리는 장미목 콩과 싸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레스페데자 막시모비치이 C.K. 카를 슈나이더(Lespedeza maximowiczii C.K.Schneid.)이다. 속명 '레스페데자(Lespedeza)'는 1785년 동플로리다의 스페인 총독으로 프랑스 식..

야생화이야기 2022.11.24

낙상홍(落霜紅) '명랑(明朗)'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國立樹木園)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서 따로 조성한 관목원(灌木園)에는 때마침 흰색과 연분홍색의 낙상홍(落霜紅)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낙상홍의 꽃은 아주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낙상홍은 원산지가 일본(日本)이라서 한강토(韓疆土, 조선반도)에서는 귀화식물(歸化植物, naturalized plant)이다. 낙상홍(落霜紅)은 노박덩굴목 감탕나무과 감탕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이렉스 세라타 툰베리(Ilex serrata Thunb.)이다. 속명 '이렉스(Ilex)'는 '털가시나무(holm oak)'라는 뜻의 라틴어다. '감탕나무속'을 뜻한다. 종소명 '세라타(serrata)'는 '톱니가 있는' 또는 '개곽향속의 식물(..

야생화이야기 2022.11.19

자주받침꽃 '자애(慈愛)'

2022년 6월 중순경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에서 이름도 특이한 자주받침꽃을 만났다. 자주받침꽃은 1957년 하버드대학 아놀드 수목원(The Arnold Arboretum of Harvard University)에서 처음 도입한 귀화식물(歸化植物, naturalized plant)이다. 아놀드 수목원은 USA 최초의 공립 수목원이자 보스톤의 유명한 무료 공원 중 하나다. 이곳은 동양 원산의 관상용 관목(灌木, shrub)과 교목(喬木, arbor)이 대량 수집되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식물표본실에는 주로 동아시아와 뉴기니로부터 온 100만 점 이상의 표본이 소장되어 있다. 자주받침꽃은 목련목 받침꽃과 자주받침꽃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칼리칸투스 페르틸리스 월터(Calycanthu..

야생화이야기 2022.11.18

참조팝나무 '단정한 사랑'

흰색 바탕에 연분홍색으로 살짝 물든 참조팝나무 꽃을 볼 때마다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조팝나무 앞에 '참'이라는 접두사를 그냥 붙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나물, 참취, 참나리, 참당귀, 참마, 참죽나무, 참꽃나무, 참싸리처럼 옛사람들은 품질이 좋아서 쓸모가 있는 식물에는 이름 앞에 '참' 자를 붙이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쓸모가 좀 덜한 식물에는 이름 앞에 '개' 자를 붙여 구분했다. 야생화 애호가들에게도 참조팝나무와 좀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의 구별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식물분류학자들은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같은 종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식물지(Flora of Japon 2b, 20..

야생화이야기 2022.11.15

갈퀴망종화 '변치 않는 사랑, 사랑의 슬픔'

24절기(節氣)와 밀접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있다. 2022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光陵)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갈퀴망종화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망종화(芒種花)는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 망(芒)'과 '씨 종(種)'이 합해서 된 말이다. 망종은 일 년 중 논보리나 벼 등 씨앗 끝에 수염 같은 까끄라기가 달린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가장 알맞다는 날이다. 2022년도 망종은 6월 6일이었다. 갈퀴망종화는 같은 물레나물속(屬)의 망종화와 비슷한데, 잎이 꼭두서니과의 갈퀴덩굴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 갈퀴망종화는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작은 떨기나무(小灌木)이다. 학명은 히페리쿰 갈리오이데스 ..

야생화이야기 202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