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노루귀, 앉은부처, 올괴불나무꽃, 복수초,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이 핀다는 천마산(天摩山, 812m)을 찾았다. 한북천마지맥의 중심산인 천마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과 호평동, 화도면 경계 지점에 솟아 있다. 천마산 주위에는 백봉(590m), 송라산(494m), 철마산(711m) 등이 있다.
천마산
천마산은 능선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어느 지점에서나 정상을 볼 수 있으며, 남동쪽을 제외한 전사면이 비교적 완만하다. 천마산 동쪽에서 발원하는 물은 수동천을 거쳐 북한강, 서쪽에서 발원하는 물은 오남저수지로 모였다가 왕숙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든다.
노루귀
청노루귀
노루귀는 이른 봄에 흰색, 분홍색, 청색의 꽃이 핀다. 청색 꽃이 피는 노루귀를 청노루귀라고 한다. 청노루귀라는 종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피고 나서 나오는 잎의 모양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고, 학명 Hepatica는 잎이 간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나리아재비과 노루귀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 7종이 있다. 한국에는 울릉도 특산인 섬노루귀(H. maxima (Nakai) Nakai)를 포함해서 3종의 노루귀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새끼노루귀(H. insularis Nakai)는 노루귀에 비해 전체적으로 작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루귀는 울릉도산 섬노루귀보다 새끼노루귀와 유전적으로 유연관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새끼노루귀는 주로 전남과 제주 등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올괴불나무꽃
올괴불나무는 인동과(Caprifoliaceae)의 낙엽활엽관목(落葉闊葉灌木)으로 올아귀꽃나무, 조소표단자(早咲瓢簞子)라고도 한다. 괴불나무 중에서 꽃이 가장 빨리 핀다고 하여 앞에 접두사 '올'이 붙었다. 키는 1~2m 정도까지 자란다. 한국, 중국 동북지방, 우수리강 등의 지역에 분포한다.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주로 심는다.
올괴불나무의 꽃봉오리와 잎, 줄기, 뿌리를 한약명 금은인동(金銀忍冬)이라고 한다. 꽃봉오리는 초봄, 잎은 봄~여름, 줄기와 뿌리는 수시로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민간에서 말라리아, 기관지염, 편도선염, 목감기 등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앉은부처꽃
앉은부처(Symplocarpus renifolius)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엉취, 삿부채풀, 삿부채잎이라고도 하고, 금련(金蓮), 수파초(水芭蕉), 지룡(地龍)이라고도 한다. 앉은부처의 자갈색 불염포(佛焰苞) 속의 육수화서(肉穗花序)는 나발(螺髮)이 촘촘히 박혀 있는 불두(佛頭)처럼 생겼다. 그 모습이 마치 동굴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을 하는 부처 같다고 하여 앉은부처, 한자로는 좌선초(坐禪草)라고 한다. 불염포도 승려가 걸치는 가사를 연상케 한다. 불염포 안에 들어 있는 열매 모양의 육수화서는 들쥐가 좋아하는 먹이다. 앉은부처의 육수화서가 사라지고 없다면 거의 겨우내 굶주렸던 들쥐가 따 먹은 것이다.
앉은부처가 언제부터 앉은부채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앉은부채라는 이름의 유래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다만 꽃이 지고 나서 땅에 붙은 채 돌돌 말려서 나온 잎이 다 펴지면 부채처럼 넓게 펼쳐지는 모양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한다. 앉은부채보다는 앉은부처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앉은부처는 복수초와 함께 스스로 열을 만들어 내고 온도를 조절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앉은부처나 복수초가 열을 발생시켜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면서 땅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는 장면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이 왜 이런 고생을 하면서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속명 ‘Symplocarpus’는 '결합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symploce’와 '열매'를 의미하는‘ carpos’의 합성어로 '씨방이 모여 있는 열매에 붙어 있다'는 뜻이다. 육수화서는 천남성과 식물의 가장 큰 특징이다. 종소명 ‘renifolius’는 콩팥 모양의 잎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앉은부처의 불염포가 콩팥 모양 같기도 하다.
앉은부처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유독성 식물이므로 끓는 물에 데쳐서 며칠 동안 흐르는 물에 담가서 여러 번 잘 우려내야 한다. 유독성분을 제거한 다음 말려서 저장했다가 묵나물로 먹는다. 독성은 잎보다 뿌리에 더 많다.
한의학에서는 앉은부처의 뿌리와 줄기, 잎을 한약명 지용금련(地湧金蓮), 취숭(臭菘)이라고 한다. 취숭은 냄새 나는 배추라는 뜻이다. 뿌리는 여름에 잎이 마른 뒤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약간 떫다. 주로 소화기 질환을 다스리며, 강심과 거담의 효능도 있다. 진토제나 진정제, 이뇨제로도 쓴다. 악성 피부 종창에도 효험이 있다. 민간에서 경련, 구토, 다뇨증, 담, 대변과다, 신부전, 신장염(급성신장염), 위장염, 유두풍, 자한, 종창, 탄산, 파상풍, 해수 등에 쓴다. 독성이 있으므로 복용할 때 주의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애기앉은부처는 잎이 좁고 긴 타원형으로 잎이 나온 뒤에 꽃이 피는 점이 앉은부처와 다르다. 앉은부처가 한국, 일본, 중국의 동북지방,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자라는데 비해 애기앉은부처는 강원도 북쪽 지방의 고지대에서 자란다.
복수초
복수초(Adonis amurensis Regel & Radde)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해발 800m 이상의 산지 숲 속 그늘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얼음새꽃, 설연화, 원일초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노란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겼다고 해서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 한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수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 그대로 복수초는 행복과 장수를 상징한다. 꽃말은 ‘슬픈 추억’이다.
우리나라에는 복수초와 가지복수초(Adonis ramosa Franch.), 제주도에서 자라는 세복수초(Adonis multiflora T. Nishikawa et K. Ito) 등 3분류군이 분포한다. 복수초는 여름이 되면 꿀풀처럼 하고현상(夏枯現象)이 일어나 지상부가 없어지는 식물이다.
복수초는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한약재로 쓴다. 진통(鎭痛), 안신(安神), 강심(强心), 이뇨(利尿)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창종 등의 치료에 쓴다. 유독성 식물이기 때문에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너도바람꽃
바람꽃을 개화시기 순서로 나열하면 변산바람꽃-너도바람꽃-꿩의바람꽃-만주바람꽃-외대바람꽃-남방바람꽃-나도바람꽃-홀아비바람꽃-세바람꽃-회리바람꽃-바람꽃 순이다. 이 가운데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과 매화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는 속하지만 바람꽃속은 아니다. 대부분의 바람꽃은 봄에 핀다. 가장 늦게 여름에 피는 바람꽃(Wind flower, 風花)이 진짜 바람꽃이다. 바람꽃을 보러 다니다가 알게 된 바람꽃의 개화기이다.
너도바람꽃류(Eranthis, winter aconite)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약 7종이 있다. '새해의 선물(newyear's gift)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이북 해발 600m 이상의 산지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은 우리나라 북부 지방과 지리산, 덕유산에 자란다. 꽃은 흰색으로 꽃자루 끝에 한 송이가 이른 봄에 피며, 지름은 약 2㎝ 내외이다. 꽃이 필 때는 꽃자루에 꽃과 자주빛 잎만이 보이며, 꽃이 질 때쯤 연한 녹색으로 변한다. 너도바람꽃을 토규, 절분초라고도 한다.
2201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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