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회화나무(수양회화나무)
2022년도 여름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마당에 정원이 들어섰다. 정원에는 에키네이셔(Echinacea), 무늬버들, 아스틸베, 체리 세이지 등 이름도 낯선 각종 정원수와 화초들이 심어져 있었다. 정원수 가운데는 황금운용수양회화라는 이름도 긴 나무도 있었다. 황금운용수양회화라는 이름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황금운용수양회화라고 쓴 푯말에는 학명이 소포라 자포니카 '펜둘라'(Sophora japonica 'Pendula')라고 적혀 있었다. 황금운용수양회화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이나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국명이다. 속명 소포라속(Sophora)은 고삼속(苦蔘屬)이다. 고삼속은 국표에 개느삼, 고삼 등 자생종 2종, 데이비드회화나무, 소엽회화나무 등 재배종 2종이 등재되어 있다.
고삼속 가운데 키가 작은 나무나 관목은 스티프놀로비움속(Styphnolobium)으로 분리되었다. 일본에서는 엔쥬속(エンジュ属), 중국에서는 화이속(槐属)으로 명명했다. 스티프놀로비움속, 엔쥬속, 화이속은 한글 속명으로 회화나무속이다. 국표에 등재된 회화나무속 재배종은 회화나무 등 5종이 등재되어 있다. 자생종은 없다.
중국명 '槐'의 발음은 '화이'이고, '중국 학자 나무(Chinese scholar tree)'라는 뜻이 있다. 중국에서 '槐'는 회화나무만을 가리키고, 느티나무는 '쥐(欅)'라고 한다. 한자 '槐'의 발음은 '괴', 뜻은 '홰나무(회화나무), 느티나무'이다. 한글명 '회화'는 중국명 '화이(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이 맞다면 화이->홰->회화 등으로 음운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국표에 등재된 Sophora japonica 'Pendula'의 국명과 학명은 수양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Pendulum')이다. 국생정에 등재된 능수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var. pendula)는 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L.) Schott]의 유사종, 처진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for. pendula)는 회화나무의 품종이다. 국표의 수양회화나무는 품종이므로 국생정의 처진회화나무와 같은 것이다. 오사카시립나가이식물원(大阪市立長居植物園)은 처진회화나무가 회화나무의 변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식물의 품종에 국표와 국생정이 붙인 이름이 달라서 혼동을 주고 있다. 국생정의 처진회화나무 국명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라틴어 'Pendula'나 'Pendulum'은 '늘어진 모양(hanging)'을 뜻한다. '수양(垂楊)'은 '가지가 늘어진 버드나무'이니 수양회화나무는 '가지가 늘어진 버드나무 같은 회화나무'란 뜻이 되겠다. 풀이는 길지만 결국 '(가지가) 처진 회화나무'란 뜻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정원에 있는 황금운용수양회화라는 나무는 장미목 콩과 회화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스티프놀로비움 자포니쿰 '펜둘룸'(Styphnolobium japonicum 'Pendulum') 또는 스티프놀로비움 자포니쿰 포르마. '펜둘라'(Styphnolobium japonicum for. pendula)이고, 국명은 처진회화나무(등록명 수양회화나무)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신력이 생명인 기관에서는 식물 하나에도 정확한 학명과 국명을 붙여야 한다. 국명은 처진회화나무를 추천하고 싶다.
호주 캔버라 국립수목원(National Arboretum Canberra)은 처진회화나무의 속명 '스티프놀로비움(Styphnolobium)이 꼬투리의 육질 과육의 신맛이나 떫은 맛을 암시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사카시립나가이식물원은 'Styphnolobium'이 '묶은 칼집(縛った鞘)'을 뜻하며, 열매 꼬투리가 군데군데 잘록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처진회화나무의 종소명 '자포니쿰(japonicum)'은 '일본의(Japanese)' 또는 '일본과 관련이 있는(of or relating to Japan)'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자포니쿠스(japonicus)'에서 중성형 어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for.'는 '품종'을 뜻하는 '포르마(forma)'의 약자이다. 품종명 '펜둘룸(Pendulum)'은 '늘어뜨려진 모양(hanging)' 또는 '늘어진, 치렁치렁한(hanging down)'의 뜻을 가진 라틴어 '펜둘루스(pendulus)'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처진회화나무의 일본명은 시다레엔쥬(シダレエンジュ, 枝垂れ槐·垂れ槐)이다. '가지가 늘어진 회화나무, 처진회화나무'라는 뜻이다. 시다레엔쥬(枝垂れ槐·垂れ槐)를 류우쯔메엔쥬(リュウノツメエンジュ, 竜爪槐)라고도 한다. 가지치기 방식에 따라 나무가 용의 발톱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처진회화나무의 중국명은 롱자오화이(龙爪槐)이다. 이름 유래는 일본과 같다. 이명에는 추이화이(垂槐), 판화이(盘槐) 등이 있다. 추이화이(垂槐)는 가지가 처진 또는 늘어진 회화나무라는 뜻이다.
처진회화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북한(朝鲜)에는 야생도 있다. 일본에는 중국 송(宋)나라 때 전래되었다. 18세기 중엽에는 일본에서 유럽, 이후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전파되었다. 베트남에도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현재 남북의 여러 성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특히 화베이(华北)와 황투까오위엔(黄土高原)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황투까오위엔은 완리창청(萬里長城) 이남과 친링(秦岭) 이북, 동으로는 타이항(太行)산맥, 서로는 따우챠오링(达乌鞘岭)에 위치한다. 샨시(山西) 전체와 칭하이(青海), 깐쑤(甘肃), 닝샤(宁夏), 샨시(陕西), 네이멍구(内蒙古), 허난(河南)의 일부 지역을 포괄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두터운 황토 퇴적 지역이다. 푸슌(抚顺), 톄링(铁岭), 선양(沈阳) 및 그 이남 지역에도 재배되고 있다. 광저우(广州) 북쪽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쟝난(江南) 일대에도 많이 분포한다. 허베이(河北), 베이징(北京), 샨똥(山东), 장쑤성(江苏省) 슈양(沭阳)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처진회화나무의 키는 3~5(20)m 정도까지 자란다. 겉껍질은 암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진다. 속껍질은 황색이고 냄새가 난다. 가지는 녹색 또는 암녹갈색으로 아래로 처진다.
잎은 홀수깃꼴겹잎으로 어긋나기한다. 잎자루 밑부분은 부풀어오르고, 싹을 감싼다. 잎 길이는 15~25cm이다. 작은 잎(小葉)은 4~7쌍이고, 길이 2.5~6cm, 너비 1.5~3cm의 달걀 모양이다. 작은 잎 뒷면에는 흰색을 띤 짧은 털이 있다. 잎은 일찍 떨어진다.
꽃은 7~8월경 가지 끝의 원추꽃차례(圓錐花序) 또는 복총상꽃차례에 흰색 또는 담황색의 나비 모양으로 달린다. 기꽃잎(旗瓣)은 거의 원형에 가깝고, 용골꽃잎(龙骨瓣)은 넓은 달걀상 장원형, 날개꽃잎(翼瓣)은 장원형이다. 꽃에는 향기가 있다. 수술은 10개이다.
열매는 협과(莢果)이다. 협과는 염주 모양으로 잘록하며, 길이는 (2.5)4~(5)7cm이다. 협과 껍질은 다육질이고, 성숙한 뒤에도 갈라지지 않는다. 열매는 8~10월에 성숙한다. 종자는 1~6개 들어 있으며, 지름은 7~9(10)mm이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연한 황록색이며, 건조 후에는 암갈색으로 변한다.
처진회화나무는 수관(樹冠)이 아름답고 꽃이 향기로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가로수로도 이용된다.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목재는 건축용으로 사용된다. 다양한 서식지 또는 인공 번식 결과로 인해 형태가 다양하고 많은 변종이 있다.
처진회화나무 꽃봉오리에는 루틴(Rutin)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꽃과 열매는 수렴지혈(收敛止血), 혈압강하(血压降下) 작용이 있다. 잎과 뿌리껍질은 청열해독(清热解毒) 작용이 있어 창독(疮毒)을 치료한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처진회화나무의 유사종에는 회화나무(Chinese scholar tree), 황금회화나무(Japanese pagoda tree, Chinese scholar tree), 회화나무 '비올라케아'(자주회화나무), 회화나무 '콜룸나리스'(곧은회화나무) 등이 있다.
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L.) Schott]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키는 10~30m, 지름 1~2m까지 자란다. 꽃은 8월경 가지 끝의 원뿔모양꽃차례에 황백색으로 달린다.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중국에서 행복수(幸福樹)나 행운수(幸運樹), 재수목(財數木), 출세목(出世木) 등으로 여겨져 안뜰이나 현관 양옆 등에 심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과 일본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회화나무를 '학자수(學者樹)', '선비나무'라고 하여 학자의 집이나 서원의 뜰에 심는 풍습이 있었다. 뜰에 회화나무를 심은 뜻은 후손들이 학문으로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였다. 한편, 가문이나 서원에 대학자나 대선비가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자 하는 심리도 있었다.
황금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Aurea')는 중국이 원산지이다. 줄기의 껍질이 황금색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이다. 잎은 봄에 노란색을 띠다가 여름에는 연녹색으로 변한다. 꽃은 7~8월경 황백색으로 핀다.
회화나무 '비올라케아'(Styphnolobium japonicum 'Violacea')는 말 그대로 자주회화나무다. Sophora japonica var. violacea는 이명이다. 품종명 '비올라케아(Violacea)'는 '제비꽃, 자주색 꽃(violet flower) 같은'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이다. 나비 모양 꽃부리 가운데 기꽃잎은 흰색이거나 자홍색 맥문(脈紋), 날개꽃잎과 용골꽃잎은 자주색을 띠고 있다. 중국명은 진화화이(堇花槐)이다. '진화화이(堇花槐)'는 '제비꽃처럼 자주색 꽃이 피는 회화나무'라는 뜻이다. 곧 '자주회화나무'다. 우쓰화이(五色槐)는 진화화이(堇花槐)의 이명이다. 국명 회화나무 '비올라케아'에 대해 낙은재는 '우리나라 국명을 간단하게 자색회화나무 또는 자화회화나무라고 하면 될 것을 어렵게 회화나무 '비올라케아'라고 하고 있다. 요즘은 한자어보다는 라틴어가 보다 더 친숙한 것인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색회화나무 또는 자화회화나무도 좋지만 자주회화나무를 더 추천하고 싶다.
회화나무 '콜룸나리스'(Styphnolobium japonicum 'Columnaris')는 말 그대로 '둥근기둥(Columnaris)'처럼 똑바로 크는 회화나무다. '콜룸나리스(Columnaris)'는 '원기둥(圓柱, columnar)'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이다. 한글 국명은 '곧은회화나무'를 추천하고 싶다. 낙은재는 '직립회화나무'를 추천했다.
2023. 3. 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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