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노페디(Gymnopédies)>는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가 1888년에 완성한 3곡으로 구성된 기악곡이다. <짐노페디>는 사티의 대표적인 초기작품으로, 1888년 파리에서 출판되었다. 전체적으로 애조를 띠고 있으나 지나치게 어두운 음향은 아닌 것이 특징이다. 단음으로 이루어진 선율은 느리고 단순하지만, 선법적인 요소, 그리고 베이스와 만들어내는 미묘한 불협화음이 특징적이다.
에릭 사티(Erik Satie) - Gymnopedie(짐노페디)
군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낀 사티는 일부러 스스로 기관지염에 걸리게 하여 전역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1887년 몽마르트로 이사했는데, 사티는 이곳에서 낭만주의 시인이었던 파트리스 콩떼미뉘와 알게 되었고, 몽마르트의 카페 겸 카바레였던 르 샤 느와르의 단골이 되었다. 사티는 여기서 클로드 드뷔시와도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몽마르트의 이러한 환경에서 비로소, 그는 19세기 ‘살롱 음악’과 단절한 첫 작품인 짐노페디를 출판한다.
에릭 사티(Erik Satie) - Gymnopedie(짐노페디)
Conductor. Jan Latham-Koenig. Soloist. Nathalie Gaudefroy
Symfonieorkest Vlaanderen. 18. 05. 2014. deSingel Antwerpen
이 곡은 콩떼미뉘(J. P. Contamine de Latour, 1867~1926)의 '비스듬히 그림자를 자르고 명멸하는 회오리/밝게 빛나는 판석 위에 금빛으로 흘러넘치네/호박색 원자들이 서로를 불 속에 비추면서/짐노페디아와 사라방드를 뒤섞어 춤추네'라는 시를 기초로 작곡되었다. 사티의 말에 따르면, 이 시와 곡은 플로베르의 ‘살람보’라는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콩떼미뉘가 이름붙인 ‘짐노페디’라는 제목의 의미는 명확치 않다. 그리스어로 gymnastique는 체조를, paed는 아이를 뜻하는데, 18세기 장 자크 루소는 ‘음악사전Dictionnaire de Musique (Paris: Duchesne, 1775)’에서 이 단어를 ‘고대 스파르타에서 젊은이들이 나체로 춤을 추는 의식’으로 소개한 바 있었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당시 무명이었던 콩떼미뉘와 사티는 이러한 단어를 사용해 이국적인 인상을 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한 일화도 있다. 1887년 12월 사티는 르 샤 느와르의 감독에게 스스로를 소개해야 했는데, 당시 직업적으로 유명하지 않았던 사티가 자신을 ‘짐노페디스트’(gymnopédiste)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에릭 사티(Erik Satie) - Gymnopedie(짐노페디)
Pascal Rogé, piano
<짐노페디>는 사티가 스스로를 짐노페디스트로 소개한 후 2개월 후인 1888년 2월 작곡을 시작해 4월 완성되었다. 1888년 8월 콩떼미뉘의 시와 함께 첫 <짐노페디>가 출판되었다. 사티의 곡에 콩떼미뉘가 시를 붙인 것인지, 콩떼미뉘의 시를 바탕으로 사티가 곡을 쓴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같은 해 세 번째 <짐노페디>가 출판되었는데, 정작 두 번째 <짐노페디>는 몇 번의 출판 임박 공고에도 불구하고 7년이 지나서야 발표되었다. 1897년, 사티의 인기가 식어 사정이 어려워지자, 당시 한창 인기가 있었던 클로드 드뷔시는 친구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되살리기 위해 첫 번째와 세 번째의 <짐노페디>를 관현악으로 편곡한다. 원곡의 첫 번째 <짐노페디>가 관현악으로는 세 번째 <짐노페디>로, 세 번째 원곡이 첫 번째 <짐노페디>로 변경되었는데, 이때에도 두 번째 <짐노페디>는 관현악에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빠진 후 수십년이 지나서야 다른 작곡가에 의해 관현악으로 편곡된다. 20세기 이후, 이 곡들은 퓨전 재즈 등으로 편곡되어 다양하게 연주되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12 첼로 주자를 위한 곡으로도 편곡되는 등 널리 사랑받고 있다.
<짐노페디>는 전3곡의 연주시간이 약 7~8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전곡 모두 3/4박자로 쓰였으며, 각각의 작품이 공통의 주제와 구조를 공유한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들리나 고전적인 전통과는 다소 상이하게 작곡되었다. 예를 들어, 1번의 도입부에서는 고전주의 화성에서 협화음으로 분류되지 않는 두 개의 장7도 화음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선율은 신중하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며 각 곡의 연주 지시인 ‘비통하게’, ‘슬프게’, ‘장중하게’에 걸맞게, 독특하면서도 멜랑콜리한 효과를 자아낸다.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Piano: Lars Roos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Liona Boyd, guitar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Jackie Baxter(cello) and Iain Coleman(guitar), Royal Conservatoire of Scotland, 01.04.12.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Grigory Tsyganov - viola, Yulia Komarova - harp, 2016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Kaori Fujii(flute) and Eric Cecil(guitar)
Yamaha Piano Salon New York in July 14th, 2010.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Ariana Ghez, Oboe. Benjamin Smolen, Flute
Kevin Kumar and Maia Jasper, Co-Artistic Directors and Violins
Meredith Crawford, Viola. Yves Dharamraj, Cello. Geoff Osika, Double Bass
November 18th, 2012 in Thayer Hall at the Colburn School
Gymnopedie No. 1(짐노페디 1번)
flute and harp, la coruña, spain
1번 ‘느리고 비통하게'. 왼손에서 G음과 D음을 으뜸음과 버금딸림음으로 반복하는 4마디를 도입부로 곡이 시작된다. 오른손의 선율은 매우 단순하게 흐르며, 30마디로 구성되는 악절이 부분부분 반복된다. 78마디의 소품이지만, 이들을 형성하는 짧은 악구의 길이가 각각 다르고, 비기능적인 화성이 불안감을 형성해 결코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다.
Gymnopedie No. 2(짐노페디 2번)
Gymnopedie No. 2(짐노페디 2번)
2번 ‘느리고 슬프게’. 2번 역시 다소 우울한 4마디의 G-D 반복 페달음을 통한 도입부로 시작한다. 이 곡의 단순한 선율 역시 1번곡과 유사하다. 다만 총 네 번 악구 사이에 삽입되는 낮은 G-D의 2마디는 그 기능이 앞을 연결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 별도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은 이질감을 주며 이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Gymnopedie No. 3(짐노페디 3번)
Ronan O´Hora, piano
Gymnopedie No. 3(짐노페디 3번)
Sir James Galway, flute
3번 ‘느리고 장중하게’. 3번은 낮은 A-D 반복 페달음에 의한 도입으로 시작한다. 역시 단순한 선율로 구성되며 전부 60마디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화성이 해결되지 않고 악구의 길이가 불균등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데, 이같이 전통적인 화성을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청자에게 수용 가능한 선율에 성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클래식 백과)
2018.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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