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테러보다 더 무서운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林 山 2016. 2. 25. 20:57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우리나라는 이슬람국가(IS)의 직접적인 테러 위협 국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국회에서 국민들을 노예로 만드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정권은 테러보다 더 무서운 테러방지법을 통해서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통합방위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대테러특공대, 국가테러대책회의, 국가사이버안전규정, 미래부 사이버안전센터 등 각종 제도적인 장치와 법령, 기구 등이 완비되어 있다.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만 없을 뿐이다. 기존의 제도와 법령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지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무리하게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기 위한 것이 핵심이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개인의 금융정보나 통신기록 등을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과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의 무제한 정치개입과 여론공작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테러방지법'이라고 쓰고 '온국민감시법'이라고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테러방지법이 어처구니없는 악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9·11 사건 직후 부시 정권과 공화당의 주도로 테러방지법인 애국자법을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의 비효율성과 인권침해 부작용이 속출하자 2006년의 대폭 개정을 거쳐 2015년 6월에는 마침내 폐기되고 일부 조항만 남아 미국자유법(The USA Freedom Act)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그 어떤 나라도 사이버 테러 방지를 이유로 정보기관이 민간인의 인터넷을 사찰하고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 


국회에서는 현재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야당 의원들이 릴레이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議事進行妨害) 또는 의사방해연설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진행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김광진(더민주당, 이하 더민주, 비례대표), 문병호(국민의당, 인천 부평갑), 은수미(더민주, 비례대표) 의원에 이어 박원석(정의당, 이하 정의, 비례대표), 유승희(더민주, 서울 성북갑, 재선), 최민희(더민주, 비례대표), 강기정(더민주, 광주 북구갑, 3선), 김경협(더민주, 부천 원미갑, 초선), 김제남(정의, 비례대표), 서기호(정의, 비례대표), 김용익(더민주, 비례대표), 김현(더민주, 비례대표), 배재정(더민주, 비례대표), 전순옥(더민주, 비례대표), 추미애(더민주, 서울 광진을, 4선), 정청래(더민주, 서울 마포을, 재선), 진선미(더민주, 비례대표) 의원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정치 비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는 영화 '스미스 씨 워싱톤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필리버스터란 미국 연방상원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의회 전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1964년 4월21일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본회의에서 5시간 19분 동안 연설한 것이 최초의 필리버스터이다. 지금까지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1969년 8월29일 박정희 독재정권의 3선 개헌을 막으려고 법사위에서 10시간 15분동안 연설한 신민당의 박한상 의원이었다.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동안 테러방지법 반대 연설을 함으로써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말이다. 더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 원내대표 이종걸) 원내지도부는 지난해 12월 2일 새누리당과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을 의사가 있었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 재적의원 1/3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기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거구 획정 기준은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전격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의결하려면 지금 상정되어 있는 테러방지법을 가결이든 부결이든 우선 먼저 처리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더민주당 의원들은 왜 필리버스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필리버스터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지점이다. 만약 더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저지에 사활을 건다면 공직선거법 안건 상정 자체를 막고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것인가? 20대 총선 자체가 무산되고, 국회가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까지 테러방지법 저지에 나설 것인가? 정말 끝까지 투쟁할 수 있는가? 필리버스터의 진정성 여부는 곧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노력을 폄훼할 뜻은 없다. 하지만 테러방지법 안건 상정에 정작 책임이 있는 있는 사람들은 왜 필리버스터에 나서지 않는가? 테러방지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당시 새민련 원내 지도부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신경민 정보위 간사부터 나서라! 문, 이, 신부터 필리버스터에 나서야 진정성이 있다. 필리버스터가 테러방지법을 새누리당과 합의 처리하기로 한 더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비판 여론의 방패막이로 쓰여서는 안된다.


또, 더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저희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시민 여러분들은 박근혜 정권의 독재와 폭정에 저항하는 거리 투쟁에 나서 주십시요. 전국민적 저항만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해야 한다. 또, '저희만 바라보지 말고 시민 여러분도 직접 거리로 나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철회를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시민 여러분들의 투쟁 대열에 합류해서 선두에 서겠습니다.'라고 호소해야 한다. 왜 이렇게 호소하는 필리버스터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가~!  


4.13 총선 보이코트 등 더 강력한 수단이 아니고서는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더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이번 임시국회나 차기 회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제정 실리를 챙기고, 더민주당 등 야당은 4.13 총선을 앞두고 필리버스터를 통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한 셈이 된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인 17명 중 11명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들은 오눈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비례대표는 단 1회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이 필리버스터에 열광하는 것은 국회로 상징되는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믿음과 희망 때문일 것이다. 또 필리버스터를 통해 실종된 민주주의와 사라진 정의에서 오는 좌절과 상실감을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정의로운 목소리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해외정보 수집에는 무능하고, 불법적인 정치개입과 여론공작을 일삼는 국정원은 북한 등 해외정보를 전담하는 기구로 전환해야 한다. 조작 댓글이나 달고 조작 간첩이나 만들어 내는 국정원에 영장도 없이 금융 계좌 등에 대한 정보수집권을 부여하는 등 무차별적인 사생활 감시와 사찰 권한을 주어서는 안된다. 국정원을 빅 브라더로 만들면 안된다. 과거 박정희 독재정권의 중앙정보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국정원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암울하고 공포스런 시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테러방지법은 히틀러 나찌정권의 무소불위의 폭정과 만행을 가능하게 하는 악법이다, 야만적인 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음에도 테러방지법까지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북한과 똑같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공권력을 빙자하여 광범위한 대국민 감시와 사찰이 일상화되고, 상시적으로 인권이 유린될 수도 있다. 테러방지법을 기필코 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테러보다 훨씬 더 무서운 악법 테러방지법을 반대한다.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야만적인 악법 테러방지법을 반대한다.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음모적 악법 테러방지법을 반대한다.

 

2016. 2. 25.


관련글 '김광진이 리틀 DJ? 더민주도 반성이 먼저'=> http://m.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28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