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928

오갈피나무(五加皮)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초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 가운데는 무분별한 채취(採取)로 멸종 위기에까지 내몰린 종도 적지 않다. 오갈피나무(五加皮)도 그런 이유로 멸종 위기에까지 처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오갈피나무가 몸에 좋은 한약재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잎과 순은 물론 가지와 열매, 뿌리까지 너도나도 보는 족족 채취해 가는 바람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갈피나무는 옛부터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영약(靈藥)으로 중국 최초의 의학서인 셴농뻰차오징(神農本草經)에도 실려 있는 자양강장(滋養强壯)과 강정(强精)의 효능이 있는 약초다. 조선 중기 한의사(韓醫師)이자 의관(醫官) 구암(龜巖) 허준(許浚)이 중국과 한강토(조선반도)의 의학 서적을 하나로 모은..

야생화이야기 2023.09.14

푼지나무 '깊은 사랑'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근처 개울가에서 푼지나무를 만났다. 푼지나무 덩굴에는 바알간 열매가 주렁주랑 달려 있었다. 푼지나무는 언뜻 보면 노박덩굴과 비슷하다. 열매도 그렇다. 푼지나무와 노박덩굴은 같은 속(屬) 식물로서 사촌 간이기 때문이다. ​ 푼지나무는 노박덩굴목(Celastrales) 노박덩굴과(Celastraceae) 노박덩굴속(Celastrus)의 낙엽(落葉) 만경목(蔓莖木)이다. 만경목은 목본(木本) 덩굴식물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푼지나무의 이명으로 분지나무, 청다래넌출 등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야생화이야기 2023.08.16

큰기름새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쪽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큰기름새를 만났다. 큰기름새는 깊어가는 가을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 어린 시절 고향 집에는 어미 암소 한 마리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종종 뒷산에서 큰기름새를 베어 와 소에게 주면 아주 맛있게 잘 먹곤 했다. 당시에는 풀 이름도 몰랐다. 다만, 소가 아주 좋아하는 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큰기름새라는 이름은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게 되면 새로운 의미,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오게 된다. 산꽃, 들꽃도 그렇고, 모든 사물이 다 그렇다. 큰기름새는 화본목(禾本目, Graminales) 벼과..

야생화이야기 2023.08.14

황벽나무 '숨겨진 보물(寶物)'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쪽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어린 황벽나무를 만났다. 황벽나무 껍질은 본초명(本草名) 황백(黃柏)이라고 하는데, 한의학(韓醫學)에서 방광염(膀胱炎) 등 하초습열증(下焦濕熱症)을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韓藥材)이다. 인류의 병을 고쳐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로움을 베푸는 이런 나무를 만날 때마다 의자(醫者)로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옛날에는 귀중한 책이 좀먹는 것을 막기 위해 한지(韓紙) 등 종이를 만들 때 황벽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황물을 첨가하기도 했다. 선인(先人)들은 황벽나무 속껍질에 들어있..

야생화이야기 2023.08.10

향유(香薷) '가을의 향기(香氣)'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쪽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성곽 바위틈에서 연분홍색 꽃이 피어 있는 향유(香薷)를 만났다. 척박한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라서 그런지 식물체가 왜소하고 여려 보였다. 부성(父性)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식물체가 너무 작아서 애기향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향유는 통화식물목(筒花植物目, Tubiflorales) 꿀풀과(Lamiaceae) 향유속(香薷屬, Elsholtzia)의 한해살이풀이다. 위키실록사전에는 이름 유래에 대해 '향유(香薷)라는 이름에서 향(香)은 향기가 있다는 의미이고, 유(薷)는 들깻잎과 같은 향기가 나며 맵지만 부드러..

야생화이야기 2023.08.08

장구채 '동자(童子)의 웃음'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방향으로 성곽길을 따라가다가 검단산(黔丹山)이 마주보이는 제1남옹성(第一南甕城) 기슭에서 가을볕에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 장구채를 만났다. 가을철에 장구채를 만나면 이 식물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줄기 끝에 달린 열매와 가늘고 곧추선 대를 보면 장고(杖鼓, 長鼓)를 두드리는 채와 똑닮았기 때문이다. ​ '똑닮다'는 '똑같이 닮다'라는 뜻이다. '똑닮다'는 블로거(Blogger) 임종헌(林鍾憲, 林 山)이 2021년 11월 19일 '골무꽃'이란 제목의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만든 신조어(新造語)다. 한글 관련 기관에서는 '똑'이 부..

야생화이야기 2023.08.07

큰제비고깔 '위엄(威嚴), 영웅(英雄)'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방향으로 성곽길을 따라가다가 검단산(黔丹山)이 마주보이는 제1남옹성(第一南甕城) 기슭에서 진한 자주색 꽃이 활짝 피어 있는 큰제비고깔을 만났다. 남한산에서 큰제비고깔 꽃을 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야생(野生)에서 귀하고 아름다운 꽃을 만날 때마다 인품이 향그러운 옛 지기를 만나는 듯한 반가움을 느끼곤 한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경험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큰제비고깔은 미나리아재비목(Ranunculales)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제비고깔속(Delphinium)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생물종..

야생화이야기 2023.08.03

도꼬마리 '고집(固執), 애교(愛嬌)'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방향으로 성곽길을 따라가다가 풀섶에서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친 열매가 조발조발 달려 있는 도꼬마리를 만났다. 도꼬마리 열매는 한의학(韓醫學)에서 비염(鼻炎) 치료에 빠져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한약재(韓藥材)이다. 도꼬마리는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도꼬마리속(Xanthium)의 한해살이풀이다.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 주해서(註解書)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도꼬마리의 이름 유래에 대해 '도꼬마리의 옛이름은 됫고마리 또는 도고말이였다. 약재로 사용하는 열매의 가시가 되(도로) 고부..

야생화이야기 2023.07.31

산초나무 '온화(溫和), 희생(犧牲)'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성곽길을 따라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을 향해 가다가 산초나무(山椒木)를 만났다. 가을 햇볕을 받아 산초 열매 껍질이 바알하게 변해 있었다. 껍질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 것은 종자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종자가 완전히 여물면 열매 껍질이 활짝 벌어진다. ​ 산초를 볼 때마다 산초기름에 지져낸 고소한 두부구이가 떠오르곤 한다. 산초와 두부는 궁합(宮合)이 아주 잘 맞는 음식이다. 산초 두부구이는 아마 애주가들의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 산초나무와 비슷한 나무에 초피나무라는 것이 있다. 산초, 초피 두 나무는 너무나 비슷해서 초보자(初步..

야생화이야기 2023.07.27

거북꼬리 '사랑의 흔적(痕跡)'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성곽길을 따라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을 향해 가다가 길섶에서 거북꼬리를 만났다. 거북꼬리는 잎이 거북의 등처럼 둥글넓적하고, 잎 끝이 거북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잎을 보면 그 모양이 거북의 꼬리처럼 그럴싸하다. 거북꼬리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Angiospermae) 쌍자엽식물강(雙子葉植物綱, Dicotyledoneae) 쐐기풀목(Urticales) 쐐기풀과(Urticaceae) 모시풀속(Boehmer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거복꼬리큰거북꼬리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야생화이야기 202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