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28

사스레피나무 '당신은 소중합니다'

2024년 3월 초 전북(全北) 군산시(群山市) 옥도면(沃島面)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찾았다. 군산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有人島)와 47개의 무인도(無人島)를 합해 모두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인도 가운데 야미도(夜味島)와 신시도(新侍島)는 현재 새만금(新万金) 사업으로 연륙(連陸)되었고, 무인도 가운데 북가력도(北可力島)와 남가력도(南可力島)는 방조제(防潮堤, 미세기뚝)로 연륙되었다. ​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넓은 섬 신시도에는 전망이 아주 좋은 대각산(大覺山, 187m)과 월영산(月影山, 月影峰, 198m)이 가까이 마주보고 솟아 있다. 신시도는 섬 앞쪽에 횡경도(橫境島)가 있어 바다 바람을 막아 주기에 아늑한 곳이라는 뜻으로 지풍금,..

야생화이야기 2024.03.18

바위손 '신앙(信仰, Faith)'

2024년 3월 초 전북(全北) 군산시(群山市) 옥도면(沃島面)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찾았다. 군산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有人島)와 47개의 무인도(無人島)를 합해 모두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인도 가운데 야미도(夜味島)와 신시도(新侍島)는 현재 새만금(新万金) 사업으로 연륙(連陸)되었고, 무인도 가운데 북가력도(北可力島)와 남가력도(南可力島)는 방조제(防潮堤, 미세기뚝)로 연륙되었다. ​ 고군산군도는 군산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곳이다. 群山(군산)은 무리(群) 산(山), 곧 무리를 이룰 정도로 산이 많은 곳이란 뜻이다. 군산은 나포면(羅浦面)에 있는 해발 230m의 망해산(望海山)이 최고봉일 정도로 허허벌판 평야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4.03.14

붉은대극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고사성어(古事成語)로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고 한다.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도리어 잘 모른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일은 잘 알면서도 정작 자신의 일은 모르는 경우에도 쓸 수 있는 말이다. ​ 붉은대극의 자생지(自生地)가 등불 밑처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2024년 2월 하순에 만난 붉은대극은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와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잎이 어릴 때 붉은 보라색(赤紫色)을 띠기에 붉은대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꽃이 피고 난 뒤에는 붉은대극이라는 이름도 무색하게 잎은 녹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어릴 때의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은 붉은대극이라는 이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다. ​ 국가표준식물목록 등재 국명..

야생화이야기 2024.03.04

홍매(紅梅)

2023년 3월도 끝나가는 어느 날 전라남도 나주(羅州)에 있는 금성관(錦城館)을 찾았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겹처마 팔작지붕건물인 금성관은 조선(朝鮮) 초기 나주 목사(牧使) 이유인(李有仁)이 세운 객사(客舍)다. 그 뒤 1603년(선조 36)에 크게 중수(重修)하였고, 1884년(고종 21)에 목사 박규동(朴奎東)이 다시 중수하였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는 군청(郡廳)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1963년과 1976년 두 차례에 걸쳐 완전 해체,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금성관은 당시 조선 시대의 객사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었다. 객사는 고려(高麗), 조선 시대 각 고을에 설치했던 관사(館舍)로서 객관(客館)이라고도 한다. 객사는 주로 외국의 사신이나 조정의 고관이 방문했..

야생화이야기 2024.01.05

개암나무 '환희(歡喜), 화해(和解), 평화(平和)'

깨금 깨금 하나 입에 물고 '딱~!' 하고 깨물면 어린 시절 옛 추억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2015년 7월 중순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개암나무 열매를 보고 문득 떠오른 구절이다. 내 고향 충청도 충주시 산척면 시골에서는 개암나무를 깨금나무라고 불렀다. 지금도 개암나무보다 깨금나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고 정감이 간다. 어린 시절 가을이 오면 뒷동산에 올라 깨금을 따서 입에 물고 '딱~!' 하고 깨물어 자그마한 씨앗을 빼먹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깨금은 작지만 매우 고소해서 시골 아이들에게는 가을철 쏠쏠한 간식거리이기도 했다. 개암나무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Angiospermae)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참나무목(Fagales) 자작나무과(Betulaceae) 개암나무속(Coryl..

야생화이야기 2023.11.27

회양목 '참고 견뎌냄'

2023년 3월 초순 아파트 뒤편 화단에 한 그루 자라고 있는 회양목의 노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회양목을 흔히 도장나무라고도 한다. 도장포(圖章鋪)에서 회양목으로 막도장이나 목도장(木圖章)을 새기기 때문이다. 회양목의 꽃말은 '참고 견뎌냄'이다. 회양목이 더디게 자라는 데서 유래한 꽃말이 아닌가 한다. ​ 중국 밍말(明末)~칭초(淸初)의 문인 리위(李渔, 1610~1680)는 군자의 풍모가 있다고 하여 회양목(黄楊)을 '나무 중의 군자(木中君子)'라고 일컬었다. 리위는 그의 명저 셴칭어우지(闲情偶寄)에서 '회양목은 해마다 한 치씩 자라다가 윤년에는 한 치 줄어드는데, 이는 하늘이 정해 준 운명이다(黄杨每岁一寸, 不溢分毫, 至闰年反缩一寸, 是天限之命也.)'라고 했다. 회양목의 키가 크지 않는 것을 설..

야생화이야기 2023.11.07

물칭개나물

2023년 3월 초순경 충남(忠南) 금산군(錦山郡) 복수면(福壽面) 운하산(雲霞山, 336.5m)에 변산바람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들려왔다. 변산아가씨를 만나고픈 마음에 남도를 향해 달려 내려온 운하산 기슭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복수면 백암리(白岩里)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유등천(柳等川)으로 합류하는 실개천에는 물칭개나물이 흰 뿌리를 드러낸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물칭개나물은 통화식물목(筒花植物目, Tubiflorales) 현삼과(玄蔘科, Scrophulariaceae) 개불알풀속(Veronica)의 두해살이풀이다. 엥글러(Engler) 분류에서는 현삼과, APG 분류에서는 질경이과(Plantaginaceae)에 속한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생정). 물칭개나물은 현화식물문(顯花植物..

야생화이야기 2023.11.01

은행나무 '진혼, 정숙, 정적, 장엄, 장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산척국민학교(지금의 산척초중학교)를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노거수(老巨樹)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멀리서도 눈에 확 띌 만큼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봄이면 꽃비를 날리던 벚나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플라타너스는 사라졌지만 운동장 서쪽 한켠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추억과 함께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 ​ 2023년 9월 28일 산척초중학교 교정을 다시 찾았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은행나무는 우듬지와 가지가 무참하게 잘려나간 채 듬직하고 기상이 넘치던 옛 모습은 간곳없고 참담한 모습으로 운동장 한켠을 지키고 있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은행나무 주변 논밭 주인들이 그늘 때문에 농사가 안 되다는 민원..

야생화이야기 2023.10.02

주목(朱木) '고상함 , 명예로운 죽음'

예전에는 거의 해마다 양력 또는 음력 정월 초하루 무렵 백두대간(白頭大幹) 태백산(太白山, 1,567m)을 올랐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 부근에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주목(朱木) 군락지가 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말처럼 오랜 세월의 풍상(風霜)을 묵묵히 견뎌낸 아름드리 노거수(老巨樹), 고사목(枯死木)들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肅然)해지곤 한다. 태백산 주목 군락지에는 30~920년 묵은 주목 3,928그루가 자라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혈동의 주목 군락지 일대는 1992년 6월 2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국내 최고령 주목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두위봉(斗圍峰, 1,466m)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된 두위봉 주..

야생화이야기 2023.09.22

도깨비바늘 '멀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

2020년 9월 13일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도깨비바늘 꽃을 만났다. 문득 어린 시절 천등산 기슭 시골에서 살던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동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양말이나 바지에 바늘처럼 생긴 씨앗이 잔뜩 달라붙어 있곤 했다. 도깨비바늘은 언제 어디서 옷에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도깨비바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도깨비바늘은 한번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진 뾰족한 침에는 화살 모양의 가시가 있어 한번 붙으면 점점 파고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바늘을 볼 때마다 씨앗을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붙여서 멀리 퍼뜨리려는 식물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의 힘, 진화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다. ​..

야생화이야기 20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