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조형예술의 모든 것

긍제 김득신의 풍속화 감상

林 山 2006. 3. 15. 15:51
 *파적도는 새롭고 신선한 주제의 포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용한 봄날 한낮의 정적을 깨는 작은 소동이 이 그림의 주제인데,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어미 닭이 다급히 쫓아가고, 툇마루에 있던 영감 부부가 황급히 뛰어내려오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긴 담뱃대를 휘두르며 고양이를 쫓는 영감은 탕건이 벗겨진 채 땅에 쓰러지려 하고 있고, 이에 놀란 부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순간적인 상황 묘사가 생동감이 있으며, 해학적인 표현으로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특히 달아나는 고양이와 이를 쫓는 어미 닭과 주인 영감의 갈등어린 시선이 서로 교차되어 화면에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김득신의 재치가 탁월했음을 말해준다.

 

긍제(兢齋) 김득신(金得臣)은 대대로 화원을 하여 유명한 개성(開城) 김씨 집안 출신의 화원으로, 김홍도의 선배로 알려진 김응환(金應煥)의 조카이며, 동생과 아들도 모두 화원이었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내용과 형식에서 김홍도를 가장 충실히 계승한 화가로 평가받는 그는, 김홍도 화풍이 형식화되어 가면서 풍속화의 퇴영이 예고하는 출발선상에 놓여졌던 화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풍속화첩>과 1815년 62세 때 그린 호암미술관 소장의 8폭 병풍이 알려져 있다. 또 별도로 흩어진 화첩용 그림들이 비교적 여러 점 남아 있는 편이어서 풍속화가로서 김득신의 위치를 충분히 검증케 해준다.  

 
김득신은 같은 주제를 그려도 김홍도와 달리 집안 정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근경에 책읽는 아이를 그리고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빠끔히 내민 고양이를 배치하여 김홍도보다 현장감 나는 생활 풍속을 표현하였다.
 

<주막거리>는 여러 풍속도를 한 화면에 복합하여 주변 풍경과 섬세하게 조화시킨 작품으로 주막과 대장간, 다리를 건너는 여행객,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함께 담아서 그렸다.

 

반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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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전도

 

투전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들은 중인(中人)계급의 남자들로 보이는데, 투전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모습이 각 인물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서 여실히 느껴지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로 보이긴 하지만, 교양 있는 몸가짐이나 위신은 전혀 찾을 수 없이 도박에 몰입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이들이 분명 양반 지식인층이 아닌 중인계급의 사람들일 것이다. 당시 여유 있는 중인들이 투전판을 벌리거나 주색잡기에 빠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김득신이 바로 그러한 풍속의 하나를 그린 것이다. 화면에 그려진 인물들의 형태 표현이 주제에 맞게 자연스럽고 개성미가 있다.

  

'한 마리 두 마리 개가 짖고 모든 개가 짖기에 아이를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 하였더니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달이 걸렸단다'. 김득신의 〈출문간월도〉에 쓰인 제화시(題畵詩)로 여유와 유머가 물씬 배어나온다. 김득신은 영모화와 풍속화를 잘 그려 여러 폭의 그림을 남기고 있는 데 반하여, 산수화는 대작을 남기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이 〈출문간월도〉는 전통적인 산수화는 아니지만 시정적(詩情的)인 산수인물 내지는 산수풍속화로서, 그의 기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갈필을 쓴 오동나무의 시원스런 줄기와, 농묵(濃墨)을 쓴 오동잎의 대담한 처리가 돋보인다. 더구나 오동나무에 걸려 있는 달은 나무와 대비되어 서정성을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