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선 고속화철도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놓고 충주시 정치권의 찬성과 반대 양측의 주장이 뚜렷하게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의 대표 공약인 청주역-충주역-제천 봉양역 구간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은 올해 초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하면서 추진이 현실화됐다.
고속화철도 사업이 확정된 충북선(출처 뉴시스)
정부는 1조1770억여원을 들여 청주공항에서 제천 원박(78㎞)까지 기존 충북선 구간을 고속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원박에서 제천 봉양까지는 기존 충북선이 아닌 경유선을 만들 예정이다. 동충주역 신설은 애초 사업계획에 없었으나 민주당과 대립하고 있는 자유한국당(한국당) 소속 조길형 충주시장과 동충주역 유치 추진위원회는 '동충주산업단지 물류 비용 절감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동충주역을 신설해야 한다'며 정부와 충청북도를 압박하고 있다. 충주시가 생각하는 동충주역 위치는 동충주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산척면 영덕리다.
찬반 양측의 의견차가 뚜렷한 가운데 최근 조길형 충주시장이 '민간 협의체와 추진 중인 동충주역 유치 운동은 충청북도의 공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조 시장은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충청북도는 지난 5월1일 충주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동충주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충주시도 적극 나서 달라고 하더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길형 충주시장(출처 뉴시스)
조 시장은 '(자신은)경찰 출신이어서 윗사람 뜻을 거역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충주시는 충청북도의 공문에 맞게 (유치운동을)하는 것인데 이상한 현상들이 나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동충주역 유치운동은) 충청북도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의 공문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집권당과 충청북도가 이를 반대한다면 충북선 고속화철도 건설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또 '남부내륙철도 건설 구간도 동네마다 모두 역을 만들어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지만 왜 그런 시위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충주시 역시 건의하는 과정일 뿐, 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라면서 '충북선 철도 개량공사(고속화) 자체가 경제성이 없는데, 동충주역 신설 구간만 사업타당성을 제시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민주당 측의 주장을 반박한 뒤 '(집권당과 도의)반대 입장을 확인하면 중부내륙선철도 금가역 신설 등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시장이 집권 민주당과 충청북도가 반대하면 동충주역 유치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민주당은 '어안이 벙벙하다'며 발끈했다. 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동충주역을)반대한 적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조 시장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경박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는 이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민주당 충주시의원들은 긴급회동을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자칫 동충주역 유치 추진 중단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하는 민주당 충주지역위 철도대책위원회(출처 동양일보)
조 시장이 집권당과 충청북도의 반대를 동충주역 유치 포기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이상 민주당은 포기로 인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내년 총선에서도 지역균형발전 호재를 걷어찼다는 야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미 동충주역 신설이 어려운 사업이라고 밝혔음에도 조 시장이 이를 추진하는 것은 동충주역 유치 추진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민주당 등을 '지역 공동체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충주시의원들은 25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막무가내로 동충주역 신설을 추진하던 조길형 충주시장이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니 이제 와서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 시장의 엄포성 발표는 시정을 이끄는 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민주당 시의원과는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동충주역 사업을 불쑥 꺼내 졸속 추진하다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니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조 시장의 발언은 동충주역 신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동충주역 신설을)간곡히 건의했고, 동충주역 사업타당성 연구용역비 1억5000만원도 원안대로 승인했다'며 '(여당 시의원들의)민주적인 다양한 논의와 제안을 정쟁으로 폄훼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충청북도는 해당 정부 부처를 설득하라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조 시장은 이를 시민운동을 하라는 권고로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 '자신이 없으면 충청북도와 민주당을 걸고넘어질 것이 아니라 이종배 국회의원에게 (의원)직을 건 노력을 건의하라'고 충고했다.
충북선 고속화철도 동충주역 신설을 둘러싼 충주 여야 정치권의 갈등은 23일 충주시의회 제23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철도 건설 사업 지연 우려를 내세우며 현실적인 대안 모색을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동충주역 유치 운동은 '시민의 뜻'이라며 반격하는 양상이다.
한국당 박해수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동충주역 유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시종 충북지사가 구상하는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이라면서 '민의를 대변해야 할 시의회는 시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의견이 (동충주역 신설에)모아졌고 이는 아름다운 시민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며 '충주를 위한 정책은 정쟁의 소재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의원은 '많은 기업이 몰려오는 충주는 고속화 철도 시대의 핵심에 위치하면서 최대의 발전 호기를 맞고 있지만, 현재의 충주역은 물류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대다수 시민이 (동충주역이)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그 뜻을 국가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박해수 의원이 주장한 '충주를 위한 정책은 정쟁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문구는 동충주역 신설 추진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손팻말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에서는 현재 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릴레이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관변단체를 중심으로 동충주역 신설 추진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발언에 나선 민주당 곽명환 의원은 '충주에 기차역 2개 생긴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 '그러나 충주시는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충북도가 노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2015년 5월 시의 의견 제출을 요청했지만 시가 도에 회신한 공문에는 동충주산업단지 내용은 없고, 동충주역 신설 필요성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며 '시가 동충주역을 주장한 것은 지난 2월'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 발표가 난 뒤 갑자기 노선을 변경하고 역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하는 것이 옳은 행정인가'라고 반문한 뒤 '(동충주역이)얼마나 준비 없이 급조된 정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의원은 또 '충주시가 정부 설득을 위한 논리개발보다는 시민역량결집에 더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이런 방식은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만 생길 수 있음을 알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동충주역을 신설하려면 설계를 변경해 다시 사업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2022년 착공은 어려워지고 향후 사업의 존폐를 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현 노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동량역을 물류 전용역으로 전환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 시장의 이날 발언에 따라 동충주역 신설에 관한 회의적인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유치 추진 운동을 독려했다는 의혹을 사게 된 충청북도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직접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4월 1일 충북도내 시군 연두 순방 일정에 따라 충주를 방문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충북선 고속화 철도 노선에 동충주역을 신설해달라는 충주시의 요청과 관련해 '충주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사는 기자들에게 '수요도 고려해야 할 테고 역 간 거리 문제도 정부에서 이야기가 될 텐데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동충주역 신설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충주라는 도시 안에서 2개의 고속철도 역을 두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시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은 하겠다'고 말했다.
충청북도가 충주시에 내려보냈다는 문제의 공문(출처 동양일보)
조 시장은 '민간 협의체와 추진 중인 동충주역 유치 운동은 충청북도의 공문에 따른 것'이라며 '충청북도는 지난 5월1일 충주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동충주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충주시도 적극 나서 달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조 시장의 주장은 사실인가?
충청북도가 충주시에 내려보냈다는 문제의 공문을 보자. 공문에는 '1.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과 관련하여, 동충주역 신설 및 노선변경을 건의하는 귀 시(충주시)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2. 우선, 우리도에서는 귀 시의 건의가 정부 사업계획에 반영(정부예산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측에 적극 건의하겠음을 알려드립니다. 3. 철도건설 사업은 정부가 직접 결정 추진하는 국가사업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공문 3항에는 '- 따라서 귀 시의 건의내용이 정부 사업계획에 반영(정부예산 확보)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귀 시에서 정부측에 사업계획 반영 필요성을 적극 건의하여야 하며, - 또한 귀 시에서 우리 도에 공문서로 건의한 것처럼 정부측에 공문서로 건의하는 방법보다는 해당부처 관계자를 직접 만나 수많은 협의와 토론, 설득 등의 방법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부대조항을 달았다.
충청북도가 충주시에 보낸 공문에는 '동충주역 신설을 민간협의체와 추진하라'는 내용이 없다. 충청북도는 동충주역 신설을 추진하라고 충주시에 지시하지도 않았다. 충청북도는 만약 충주시가 동충주역 신설을 추진하겠다면 '정부측에 공문서로 건의하는 방법보다는 해당부처 관계자를 직접 만나 수많은 협의와 토론, 설득 등의 방법이 절대 필요하다'고 충고까지 하고 있다. 충청북도의 공문은 누가 봐도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청북도의 입장은 충주시가 동충주역 신설을 추진한다면 적극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동충주역 신설을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동충주역 신설을 반대하는 것처럼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서 동충주역 신설은 어려운 사업이라고 밝혔으며, 충청북도도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 동충주역 신설은 애초 사업계획에도 없었다. 정부가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정책을 지역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조 시장이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느닷없이 들고나온 것은 내년 제21대 총선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시장이 집권 민주당과 충청북도가 반대하면 동충주역 유치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동충주역 유치가 진정 충주를 위한 정책이라면 민주당과 충청북도가 반대하더라도 끝까지 추진하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책무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페이스북 일부 네티즌과 관변단체 회원들의 '충주를 위한 정책은 정쟁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표어는 사뭇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반대 의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충주를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 충주시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진정 무엇이 충주를 위한 정책인가? 동충주역 신설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들고나와 시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이 과연 충주를 위한 정책인가?
2019. 7. 26.
'충주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주 '비와별 닭갈비' 호암점 오픈 (0) | 2020.01.17 |
---|---|
해피하우스 다솜 '감사의 밤' 초대 (0) | 2019.11.28 |
연수동에서 발간하는 신문 '연원마을' (0) | 2019.05.31 |
봄밤 우리 동네 포장마차 나들이 (0) | 2019.04.19 |
충주시립 우륵국악단 제63회 정기연주회 '春光旅情'에 빠지다 (0) | 2019.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