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는 1874년 9월 13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쩨믈렌스키에게 작곡과 이론을 짧은 기간 동안 배운 뒤 거의 독학으로 공부하여 초기에는 바그너와 R. 슈트라우스 등 후기 낭만적 작풍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썼다. 이 무렵 현악 6중주곡 '정야', 독창, 합창, 관현악을 위한 '구레의 노래' 등의 걸작을 썼으나, 이윽고 조성 음악의 한계를 느껴 무조적(無調的) 작품을 쓰게 되었다. 1910년대에는 '달에 지친 피에로'와 같은 특이한 곡을 만들었다. 쇤베르크는 더욱 무조주의로 나가 12음 음렬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기법을 창안하였다. 1923년 이후에는 이 기법에 의한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새 기법으로 작곡한 최초의 곡은 1924년의 피아노 모음곡이며, 그 후에 제3 현악 4중주곡, 관현악 변주곡 등을 썼다.
쇤베르크와 그의 문하생인 베베른과 베르크는 12음기법(도데카포니)의 완성을 위해 힘썼다. 1933년 나치 정권의 탄생으로 히틀러의 압박을 피해 독일을 떠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처음에는 보스턴 음악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후에 캘리포니아로 옮겨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정주했다. 그는 미국에서 때로는 조성을 가진 작풍을 쓰기도 했으나, 12음기법에 의한 작품에도 '바르샤바의 생존자'와 같은 걸작과,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근대 음악으로부터 현대 음악에 결쳐 소위 무조 음악에 의한 작곡 기법을 혁신하여, 20세기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의 한 사람이 되었으며, 현대 음악 중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12음 기법의 창시자가 되었다.
주요 작품에는 현악 6중주 '정화된 밤'(1899), 교향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903), 독창, 합창, 낭독, 관현악을 위한 '구레의 노래'(1901), '제1실내 교향곡'(1906), '현악 4중주곡 제2번'(1908), 모노드라마 '기대'(1909), '달에 지친 피에로'(1912), '세레나데'(1923), 칸타타 '바르샤바의 생존'(1947) 등이 있다.
쇤베르크는 표현주의 음악(表現主義音樂, ｅxpressionist Music)운동을 이끈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표현주의 음악은 주로 신빈악파를 중심으로 20세기 초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독일, 오스트리아 문화권에서 전개된 음악운동을 말한다. W. 칸딘스키, O. 코코슈카 등 회화분야에서 일어난 표현주의운동이 A. 쇤베르크, A. V. 베베른, A. 베르크 등의 작곡가들에 의해 음악분야에 파급되어 일어난 운동이 표현주의 음악이다. 이들은 프랑스 인상주의 회화와 음악에 대항하여 1910∼1920년대에 표현주의 음악운동을 전개하였으며, 날카로운 음정의 진행, 극도로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의 사용, 자유로운 박절(拍節)과 리듬의 사용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표현주의 음악은 내면의 감정을 대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악 6중주곡 <정화된 밤(Verklärte Nacht, Transfigured Night, Op. 4)>은 쇤베르크가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시집《여자와 세계》(1896)중〈정화된 밤〉이라는 시에 근거해서 완성한 표제음악이다. 19세기 쇤베르크의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초연은 1902년 3월 18일 비엔나에서 이뤄졌다. 원곡은 현악 6중주이지만, 1917년 현악 합주로 편곡하였고, 1943년 이를 또 한 번 수정하였다. 그래서 현악 합주는 2가지 버전으로 남아있다. 편성은 바이올린 2, 비올라 2, 첼로 2, 콘트라베이스(협악 합주판 연주시 추가)로 되어 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 Verklarate Nacht Op.4(정화된 밤)
Chamber Orchestra Kremlin. Misha Rachlevsky, conductor
Saturday October 20, 2012 at Festival Concert Hall, Round Top, TX
쇤베르크가 모델로 삼았던 작곡가는 브람스와 바그너였다. 이 두 작곡가의 음악어법은 쇤베르크의 초기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정화된 밤〉이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후기낭만주의 사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데, 먼저 문학작품 내용에 기반하여,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표제음악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 음악이 참고한 데멜의 시 내용은 당시 세기말적 증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성적인 측면에서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정도로 반음계어법으로 풍부하다. 그러나 동시에 확실하게 d단조라는 조성적 중심을 가지고 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 Verklarate Nacht Op.4(정화된 밤)
NEC Contemporary Ensemble. John Heiss. Jordan Hall in Boston, MA. January 31, 2013
Audrey Wright and Alexi Kenney, violins. Wenting Kang and Alice Weber, violas
Emileigh Vandiver and Andrew Larson, celli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 Verklarate Nacht Op.4(정화된 밤)
Norwegian Chamber Orchestra. Terje Tønnesen, leader. Gothenburg Concert Hall
쇤베르크의 초기 습작들은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소품〉, 〈네 손을 위한 여섯 개의 피아노 소품〉과 몇몇 가곡이 있다. 이들 작품에는 작품번호가 붙지는 않았다. 이후 〈현악 4중주 D장조〉라는 작품이 쳄린스키의 의견에 따라 수정을 거쳐 탄생되었고, 쳄린스키의 추천으로 빈 음악가협회 회원들 앞에서 연주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호평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정화된 밤〉의 급진성으로 빈 예술협회에서는 연주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쇤베르크의 음악에 대한 청중들의 거부를 보여주는 그 징조라고 할 수 있다. 1900년 12월 연주에서 청중들이 격렬하게 항의를 하면서 쇤베르크의 작품에 대한 반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정화된 밤〉이 초연되기까지는 무수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작곡 완성 3년 후인 1902년 빈에서 작품이 처음으로 연주될 수 있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 Verklarate Nacht Op.4(정화된 밤)
Pierre Boulez, Radio France Philharmonic Orchester
Salle Pleyel, Paris, february 20th 2009
데멜의 시에서 달밤에 어두운 숲길을 거니는 한 남성과 여성을 묘사한다. 이 고요한 달밤에 여자는 자신의 비밀을 전하게 된다. 바로 그녀는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이 고백과 함께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는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인생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으로 복수를 하였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성의 고백을 들은 후, “세상이 얼마나 밝게 빛나고 있는가 모든 것에 빛이 있다(O sieh, wie klar das Weltall schimmert! Es ist ein Glanz um Alles her)”라고 말하며, 그녀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이 시가 쇤베르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3주 만에 작곡할 정도로 단 기간에 작품에 몰두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이후 결혼하게 되는 마틸데 쳄린스키에 대한 강렬한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고도 한다. 아마도 쇤베르크는 데멜의 시에서 여성을 받아들이는 남성의 마음에 동화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1. Grave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1989
2. Molto rallentando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1989
3. Pesante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1989
4. Adagio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1989
〈정화된 밤〉은 데멜의 시 내용에 충실하여 표현하는데, 남녀의 대화와 그들의 발자취 그대로 따라가면서 표현되고 있다. 시의 흐름은 급작스런 음악적 분위기의 변화를 통해 마치 음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교대로 등장하는 트레몰로는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음악은 5부분으로 구분하는데, 1, 3, 5부분은 서정시풍으로 달밤에 숲속을 거니는 두 남녀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2부분은 여자의 후회와 고백, 4부분은 남자의 용서와 여자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각 부분의 주제는 해설과 대화가 직접적인 음악적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실내 앙상블을 위해 작곡된 표제음악의 초기 전형의 모습을 보인다.(클래식 백과)
2017.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