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아네모네(Anemone fanninii)-남아공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

林 山 2008. 9. 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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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

 

아름다운 흰색 꽃을 피우는 아네모네(학명 Anemone fanninii)는 기품이 있다. 이 종은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의 여러해살이 구근식물로 영어명은 'Giant wild anemone'이다. 남아공의 동부 초원지대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아네모네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아네모네의 키는 1.2m까지 자라고, 5~7개의  열편(裂片)을 가진 큰 손바닥 모양의 잎은 직경이 35cm에 이른다. 잎의 위쪽은 마치 벨벳을 만질 때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털이 많은 잎의 아래쪽은 끝이 빨갛고, 가장자리에는 이가 나 있다. 깁슨(Gibson, 1978)의 설명에 따르면, 잎의 위쪽 표면은 새끼 고양이의 털처럼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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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시쓰나 레티 작

 

예쁜 크림색-흰색의 향기가 나는 꽃은 때때로 엷은 자색 혹은 분홍색을 띨 수도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8월부터 12월(남아공의 계절은 늦겨울부터 초여름)까지다. 시쓰나 레티(Cythna Letty, 1895~1985)는 수없이 빽빽한 노란색 수술들이 암술(여성의 생식기 구조)을 둘러싸고 있는 아네모네 꽃을 세밀하게 묘사한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렸다. 이 그림은 남아공 국립생물종다양성연구소(The South African National Biodiversity Institute, SANBI)가 1965년에 편찬한 '아프리카의 개화식물(Flowering Plants of Africa)' 제37권 1441번 삽화에서 볼 수 있다. SANBI는 보통 국립식물연구소(the Botanical Research Institute, BRI)라고 부른다.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는 자매 종인 아네모네 카프라(Anemone caffra)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네모네 카프라는 꽃대가 갈라지고, 잎이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꽃이 피며, 키도 훨씬 크다.

 

아네모네는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들 에로스와 함께 들판으로 소풍을 나왔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에로스와 장난을 치던 아프로디테는 실수로 에로스의 화살에 상처를 입었다. 그때 마침 사냥을 나온 매력적인 청년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 앞을 지나갔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건 한번 맞으면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에로스의 화살 때문이었다. 아도니스도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거나 사냥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옛날부터 신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사랑하는 아도니스가 잘못 될까봐 늘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신전에서 열리는 신들의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신들의 회의에 인간은 참석할 수 없었기에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사냥할 때 조심하라는 다짐을 받고 올림포스 신전으로 올라갔다. 

 

혼자서 사냥을 나간 아도니스는 커다란 멧돼지를 발견하고 멧돼지의 심장을 향해 창을 던졌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화가 난 멧돼지는 아도니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을 잃은 아도니스는 맨손으로 멧돼지를 막았지만 워낙 덩치가 커다란 상대라 혼자 힘으로는 이겨 낼 수 없었다. 멧돼지는 날카로운 엄니로 아도니스를 힘껏 받아 버렸다. 아도니스는 피투성이가 되어 풀밭에 쓰러진 채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다. 아도니스의 신음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가 새처럼 빨리 날아왔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아도니스는 이미 숨이 꺼져 가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울면서 아도니스를 살려달라고 신들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죽은 인간을 살려 내는 일은 신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은 신들과 달리 언젠가는 죽어야 할 몸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주검을 안고 '아도니스! 죽음과 함께 사랑도 끝나 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흘린 핏방울들을 모두 꽃으로 피워서 우리의 사랑을 해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겠어요.' 하고 울부짖으며 아도니스가 흘린 피 위에 신들의 술을 부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핏빛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아네모네다.

 

자료제공-장수건강마을 http://cafe.daum.net/leemsa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