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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노동자의 날 산화한 양회동(미카엘)형제를 기리며 기도합니다 - 함세웅 신부

林 山 2023. 6. 29. 23:08

노동자의 날 산화한 양회동(미카엘)형제를 기리며 기도합니다.  

양회동(미카엘)형제는 노동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하고 다음 날인 5월 2일 선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을 통해 그의 유서가 공개되었습니다. 노동자 벗들에게 보낸 유서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입니다. 동지분들은 힘들고 가열찬 투쟁을 하시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지 여러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저는 지난 5월 12일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양회동 형제 영정 앞에서 조문하고 추모제에 함께 했습니다. 많은 노동자 형제자매들이 양회동 형제를 기리며 노동자를 탄압하는 윤 정권에 대해 피 토하는 마음으로 피력한 의분과 호소를 들으며 함께 아파하고 기도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말씀이 모두 옳고 우리가 가슴에 안고 실천해야 할 가르침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모두 삶의 현장에서 겪고 느끼며 우리 사회가 조금은 바뀌고 달라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저녁 기도를 올리는 마음으로 이 모든 말씀과 호소를 마음에 간직하고 또 입으로 되뇌이며 반추하고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내내 양회동 형제 유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두 눈과 가슴이 두 마디 말에 멈추었습니다.


“편한 선택!”과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입니다.


목숨을 건 결단을 편한 선택이라는 이 고백이 사제인 저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꼭”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소망을 우리 모두에게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꼭 퇴진시키고”, “꼭 만들어 주세요.”입니다. 저는 이 두 말마디를 우리 시대 화두話頭로 생각했습니다.  

공갈 협박의 주범은 바로 검찰과 경찰 그리고 대통령, 양회동 형제에게 강요된 범죄는 “협박과 공갈”입니다.

노동과 자본은 갈등과 타협을 통해 서로 필요한 목적을 달성합니다. 갈등을 조정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노사관계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노⦁사간의 협상 과정을 “협박과 공갈”죄로 처벌하겠다는 정권의 행태는 반헌법적이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입니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 날 ‘인천비상시국회의’ 결성식 참석을 위해 부평역 광장에 갔습니다. 그 날 법대 출신의 비정규직 노동자 한 분께서 하신 말씀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현 정권의 무도한 법 집행에 크게 놀랐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과 경찰이 건설노동자 양회동 형제에게 적용한 공갈과 협박은 기가 막힌 어이없는 법 적용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의 뜻을 확인하고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화와 요청이 모두 협박과 공갈이라는 것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무엇보다 먼저 검찰과 경찰이 협박과 공갈의 주범입니다. 어떻게 대화를 꾀했던 노동자⦁농민⦁시민의 행위가 공갈과 협박이냐고 항변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는 그렇게 조사하고 몰아가는 그 검찰과 경찰이 바로 협박과 공갈의 주범입니다. 그분은 주객이 전도된 오늘의 법집행 과정과 정치현실을 무섭게 꾸짖고 고발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국과 노동 관련 사건은 경찰의 경우 지능범죄과에서 다루었는데 윤 정부에서는 살인, 강도 사건 등을 취급하는 강력범죄과에서 취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설노동자를 “건폭”으로 규정한 현 정부는 강력부 경찰을 동원해 건설노동자들을 무조건 구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 정부에서는 건설노동자를 구속하면 일계급 특진에 포상까지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경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건설노동자를 강압적으로 조사하고 구속하려는 것은 당연한 처사로 보였습니다.

 

실제 최근에 노동자 수사 성과로 50여 명의 경찰이 특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죄 없는 시민을 무리하게 수사하고 겁박하고 갖은 수단을 다해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폭력입니다. 경찰은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경찰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시 생각하고 활동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의 불법적인 법률 행위에 나서 그 앞잡이 역할을 하면 경찰은 범죄 집단이 됩니다. 무고한 양민을 간첩으로 조작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독재정권이 저질렀던 불법을 윤석열 정권은 경찰을 동원해 무고한 건설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양산하는 행태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정권의 검찰과 경찰이 자행하는 불법적인 수사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범법행위입니다. 인간성을 파괴하고 서로의 만남과 대화, 의견 교환을 공갈과 협박으로 몰아가는 이 불법적 작태를 역사와 정의의 이름으로 단호히 거부하고 단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가슴 아프고 매우 놀랐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와 똑같습니다. 그 때에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악용했고, 지금 윤석열 정부는 선별적으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겨냥해 사업주와의 대화와 만남을 공갈협박죄로 옥죄고 있습니다. 매우 교활하고 잔인한 집단입니다.
 
양회동 형제의 순교자적 헌신과 우리의 응답  

양회동 형제와 협상을 했던 회사 대표들 중 몇 분은 그가 협상 중 협박하거나 공갈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고 경찰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를 묵살하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회동 형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었겠습니까? 자신의 양심적 증언의 결백을 입증하고 불의한 검찰과 경찰, 공권력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핍박받는 노동자들의 일치와 연대 또 용기를 다짐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바쳤습니다. 자기 희생, 자기 헌신을 통한 자아 실현, 자아 완성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사 당국이 살인을 자행한 것이고 죽음을 강요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민주 정부라면 당장 경찰과 검찰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수사해야 합니다.
 
사람은 안전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를 바랍니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모욕감을 준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됩니다. 자존심은 한 개인의 인격이고 자기 존재의 대표적 가치입니다. 노동자로서, 가장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나름대로 양심껏 최선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양회동 형제였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그를 공갈협박범으로 단죄했습니다. 이 거짓 주장을 재판정에서 부인하고 설명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언론을 통해 양회동 형제를 공갈협박죄로 조사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범죄자가 된 것입니다. 재판과정을 통해 그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양회동 형제는 알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일어날 구차한 삶을 거부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동료들이 겪게 될 사회적 낙인과 민주노총이 당할 깊은 상처를 거부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으로 모두의 결백을 우리 사회공동체를 향해 호소한 것입니다. 양회동 형제는 순교자적 결단으로 불의한 검찰과 경찰을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고발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공동체가 응답해야 합니다.
 
하느님! 양회동(미카엘) 형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아내와 자녀, 부모와 형제자매, 친우, 동지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주소서. 형제의 염원과 저희 모두의 소망을 들어 허락하소서. 성령 안에서 우리 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23년 6월 21일
함세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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