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돈이 고로쇠 약수를 보내오다

林 山 2015. 2. 25. 17:53

전남 광양 백운산 고로쇠나무 수액 한 통이 택배로 배달되어 왔다. 경남 창원의 사돈(査頓)이 보내온 것이다. 사돈은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잊지 않고 고로쇠나무 수액을 보내온다. 나에 대한 사돈의 마음씀씀이를 생각하면 언제나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의 고로쇠나무는 20m까지 크는 활엽교목으로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고로쇠나무 수액의 어원에 대한 설화는 1,100년 전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말의 승려 도선(道詵)은 이른 봄 백운산(白雲山)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튼 채 용맹정진하던 도선이 어느 날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갑자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려고 하다가 쓰러질 것 같아 도선은 엉겁결에 곁에 있는 나무를 잡다가 가지만 부러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도선이 그 물로 목을 축이자 거짓말처럼 무릎이 펴졌다. 이에 도선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골리수'->'고로쇠'가 된 것이다. 


고로쇠에 대한 설화는 또 있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군사들은 남원의 지리산 기숡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격렬한 전투에 지칠 대로 지친 두 나라 군사들은 갈증으로 목이 타는 듯했다. 가파른 산기슭에는 마실 물도 없었다. 그때 고로쇠나무에 꽂힌 화살 틈새로 흘러내린 물을 마시고 힘이 솟아나 다시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지리산 뱀사골에 살고 있던 변강쇠가 지나친 성생활로 기력이 허약해지자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회복했다는전설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풍당(楓糖, maple syrup)이라고 한다. 2월 말~3월 중순(경칩 전후)에 채취한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철분, 망간 등 필수영양소인 미네랄과 당류(糖類),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피부미용에도 좋다. 골다공증을 비롯해서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고, 성인병 예방, 변비, 산후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우(穀雨) 무렵 자작나무나 거제수(巨濟水, 물자작나무), 박달나무 수액을 받아서 마시기도 한다. 거제수 수액은 남자물이라고 하여 여자들이, 고로쇠 수액은 여자물이라고 하여 남자들이 애용한다. 음양(陰陽)의 조화라고나 할까! 


요즘 고로쇠나무 수액을 아침과 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면서 사돈의 정의(情意)를 새기고 또 새긴다. 


2015.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