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홍삼도 잘못 알고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林 山 2013. 2. 12. 17:05

요즘 사람들 사이에 홍삼(紅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회사들도 홍삼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연일 매스컴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이처럼 세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홍삼의 오남용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민의 대표적인 건강식품이 되어버린 홍삼에 대해 알아보자. 홍삼은 수삼(水蔘)을 구증구포(九蒸九曝) 제법으로 만든다. 즉 수삼을 쪄서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해야 반투명의 황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는 홍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삼은 캐서 말리지 않은 인삼(人蔘)을 말한다. 한약재 인삼은 오가과(五加科, 두릅나무과, Araliaceae)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Panax ginseng C. A. Meyer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Panax ginseng C. A. Meyer를 심은 지 4~6년 뒤 가을에 잎과 줄기가 마를 때 캐어서 건조한 것이 백삼(白蔘), 가는 뿌리를 제거하고 쪄서 말린 것이 홍삼이다.

 

본초서(本草書)에는 인삼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달고 약간 쓰다. 비경(脾經), 폐경(肺經), 심경(心經)으로 들어간다. 인삼은 대보원기(大補元氣), 고탈생진(固脫生津), 안신(安神)의 효능이 있어 노상허손(勞傷虛損), 식소(食少), 권태(倦怠), 반위토식(反胃吐食), 대변활설(大便滑泄), 허해천촉(虛咳喘促), 자한폭탈(自汗暴脫), 경계(驚悸), 건망, 어지러움, 정력감퇴, 자궁출혈, 두통(頭痛), 소갈(消渴), 소아만경(小兒慢驚), 구허불복(久虛不複) 등 일체의 기혈진액부족(氣血津液不足) 증상들을 치료한다. 

 

이처럼 인삼은 보기약(補氣藥)의 으뜸으로 비폐(脾肺)를 보하는 요약(要藥)이며, 보허구급(補虛救急)의 요약이다. 홍삼의 효능 주치(主治)도 인삼과 대동소이하다. 

 

홍삼이 아무리 좋은 한약이라도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홍삼이 폐경기 여성의 불안, 안면홍조 등의 증상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 발표가 나오는 한편 홍삼을 복용할 경우에는 도리어 부인과질환 및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상반된 논문 발표도 있어 건강식품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홍삼은 일체의 폐경기 증상에 무조건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가 아니다. 체질을 무시하거나 오진으로 홍삼을 장복할 경우에는 불면, 두통, 혈압상승,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심해지는 인삼오남용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인삼오남용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인 질출혈, 유방통증, 유방부종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홍삼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첨가되는 합성착향료와 카라멜시럽 등에 의한 부작용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홍삼이 모든 사람의 폐경기 부인과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보도는 한약의 오남용을 유도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광고와 홍보를 통해서 홍삼의 좋은 점들만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인식시키는 반면 금기와 부작용에 대한 고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홍삼 제품의 기전, 독성,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홍삼을 건강식품으로 복용할 경우 하루 2g 이내, 복용기한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본초서에는 음허양항(陰虛陽亢)으로 인한 조열골증(潮熱骨蒸)과 폐열해혈(肺熱咳血), 담옹기급(痰壅氣急), 간양상항(肝陽上亢)으로 인한 두훈목적(頭暈目赤)과 모든 화울내실증(火鬱內實證)에는 홍삼 또는 인삼의 사용을 금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들도 홍삼 또는 인삼을 처방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1. 여름에는 조금만 사용할 것

2. 천식, 해수에는 사용금지

3. 화사(火邪)로 인한 해수, 음허화동, 토혈(吐血) 등의 증상에는 사용금지

4. 안색이 푸르거나 검은 자에게는 조금만 투여할 것

5. 음허화왕, 토혈하는 경우에는 신중히 사용

6. 오랫동안 기침을 하거나 안색이 검고 기가 실하며 혈허, 음허한 자에게는 사용금지

7. 비위에 실열(實熱)이 있거나 출혈 초기에는 사용금지

8. 폐열, 혈열망행(血熱妄行)에는 사용금지

9. 음허양항, 해수천역(咳嗽喘逆)에는 절대 사용금지

10. 사기(邪氣)가 있는지 없는지, 허한지 실한지 따지지 않고 쓰는 것은 위험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체질과 증상에 맞게 사용하면 홍삼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복용할 경우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없다.

 

홍삼을 복용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반드시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양약은 양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약도 마찬가지다.

 

2013. 2. 7

 

필자 : 임종헌(임종헌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