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놈은 얼레빗, 되놈은 참빗 “더러운 오랑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1588년 선조가 했다는 말이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하던 여진족을 하나로 묶어세운 누르하치라는 영웅이 팔기군 5만 명을 보내 조선으로 쳐들어 올 왜군을 물리쳐 주겠다고 했을 때였다. 대명사대(對明事大)에 빠져 기본적인 군사체계가 무너진 조선으로 왜군이 들어온 것은 그 4년 뒤인 1592년 4월 13일 하오 5시께였다. 믿었던 신립 장군이 달래강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 듣고 서울을 버린 선조가 아비나라가 있는 압록강 쪽으로 뺑소니를 쳤던 것은 왜군이 들어온 지 보름이 되는 4월 29일 밤이었다. 선조가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몇 사람 비빈만 거느리고 요동으로 들어가 아비나라인 대명제국 신하로 살겠다는 이른바 ‘요동래부책’(遼東來附策)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