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127

[EIDF 2023] '백래쉬: 디지털 시대의 여성 혐오' 비열한 남성 우월주의를 고발한다

2023년 8월 24일 밤 12시 35분 EBS 1TV에서는 캐나다의 레아 클레르몽 디온(Léa Clermont-Dion)과 길레인 마로이스트(Guylaine Maroist)가 공동으로 감독한 'Backlash: Misogyny in the Digital Age'가 방영되었다. EIDF에서는 한글 제목을 '백래쉬: 디지털 시대의 여성 혐오'(이하 백래쉬)로 달았다. 'Backlash(백래쉬)'는 '반동(反動), 반발(反撥)'이란 뜻이다. 러닝 타임은 1시간 20분이다. 레아 클레르몽 디온은 캐나다 다큐 영화 제작자로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텔레비전과 라디오 진행자, 신체 이미지 옹호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길레인 마로이스트는 캐나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 각본가, 언론인, 음악가다. 그녀는 에릭..

[EIDF 2023] '끝나지 않는 인형극(Dolls Don't Die)' 사라져가는 예술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

2023년 8월 23일 밤 11시 30분 EBS 1TV에서는 인도 라나지트 레이(Ranajit Ray) 감독의 '끝나지 않는 인형극(Dolls Don't Die)'이 방영됐다. 늦은 밤이었지만 EIDF(EBS 국제다큐영화제) 출품작이기에 졸면서도 끝까지 정독을 했다. 러닝 타임은 1시간 10분이다. 라나지트 레이는 인도 동부 서벵골(West Bengal, 서벵갈) 주도 콜카타(Kolkata, 캘커타) 소재 자다브푸르 대학(Jadavpur University)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레이는 인도 영화 텔레비전 협회(Film and Television Institute of India, FTII)에 가입하기 위해 데칸 고원에 위치한 마하라슈트라 주 제2의 도시 푸네(Pune)로 갔다. ..

[EIDF 2023] '프랭클린(Franklin)' 호주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환경운동을 찾아가는 여정

2023년 8월 22일 늦은 밤 EBS에서는 호주(Australia) 감독 카시미어 버제스(Kasimir Burgess)의 '프랭클린(Franklin)'이 방영됐다. 이 영화는 멜버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기도 하다. 러닝 타임은 91분이다. 버제스 감독의 서사 단편영화(敍事短篇映畵, narrative short film)들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소외된 인물들을 포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편적인 주제들을 탐구하는 그의 영화들은 모든 문화와 계층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제목 '프랭클린(Franklin)'은 강 이름이다. 고든 강(Gordon River)의 한 지류인 프랭클린 강(Franklin River)은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 주의 센트럴 하이랜즈(..

[EIDF 2023] '마인드 게임(The Mind Game)' 아프간 소년의 목숨을 건 망명기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Taliban)의 학살을 피해 자유의 땅 유럽 벨기에로 탈출한 14살 소년의 생생한 망명기(亡命記)가 영화로 나왔다. 바로 '마인드 게임(The Mind Game)'이다. 목숨을 걸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로드 무비(Road Movie)의 주인공은 아프간 파슈툰족(Pashtuns) 출신의 앳된 소년 사지드 칸 나시리(Sajid Khan Nasiri), 일명 SK다. SK(사지드 칸 나시리)는 에이피어 블랑케보르트(Eefje Blankevoort, 캐나다), 엘스 반 드리엘(Els van Driel, 네덜란드)과 함께 감독 크레딧 맨 앞에 그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림자 게임(Shadow Game, 2020)'의 후속작인 '마인드 게임'은 사실 SK..

[EIDF 2023] 'The War Diary(전쟁 일기)' 조부의 전장에서 대면한 역사와 현실

8월 21일 2023 EIDF(EBS 국제 다큐 영화제) 개막 첫날 EBS에서는 아르메니아 출신 하콥 멜코냔(Hakob Melkonyan, 1984~) 감독의 'The War Diary(전쟁 일기)'를 내보냈다. '전쟁 일기'는 프랑스와 아르메니아 합작 영화로 러닝 타임은 1시간 25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쟁 일기'를 첫 방영작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時宜適切)했다. 왜냐면 '전쟁 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에 걸친 조부(祖父)의 전투 현장을 찾아가며 4개 나라 사이의 얽히고 설킨 역사와 현실을 대면하는 동시대의 로드 무비(contemporary road movie)이기 때문이다. 하콥 멜코냔은 아르메니아 예..

뮤지컬 '영웅(英雄, Hero)' - 한국인이라면 필관 영화 안중근 장군 일대기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參謀中將) 도마(Thomas) 안중근(安重根) 장군(將軍)의 일대기를그린 영화 '영웅(英雄, Hero)'을 보러 실로 오랜만에 극장이란 곳에 갔다. 극장은 한 10년 만에 간 것 같다. 정확한 햇수는 모르지만 극장에 안간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영웅' 상영극장은 CGV였다. CGV에서는 본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상업 광고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러 온 것이지 광고를 보러 극장에 온 것은 아니잖은가! 씨지븨는 입장료로 돈 벌고, 광고로 돈 벌면서 관람객을 호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나 모르겠다. 이런 불편한 점들이 극장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역사나 소설, 영화, 연극 등은 되도록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볼 ..

[EIDF 2022] 체인지 더 네임(Change the Name) - 시카고 청소년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서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위해 싸우면 어떻게 될까? 카이 토머스(Cai Thomas)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체인지 더 네임(Change the Name)'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카이 토머스는 흑인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자기 결정, 사회적 위치 등에 천착(穿鑿)하며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다. 토머스 감독은 '넥스트 독(NeXt Doc)'과 '시스터스 인 시네마(Sisters in Cinema)'의 회원이기도 하다. '넥스트 독'은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논픽션 영화 제작자들이 함께 다양한 배경의 신인 논픽션 스토리 텔러를 모아 기술을 공유하는 단체다. '시스터스 인 시네마'는 1997년 아프리..

[EIDF 2022] 라멘 먹으러 오세요(Come Back Anytime) - 마음 따뜻해지는 라멘집 이야기

[EIDF 2022] 상영작 가운데 훈훈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있었다. 일본의 라멘(ラーメン, 拉麺, 老麺)집 부부의 일상을 담은 존 대슈바크(John Daschbach) 감독의 '라멘 먹으러 오세요'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영어 제목은 '컴 백 에니타임(Come Back Anytime, 언제든지 오세요)'. 일본어 제목은 '마타이랏샤이(またいらっしゃい, 다음에 또 오세요)'다. 2021년 작품이고, 러닝 타임은 81분이다. 대슈바크 감독은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에서 BA(Bachelor of Arts, 문학사),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MFA(Master of Fine Arts,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모국어는 영..

[EIDF 2022] 우리의 목소리(Be My Voice) - 신정체제에 저항하는 이란 여성 이야기

'혁명'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혁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국가 권력을 장악했던 계층을 대신하여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 교체의 형식', 또는 '종래의 관습, 제도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움'이다. 이란은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 아야톨라흐 이맘 코메이니)와 그 추종 세력이 이슬람 혁명(Islamic Revolution)을 일으켜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던 팔라비 샤(Mohammad Reza Shah Pahlavi) 왕조(王朝) 전제정권(專制政權)을 몰아내고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신정정권(神政政權)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혁명 주체 세력은 팔라비 왕조에 반대하는 다양한 좌파와 이슬람 단체,..

[중국영화] 산사나무 아래(山楂树之恋) -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순애보

내게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첫 사랑이 있었을까? 정말 오랜만에 아름답지만 너무나 가슴 아픈 순애보를 그린 영화 '산사나무 아래(山楂树之恋)'를 보았다. 주연 여배우 저우동위(周冬雨, 주동우)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본 저우동위는 정말 영화에서 맡은 극중 여주인공 징츄(静秋)라는 이름처럼 순진무구한 청순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저우동위가 누군지도 몰랐던 필자는 장이머우(张艺谋)라는 감독 이름 때문에 이 영화를 보았다. 중국의 봉건주의적 남성 중심의 사회를 통렬하게 고발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일본의 압제와 수탈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붉은 수수밭(Red Sorghum, 紅高梁, 1987)', 근대화되어 가는 중국에서 법치주의가 사실은 따뜻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