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주 연휴를 맞아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기로 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산기슭에는 여러 가지 들꽃 산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산길을 걷다가 만나는 들꽃 산꽃들은 언제나 반갑다.
물참대
지리산에는 붉은병꽃나무(Weigela florida (Bunge) A.DC.)의 꽃도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붉은병꽃나무는 인동과의 낙엽관목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우수리 등지의 산지에 분포한다. 2007년 발간된 한국속식물지에서는 독립된 병꽃나무과로 분류하였다. 꽃이 붉다고 붉은병꽃나무라고 한다. 팟꽃나무, 병꽃나무, 조선금대화(朝鮮金帶花) 등의 이명이 있다.
붉은병꽃나무의 키는 3m까지 자란다. 잎은 타원형 또는 난형으로 마주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4~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달려 취산꽃차례를 이루면서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화관은 길이 3-4cm이며, 끝이 5갈래로 갈라지면서 깔때기 또는 종 모양을 이룬다. 꽃받침은 가운데까지 5갈래로 갈라지며, 녹색 빛 도는 붉은 보라색을 띤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옛날에는 붉은병꽃나무 가지를 이용해서 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붉은병꽃나무는 꽃이 화려하고, 대기오염에도 강해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붉은병꽃나무는 원예 품종으로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핑크 포펫(Pink Poppet), 다크 호스(Dark Horse), 루비 퀸(Ruby Queen) 품종은 섭시 영하 35도에서도 자랄 정도로 추위에 강하다.
꽃받침잎의 길이가 5∼6.5mm인 것은 좀병꽃(for. brevicalycina), 처음에는 꽃이 흰색을 띠고 통부가 붉은색이던 것이 전체가 붉은색으로 되는 것은 색병꽃(for. alba)이다. 또, 끝까지 흰색인 것은 흰병꽃(for. candida), 화관이 흰빛을 띤 녹색이고 통부 겉에 붉은빛이 돌며 안쪽 순판(脣瓣)을 따라 노란색이 도는 것은 삼백병꽃(for. subtricolor)이라고 한다.
유사종에는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병꽃나무(Weigela subsessilis (Nakai) L.H. Bailey), 강원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서 자라는 소영도리나무(Weigela praecox (Lemoine) L. H. Bailey) 등이 있다. 붉은병꽃나무는 꽃부리 안과 밖이 모두 붉지만, 병꽃나무는 꽃부리 바깥이 덜 붉게 변한다.
붉은병꽃나무의 꽃을 한약명 해선(海仙)이라고 한다. 반 그늘에 말리거나 생것을 병꽃나무 꽃 대용으로 쓴다. 민간에서 간염, 황달, 소화불량, 식중독에 쓴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키가 큰 층층나무(Cornus controversa HEMSL.)도 꽃이 활짝 피었다.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층층나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의 산지 숲속에 분포한다. 키는 20m까지 자란다. 가지가 층층으로 달려서 수평으로 퍼지기에 층층나무라고 한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어긋나게 갈라져 쟁반처럼 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꽃잎은 넓은 바소꼴로 4장이며, 꽃받침통과 더불어 겉에 털이 있다. 수술은 4개이고 꽃밥이 T형으로 달린다.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둥근 핵과(核果)이며 자흑색으로 익는다.
층층나무의 작은가지는 겨울에 짙은 홍자색으로 물든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같은 층층나무과의 곰의말채(C. macrophylla)는 잎이 마주 달리고 작은가지에 능선이 있으며 겨울에도 붉어지지 않는다.
층층나무는 수형이 좋아서 주로 관상용으로 심으며, 밀원식물로도 쓰인다. 층층나무의 뿌리와 줄기 껍질을 한약명 등태수(燈台樹)라고 한다. 뿌리와 줄기 껍질은 수시로 채취하고, 가지는 봄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등태수는 민간에서 중풍, 기침, 간 질환, 위장병 등의 치료에 쓴다. 초봄에 줄기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간 질환, 위장병에 물처럼 마시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쪽동백나무(Styrax obassia Siebold & Zucc.)도 꽃이 피었다. 때죽나무과(Styracaceae)의 쪽동백나무는 낙엽교목으로 산지의 응달진 계곡에서 자란다. 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가지가 쪽쪽 벗겨지고, 열매 기름을 동백기름처럼 쓴다고 해서 쪽동백나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 산아즈까리나무라고도 한다.
쪽동백나무는 키가 15m까지 자란다. 꽃은 흰색으로 5~6월에 햇가지에서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서로 어긋나게 나온 꽃대 끝마다 지름 2㎝의 종 모양의 꽃이 아래를 향해 20송이 정도 달린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암술은 1개, 수술은 10개다. 꽃부리는 끝이 5갈래로 깊이 갈라져 5장처럼 보이며, 겉에 별 모양으로 갈라진 잔털이 있다. 꽃받침잎은 5~9갈래다. 쪽동백나무의 꽃자루는 같은 과의 때죽나무보다 더 짧다. 꽃차례는 10~20cm로 때죽나무에 비해 더 길다.
열매는 9월에 길이 2㎝ 정도의 둥근 타원형 열매가 회색빛 도는 연녹색으로 여문다. 열매 속에는 단단한 핵으로 싸인 씨앗이 들어 있다. 열매껍질은 별 모양으로 갈라진 잔털로 덮여 있다.
쪽동백나무는 꽃에서 나는 향이 좋아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목재는 가구재나 조각 재료로 쓰인다. 열매에서는 기름을 얻는다.
쪽동백나무의 꽃을 봄~초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한약명 옥령화(玉鈴花)라고 한다. 민간에서 기침, 가래, 관절통, 골절상, 치통, 종기 등에 쓴다. 씨앗은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종기에 씨앗 기름을 바르기도 한다. 쪽동백나무에는 이고놀(egonol)이 함유되어 있어 살충제의 효과가 있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의 꽃은 언제 봐도 기품이 있고 우아하다. 목련과의 함박꽃나무는 산지의 계곡에서 자라는 낙엽 소교목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꽃이 함박 핀다고 해서 함박꽃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함박꽃나무를 함백이꽃, 함박이, 목란, 옥란, 천녀목란, 천녀화라고도 한다. 목란은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국화로 지정되어 있다.
함박꽃나무의 키는 7m까지 자란다. 꽃은 흰색으로 5~6월에 잎이 나온 다음 밑을 향하여 달린다. 꽃의 지름은 7~10㎝이고, 꽃잎은 6∼9개이다. 한 꽃에 연한 노란색의 암술과 60개 내외의 붉은 자주색 수술이 함께 나온다. 꽃밥과 수술대는 붉은빛이 돌고 그윽한 향기가 난다. 꽃받침잎은 5갈래이며 녹색을 띤다. 9월에 울룩불룩한 타원형 열매가 검붉은 갈색으로 여문다.
유사종 얼룩함박꽃나무(for. variegata)는 잎에 반점이 있고, 겹함박꽃나무(for. semiplena)는 꽃잎이 12개 이상이다. 일본목련과의 잡종 왓소니(M.×watsonii)는 함박꽃나무와 비슷하지만 꽃의 지름이 12∼15cm이며, 위로 향해서 피는 것이 다르다.
함박꽃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향이 그윽하여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민간에서는 함박꽃나무의 화뢰(花蕾)를 고혈압, 갑상선 질환, 기침, 가래, 생리통에 약용한다. 꽃을 옥란화(玉蘭花)라고 하는데, 봄에 채취하여 소화불량에 쓴다. 열매는 노인의 마른기침 치료에 이용한다. 또, 뿌리와 줄기의 속껍질은 습진, 술독, 변비, 고혈압, 갑상선 질환, 가래, 생리통, 소화불량, 마른기침을 치료하는 데 쓴다. 그러나 독성이 있으므로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들은 쓰지 않는다.
산딸나무(Cornus kousa)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는 어디서나 잘 자란다. 한라산에서는 해발 1,800m 되는 곳에서도 자란다. 산딸나무는 열매의 모양이 산딸기를 닮았다고 그런 이름을 얻었다.
로마군이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못 박았던 십자가는 산딸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또, 넉 장의 꽃잎이 십자가처럼 생겨서 기독교인들은 산딸나무를 성목으(聖木)로 여긴다고 한다.
산딸나무의 키는 12m, 직경은 50cm까지 큰다. 5월~6월에 피는 꽃은 연두색이 감도는 흰색이다. 꽃은 꽃자루가 없으며, 작은 가지 끝에 20~30개가 하늘을 향해 핀다. 꽃의 길이는 3~8㎝, 나비는 2~3㎝이다. 그러나, 산딸나무의 커다란 꽃잎은 진짜 꽃이 아니다. 벌이나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포엽을 꽃잎처럼 위장한 것이다. 진짜 꽃은 조그만 봉오리에 있는 작은 꽃이다. 딸기 모양의 산딸나무 열매는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산딸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수형도 좋아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열매는 달고 맛이 좋아 식용이 가능하다. 새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이다. 새들은 열매를 따먹고 멀리 날아가 그 씨를 배설하기에 산딸나무의 번식에 많은 도움을 준다.
노고단대피소 근처에는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쥐오줌풀은 마타리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산지의 다소 습한 지역에서 자란다. 한국과 일본, 사할린, 타이완,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식물체에서 쥐 오줌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쥐오줌풀이다.
유사종에는 열매에 털이 있는 광릉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var. dasycarpa Hara), 잎의 갈라진 조각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긴잎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var. integra)이라고 한다. 유럽에는 서양쥐오줌풀(Valeriana officinalis)이 있다.
쥐오줌풀의 뿌리는 약간 살져 있으며, 줄기는 곧게 1m 이상 자란다. 잎은 마디마다 2장이 마주 나며,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 갈라진 잎 조각은 줄 꼴에 가까운 피침 꼴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무딘 톱니가 있다. 꽃은 5~8월에 줄기 끝에 작은 우산 모양으로 모여 핀다. 꽃은 넓은 쟁반 모양으로 마타리나 뚜깔과 비슷하다. 꽃의 끝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다. 꽃의 지름은 3mm 정도이고, 꽃색은 분홍색을 띤다.
쥐오줌풀의 뿌리를 가을에 굴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한약명 힐초근(纈草根), 길초(吉草), 향초(香草), 녹자초(鹿子草)라고 한다. 털쥐오줌풀, 섬쥐오줌풀, 광릉쥐오줌풀도 함께 쓰인다. 유럽에서는 서양쥐오줌풀의 뿌리를 기원전부터 이뇨제, 진통제, 통경제로 사용해왔으며, 현재는 히스테리와 노이로제의 치료제로 쓴다.
힐초근에는 보르네올(Borneol), 캄펜(Camphene), 발레라논(Valeranone), 발레리아닌(Valerianin), 카티닌(Chatinine)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발레리아닌과 카티닌은 진정작용을 한다. 힐초근은 진정, 진경의 효능이 있어 심계항진(心悸亢進, palpitation), 심박쇠약, 불안감, 신경쇠약, 심근염, 산후심장병, 고혈압, 위경련, 위통, 월경불순 등을 치료하는데 쓴다. 관절염, 타박상에도 효과가 있다. 한의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이다.
쥐오줌풀의 어린순은 이른 봄에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쓴맛이 있으므로 데친 뒤 찬물에 담가서 우려내고 먹는 것이 좋다.
노고단중계소 산기슭에는 군락을 이룬 큰앵초(Primula jesoana Miq.)들이 수줍은 듯 발그레한 꽃을 한창 피워 올리고 있었다. 큰앵초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지대의 나무 그늘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유사종 털큰앵초(Primula jesoana var. pubescens)는 꽃줄기와 잎자루에 긴 털이 많이 달려 있다.
앵초속 식물들은 주로 고산지대나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큰앵초와 앵초(Primula sieboldii E. Morren)가 있다. 앵초는 난형, 타원형, 장타원형의 작은 잎을 갖고 있어서 큰앵초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큰앵초의 뿌리줄기는 짧고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없고 전체에 잔털이 있다. 뿌리에서 뭉쳐나는 잎자루는 다소 긴 편이다. 잎은 둥글고 밑 부분이 심장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손바닥 모양으로 얕게 7∼9개로 갈라진다. 5~6월 잎 사이에서 높이 30∼50cm의 꽃줄기가 나와 분홍색 또는 적자색의 꽃이 1~4층으로 핀다. 작은꽃자루는 길이가 1∼2cm이고, 포는 넓은 줄 모양이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5개로 깊게 갈라진다. 화관은 통 모양으로 지름이 1.5∼2.5cm이고,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이며 통 부분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이고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이다.
큰앵초의 꽃이 앙증맞고 예뻐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큰앵초의 뿌리를 한의학에서 앵초근(櫻草根)이라고 하여 한약재로 쓴다. 민간에서 해수, 가래, 천식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노고단재에 거의 다 올랐을 때 연분홍색의 꽃이 활짝 핀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 한 그루가 있었다. 노고단 기슭의 다른 철쭉들은 꽃이 이미 다 졌고, 이 철쭉만 유일하게 꽃이 피어 있었다.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인 철쭉은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중국과 러시아 우수리에도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철쭉(for. albiflorum)이라고 한다. 철쭉을 한자로 표기하면 躑觸(척촉)이다. 머뭇거릴 척(躑), 머뭇거릴 촉(觸)이다. 꽃이 아름다워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고 해서 척촉->철쭉이다.
철쭉을 일명 개꽃이라고도 부른다. 진달래(R. mucronulatum Turcz.)는 독이 없어 화전을 부치거나 두견주를 담가서 먹을 수 있기에 참꽃,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라고 한다. 철쭉이 억울해 할 것 같다.
철쭉의 키는 5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서는 돌려난 것처럼 보인다. 잎 모양은 거꾸로 선 달걀과 비슷한데, 끝이 둥글거나 다소 파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5~6월에 가지 끝에 3∼7개씩 산형꽃차례를 이루면서 핀다. 꽃받침은 작은꽃줄기와 더불어 선모가 있다. 화관은 깔때기 모양이고, 5개로 갈라지며, 위쪽 갈래조각에 적갈색 반점이 있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고, 길이 1.5cm 정도로 선모가 있다.
철쭉의 뿌리를 한약명 양척촉(羊躑觸)이라고 하는데, 민간에서 탈모의 치료에 쓴다. 양척촉 달인 물로 머리를 감는다. 꽃에는 독성이 있어서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노고단을 오르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야생에서 보기 어려운 개불알꽃 군락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개불알꽃 바로 앞에 철퍼덕 주저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마음을 알리라! 개불알꽃을 만난 것 만으로도 지리산에 들어온 보람을 느끼고도 남는 순간이었다.
개불알꽃(Cypripedium macranthum Sw.)은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지대의 숲 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자란다. 일본과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동유럽에도 분포한다.
개불알과 흡사해서 개불알곷, 옛날에 쓰던 요강을 닮아서 요강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상스럽다고 해서 순화한 이름인 복주머니란으로 불린다. 개불알을 닮은 꽃을 복주머니라고 바꾼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나는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러워서 더 좋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서는 개불알꽃을 작란화(雀蘭花)라고 부른다.
개불알꽃의 근경은 옆으로 벋으며, 키는 40㎝까지 자란다. 잎은 타원형으로 호생하고, 기부는 엽초로 줄기를 감싼다. 꽃은 5~7월 보라색으로 피며, 지름은 4~6㎝이다. 포는 잎 모양, 꽃받침 중 위에 있는 것은 난형, 아래에 있는 것은 합쳐진다. 2개의 꽃잎은 피침형이고, 순판은 개불알 또는 요강 모양이다. 열매는 삭과이며 7∼8월에 익는다.
개불알꽃은 꽃이 특이하고 예뻐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기르기도 한다. 개불알꽃을 보는 족족 마구 캐가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다. 개불알꽃은 고산식물이기 때문에 산에서 캐다가 집에 옮겨 심으면 십중팔구 2~3년안에 죽는다것을 알아야 한다. 개불알꽃을 캐 옮기는 과정에서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가 먼저 죽게 되고, 박테리아가 죽으면 개불알꽃도 죽게 되는 것이다.
개불알꽃의 근경(根莖) 및 꽃을 한약명 오공칠(蜈蚣七)이라고 한다. 이뇨(利尿), 소종(消腫), 활혈거어(活血祛瘀), 거풍제습(祛風除濕), 지통(止痛)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전신부종(全身浮腫), 하지수종(下肢水腫), 백대(白帶), 임증(淋證), 류마티스 관절염, 타박상, 백대하 등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다.
개불알꽃은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환경부는 개불알꽃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다. IUCN Red List (국제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생물 목록)에도 멸종위기(EN, Endangered)로 분류되어 있다.
개불알꽃을 만난 기쁨에 발걸음도 가볍게 노고단에 올랐다. 야생화의 보고 지리산에 와서 개불알꽃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개불알꽃을 가슴에 담은 채 노고단을 떠나다. 개불알꽃아 다시 보자!
201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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