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2009년 6월 11일 0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은 전날 오후 11시까지 막판 교섭협상을 벌여 계약 해지자 복직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의 일치를 보았지만 합의서의 서명 주체를 두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대한통운은 합의서 서명 주체로 화물연대가 아닌 대한통운 광주지회를 기재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화물연대의 반발을 샀다. 화물연대가 그동안 요구해 온 계약해지자 복직과 운송료 삭감 철회, 화물연대 실체 인정,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화물차주는 개인사업자인 만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면서 화물연대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이미 항만 봉쇄와 고속도로 점거 등을 예고한 바 있어 정부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가 집중되는 부산항과 인천항, 경기도 의왕 소재 내륙컨테이너기지는 24시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비해 10일 저녁 8시부터 화물운송 위기경보를 내리고 중앙수송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경찰도 항만 봉쇄와 고속도로 점거에 대비해 경찰력을 사전에 배치하고 운송방해 행위를 적발하면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1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등 전면 총파업에 대해 지지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화물노동자는 헌법이 정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한통운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화물연대를 교섭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23일째 옥쇄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도 12일 '이명박 정부는 대화와 교섭의 주체로 화물연대를 인정해야 한다'며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이날 지지성명서를 통해서 '전국 운수노조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와 금호자본은 물류대란이라는 더 큰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통운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해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배송을 집단 거부하고 미복귀한 개인택배사업자의 원직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규직 채용, 4대 보험 보장, 자녀 학자금 지급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고 밝히고, '화물연대측이 개인택배사업자 30여명의 원직복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측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주장하면서도 회사가 제안한 정규직 채용안은 거부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파업에 대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을 강행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통운은 또 '개인택배사업자 문제를 빌미로 관련이 없는 전체 수출입 화물운송에까지 집단운송거부를 확대하고 있다'며 '국민과 기업을 담보로 화물연대의 조직을 강화하려는 명백한 협박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12일부터 대한통운 택배서비스 불매운동을 벌이고 상황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전 계약사와 고객사로 불매운동 대상을 넓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3일로 예정됐던 화물연대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상경투쟁을 유보하고 지역거점 투쟁에 집중하기로 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화물연대와 쌍용차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노조원들은 대회를 마치고 저녁 7시부터 서울 덕수궁 앞 대한문에서 열리는 지난 10일 민주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문화제에 합류할 예정이다. 문화제가 끝나면 밤 9시부터 장충체육관에서 6.15 공동선언 9주년을 앞두고 자주통일 문화제가 열릴 예정으로 있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신고 장소를 떠나 도로로 나올 경우 엄정하게 대처하고 폭력을 선동하는 참가자는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기로 했다.
11일 사회진보연대는 '화물연대 전면 총파업은 정당하다'는 제목의 지지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성명서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자초한 것은 대한통운 자본과 이명박 정부다'라고 강조하고, 화물연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은 더욱 더 착취당하고 자본은 더욱 더 승승장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고자 원직복직과 운송료 삭감 중단, 화물연대 인정과 노조 탄압 중단,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 자본의 위기 전가 중단과 노동자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노총 산하 대한통운노동조합은 지난 5월 19일자 주요 일간지에 낸 의견광고에서 '화물연대는 국가의 물류 대동맥을 책임지는 대한통운에 대한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대한통운노조는 대한통운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한국노총 산하 조직이다. 이들은 의견광고에서 '고 박종태씨는 대한통운과 어떤 법적 사실적 관계도 없다'고 밝히고, 화물연대가 '고인의 죽음을 조직적으로 선동해 조직확대를 꾀하려는 악의적 기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행법상 불법인 화물연대가 대한통운노조를 무시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한통운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불법행위라며 정부와 회사에게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화물연대의 총파업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양측의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를 촉구한다. 다음은 사회진보연대와 대한통운노조가 각각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사회진보연대 성명서>
화물연대 전면 총파업은 정당하다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자
화물연대 파업을 자초한 것은 대한통운 자본과 이명박 정부다
고 박종태 열사가 주검이 되어 발견된 지 41일이 지났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대한통운 광주지부는 화물연대와 운송료 30원 인상을 구두합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계약 상에 없는 분류작업을 거부하였고 이에 회사는 3월 17일 76명을 전원 해고하였다. 화물연대는 이 후 원직복직, 운송료 삭감 중단, 화물연대 인정을 위해 투쟁을 전개하였다. 고 박종태 열사는 이 투쟁을 헌신적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차별적인 공권력 탄압과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한통운의 무시였다. 이것이 고 박종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화물연대는 대한통운과 교섭을 진행하며 6월 10일까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에는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사측은 6월 10일 교섭 예정 시간이 지나도록 끝까지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한통운이 사실상 지휘 감독하며 사측의 업무 지시에 따라야 하는 택배노동자들은 말만 ‘개인택배사업자’일 뿐이다. 택배노동자들이 정말 개인사업자라면 자신이 일을 멈추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할 때는 개인사업자 운운하며 거부하다가 파업만 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들에게 법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탄압하는 수단일 뿐이다. 노동자들은 ‘그들만의 법’에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고 자신의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고 정당하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이명박 정부는 대한통운 자본을 두둔하면서 폭력적으로 짓밟았고 이에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의 국면을 노사가 서로 양보하여 이겨내야 한다고 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을 ‘물류대란을 일으켜 경제위기 극복을 저해하는 집단이기주의자’로 내몰 것이다. 그러나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정권과 자본이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하며 자신들은 한 치의 양보도 할 의사가 없는 것도 정권과 자본이다.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은 더욱 더 착취당하고 자본은 더욱 더 승승장구한다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인정해달라는 이 당연한 요구를 자본은 끝까지 거부하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사업자는 회사의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고 사업 비용을 지원하지 않아도 되고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한통운 노동자들의 운송수수료 인상요구를 사측은 너무도 쉽게 무시할 수 있었으며 정권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합법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곧 고 박종태 열사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 월평균 30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부가세금, 유류비, 지입료, 휴대폰, 자동차보험료, 차량감가상비 등을 모두 본인이 부담하여 150만 원 가량의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15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 것이다. 자본은 택배노동자들은 개입사업자라는 이유로 이 모든 부담을 개인노동자에게 지우면서 막대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순간 이 모든 부담을 자본이 안게 된다. 자본은 그 ‘부담’을 회피하고 최대한 택배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갉아먹으면서 배를 불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대한통운은 2009년 1분기에 전부기 대비 매출액 57%, 영업이익 45%, 당기순이익 27% 증대된 실적을 내며 택배업계 1위로 우뚝 섰다.
고 박종태 열사의 투쟁은 대한통운 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화물연대 투쟁도 운수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택배노동자, 덤프노동자 뿐 아니라 학습지 교사,간병인, 골프 캐디, 보험 설계사 등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성 불인정으로 고통받고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투쟁은 전국의 모든 특수고용노동자, 더 나아가 법적으로 노동자성이 인정되지만 노동권을 부정당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건 투쟁인 것이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며 생존권을 짓밟힌 노동자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폭력으로 막으려 하는 정권과 자본에 대한 대한통운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운수노동자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폭력과 일방적 반노동자 정책을 바꾸기 위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지극히 정당하며 우리는 이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전국의 노동자 민중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하며 구조조정을 일삼고 반노동, 친자본 정책 일변으로 앞으로만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 신음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강도 높은 총파업 투쟁은 쌍용 자동차 파업 투쟁과 더불어 생존을 위협받는 노동자 민중들을 위한 투쟁이다. 전국의 노동자와 제사회단체들은 이에 연대하여 정권과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고 노동자 생존권을 쟁취하자.
1. 해고자를 원직복직하고 운송료삭감을 중단하라!
2. 화물연대를 인정하고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
3.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4. 자본의 위기 전가를 중단하고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
2009년 6월 11일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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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노동조합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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