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까지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펼쳐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고 권했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니 센트럴 푸르지오가 집이라고 했다. 연수동 장안빌딩에서 거기까지 우산도 없이 걸어가려면 흠뻑 젖고도 남을 거리였다.
우산을 함께 쓰고 나란히 걸어가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아들은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 한교원 선수라고 했다. 한때 축구 국가대표팀까지 지냈단다. 오늘 전북 현대 모터스의 경기가 열리는데, 그의 아들도 출전한다고 했다.
자신은 해병대 출신으로 월남전 참전용사라고 했다. 고엽제 피해자라서 정부로부터 연금도 나온다고 했다. 오늘 해병대 전우회 모임이 있었는데, 아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보러 일찍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아들이 사줬단다. 2억 얼마 주고 샀는데, 지금은 3억이 넘어간다고 했다. 많이 올랐단다. 아드님이 효자 중의 효자라고 칭찬하면서 그런 건 많이 자랑해도 된다고 했다.
축구 중계방송을 PC방에서 부인과 함께 보기로 했단다. 부인과 만나기로 한 PC방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 하루도 뭔가 좀 괜찮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이 흐믓했다.
뭐 대단한 일은 아니고, 그렇다는 이야기다. 비 오는 날의 에피소드였다. 쓰고 보니 꽁트가 되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면 이런 이야기도 생긴다.
2022. 6. 2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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