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봄처녀'와 홍난파, 이은상을 생각하다

林 山 2024. 3. 7. 10:42

3월 초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아침 지인이 노래 '봄처녀'를 보내왔다.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음을 기념하는 뜻으로 이 노래를 보냈으리라. 노래를 보내 준 지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역사에 대해서 무지하던 시절에는 새 봄이 올 때마다 '봄처녀'를 감상하거나 부르곤 했다. 하지만, 역사(歷史, history)를 알고 난 다음부터는 '봄처녀'를 듣지도 부르지도 않는다.​

'봄처녀'는 대표적인 부일반민족행위자(附日反民族行爲者) 홍난파가 작곡했다. 가사는 부일반민족행위 의혹이 짙으면서 이승만 독재정권,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찬양한 이은상이 쓴 시다.​

'봄처녀'가 노래 자체는 훌륭하다고들 한다. 멜로디도 아름답고, 가사도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민족 정기를 간직하고, 민주주의 정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라면 '봄처녀' 같은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않으리라.​

'애국가(愛國歌)'도 마찬가지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부일반민족행위자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인물이다. 그는 한국계 스페인인으로서 친나치(Pro-Nazi)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애국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이런 사연을 가진 '애국가'를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부르고 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애국가'를 부르면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제국주의 국제깡패 일본과 용감하게 맞서 싸우다가 순국한 독립운동 지사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가?​

적어도 한 나라의 국가(國歌)라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정도는 돼야 한다. 원래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 혁명기의 혁명가(革命歌, Song of the Revolution)였다고 한다. 이 노래는 1795년 7월 14일에 처음 국가로 지정되었다. 프랑스 혁명의 유지를 계승하는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도 '라 마르세예즈'를 다시 한 번 국가로 채택했다.​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 혁명군(革命軍, Revolutionary Army)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군의 군가(軍歌)이기도 하다. 조선(朝鮮)으로 치면 독립군가(獨立軍歌)다. 프랑스는 혁명군의 군가를 국가로 지정했는데, 왜 한국(韓國)은 독립군가를 '애국가'로 지정하지 않았을까? 이유가 뭘까?

 

당시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무장 투쟁을 벌이던 조선혁명군(朝鮮革命軍), 조선항일의용군(朝鮮抗日義勇軍, 조선의용군), 대한민국 광복군(大韓民國光復軍, 광복군) 등 독립군 (獨立軍) 이 있었다. 당연히 조선의 독립군도 외세를 물리치고 국권을 회복해서 자주 민주 국가 수립과 독립 정신을 고취하는 군가가 있었다.

 

하지만, 한강토(조선반도)의 해방이 독립군 자력이 아니라 USA 점령군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비극은 싹트기 시작했다. USA  군정(軍政)에 이어 이승만 독재정권은 일제(日帝)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던 부일반민족행위자 매국노(賣國奴, Quisling)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독립군과 함께 독립군가도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나라를 위해 독립 운동을 하면 3대가 거지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다.

노래 하나 가지고 너무 유별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유별난 것 맞다. 특히 역사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준엄해야 한다. 왜냐면 역사를 망각(忘卻)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

2024년 3월 6일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