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0일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 14곳에서 동시에 6·10 민주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서울의 경우 범국민대회가 불법 정치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경찰청이 서울광장에서의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경찰은 오전부터 서울광장 대신 서울시의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 차벽을 설치해 참가자들이 광화문이나 종로 방향으로 진출하는 것을 차단했다. 경찰은 서울광장 일대에 152개 중대 1만3천여명과 물대포 8대를 배치했다.
오전 8시경 주최 측이 무대장비 차량 8대의 서울광장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막으면서 전날부터 밤샘 천막농성을 한 민주당 의원 등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오전 9시경 경찰이 서울광장 잔디밭으로 들어선 행사 차량을 견인하려 하자 야당 의원, 당직자 등 수백명이 이를 막아 서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7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전경들 위로 몸을 던지면서 거세게 항의했으며, 견인차 유리창에 매달려 저지하던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오후 2시50분경 고 강희남 범민련 초대의장의 노제 행렬이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이르자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오후 4시 20분께는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광장 주변서 삼보일배를 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최로 열린 범국민대회는 민주당 등 야당 당원,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대학생, 일반 시민 등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7시 반부터 세 시간 동안 민주화 열사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 각 당 대표들의 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대통령 사과',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촛불을 켰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소속 중고생 50여명도 교복 차림으로 참가해 청소년 네티즌 3076명이 서명한 시국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리해고에 반발해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 300여명과 금속노조 조합원도 참가했다.
범국민대회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남아 있던 만여명의 참가자들을 경찰이 인도로 밀어내며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 4천여명이 태평로를 점거한 채 광화문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액을 쏘면서 맞대응하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됐다. 경찰은 전국에서 열린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47명을 연행했다. 서울에서 연행된 24명 가운데 1명은 석방되고 나머지는 불법집회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열린 민주항쟁 기념 부산 시민대회에서도 23명이 연행됐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는 전국적으로 경찰 추산 3만 3천여명, 주최측 추산 30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3일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와 경찰청의 조치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서 '개최가 예정된 집회시위의 불법폭력성 여부를 정부가 사전에 판단'한다는 것은 '집회시위의 개최 여부 자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좌우하는 위험한 상황'이며,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므로 남용될 경우 시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집회시위현장에서 경찰의 공격적인 진압방식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피해를 증가시킬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적 기본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탱하게 하는 민주사회의 초석이자 소수자의 권리'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견해는 너무나 옳고 지극히 당연하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대의과정을 보완하고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헌법적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청은 집회시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두 국가헌법기관의 견해를 무시하고 있다. 누가 이명박 정부와 경찰청에게 이런 초법적 권한을 주었는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조차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와 경찰청은 과연 누구을 위해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진지한 답을 내놔야만 한다.
다음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국가인권위원회 성명서 전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청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성명서를 정독하고 반성하기 바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합니다.
정부는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보호하고 불법폭력의 우려가 있는 집회시위만 차단한다고 하지만, 근래의 상황을 살펴보면 개최가 예정된 집회시위의 불법폭력성 여부를 정부가 사전에 판단함으로써 사실상 집회시위의 개최 여부 자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좌우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여야 할 서울광장이 현재 경찰버스에 의해 장기간 봉쇄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찰청은 '2009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을 통해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방식을 '방어적 질서유지'에서 '적극적 법집행'으로 전환한다고 공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므로 남용될 경우 시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집회시위현장에서 경찰의 공격적인 진압방식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피해를 증가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적 기본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탱하게 하는 민주사회의 초석이자 소수자의 권리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도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대의과정을 보완하고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헌법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과 대한민국이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모든 인간이 누리는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에 반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은 정부의 선심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 기본권 보호야 말로 국가의 존립 근거이자 기본적 의무입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존중하고 보호하는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의 정신에 비춰볼 때 집회시위의 제한과 관련한 공권력 행사는 최대한 신중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다시 한번 집회시위의 자유를 강조한 헌법과 국제규약의 정신을 상기하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집회시위 참여를 본질적인 기본권으로 존중하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인권보호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법치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2009. 6. 3.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경환
<별첨>
우리 위원회는 2002년 설립 이후 집회시위의 자유 신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2005년 2월 전북 부안군 핵폐기장 설치반대 집회, 같은 해 12월 서울 여의도 쌀 개방 반대 집회, 2006년 11월 포항건설노조집회 등과 관련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경찰의 과잉진압을 직접 확인하고 공권력 신중한 집행 등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2008년 1월 집회금지통고제도와 관련 '경찰청장에게 집회금지통고 남발 방지'와 '국회 등에 금지통고남용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권고하고, 같은 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빚어진 소위 촛불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진압과 관련 '경찰청장에게 집회경비 시 방어위주의 진압원칙 엄수' 등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회금지통고제도 및 사전차단조치 개선을 위한 법령 및 관행개선 권고(2008. 1. 28.)
경찰청장에게, 집회장소인 서울로부터 시간적, 장소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상경을 차단하는 행위, 집회장소에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집회장소 주변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집회참가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집회장소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사실상 격리차원에서 연행을 하는 행위, 합법집회의 경우 차벽을 설치하는 등의 물리력을 이용하여 집회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 또는 제한하는 행위를 비롯한 과잉된 사전차단행위를 자제할 것을 각 권고하였음.
그 이유는, 먼저, 합법 집회시위에 대해 차벽설치와 관련하여서는, 차벽설치는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버스와 같은 금속성의 거대한 물질로써 장벽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외부와 차단하여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을 외부의 일반인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외부의 일반인들의 적극적 및 소극적인 참여를 방지하는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과 외부의 일반인들에 대한 물리력의 행사에 해당되므로, 이 조치는 집회시위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하여 사실상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거주이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의주장을 알릴 기회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므로, 신고된 합법집회에 대하여 이와 같은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국「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함.
다음으로, 금지통고된 집회시위 장소에 대한 원천봉쇄에 관련하여서는, 이 경우에도 근거규정인「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통행인들이 집회장소에 접근하는 행위가 ①집회 참여 예정자들이 참여하고자 하는 집회 또는 시위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고1) ②공공의 안녕질서에 가해질 위협은 시간적으로 근접해야 하며2) ③집회 참여 예정자들이 집회시위의 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장소도 포괄적이어서는 아니 된다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므로,3)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치는 금지통고된 집회라고 하더라도 결국「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함.
2.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촛불집회시위 관련 직권 및 진정사건에 따른 권고(2008. 10. 27.)
경찰청장에게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광범위한 통행차단조치로 인하여 집회시위참여자들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시위현장을 통행하는 다수의 시민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시위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지 말 것을 권고함.
그 이유는, 적정한 범위를 벗어나 어떠한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하는 것은, 집회참여자들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시위현장을 통행하는 다수의 시민들의 통행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므로 집회시위현장에서 집회시위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통행하는 모든 시민을 시위대로 가정하고 전면적으로 그 접근을 완전 차단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경찰의 과도한 통행제한 조치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인권침해행위이며, 경찰은 향후 경비업무시 집회시위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통행제한을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함.
<각주>
1) 이 경우 집회 시위의 보호를 통해서 유지되는 이익보다 침해될 공공의 안녕질서가 훨씬 커야 하고 그러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사회평균인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해야 한다.
2) 그러한 위협은 원천봉쇄 외의 다른 수단으로는 그러한 위협을 방지할 수 없을 정도로 목전에 급박해야 한다. 왜냐하면 집회 예정시각을 기준으로 시간적으로 상당한 간격을 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그러한 위협이 명백히 예상되고 있었지만 집회예정 시각이 다가올수록 그러한 위협의 가능성이 매우 약해지거나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장소적 근접성은 비평화적인 집회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점에서부터 집회장소의 접근차단이 행해져야 한다. 경찰 권력은 비록 집회에 참여할 것이 명백히 예견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집회장소까지 이동하는 권리 자체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제한해야 할 정당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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