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登鸛雀樓(등관작루)'에서 시진핑의 의중을 엿보다

林 山 2015. 3. 12. 11:37

登鸛雀樓(등관작루)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해는 뉘엿위엿 서산에 지려 하고

黃河入海流(황하입하류) 황하는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네

欲窮千里目(욕궁천리목) 천리 밖 더 먼 곳을 바라보려거든

更上一層樓(경상일층루) 누각 한 층을 다시 더 올라가게나


오늘 아침 KBS 1TV '아침마당' 프로에 출연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문학과 김성곤 교수가 소개한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친필로 쓴 서예작품 '등관작루'를 선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종종 고시(古詩)를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곤 한다. 이런 경우, 한시를 잘 모르면 상대방의 의중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없다. 중국의 최고위 권력자가 일국의 국가원수에게 한시를 선물로 주었다면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등관작루'에서 중요한 싯구는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이다. 시진핑은 이 시를 통해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더 넓고 높은 미래를 바라보고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해온 것이다. '白日依山盡'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앞으로는 미국과 일본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중국과도 긴밀한 외교 관계를 갖자는 것이다. 시진핑의 메시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한국과 같은 문화권이고,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나라이다. 나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미일만큼 중요한 외교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


201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