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가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에서 한달 가까이 점거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2009년 6월 16일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경기도 평택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서울사무소 직원 등 4500명이 파업 해제와 생산 재개를 요구하며 공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만약 직원들이 노조원들의 저지를 무릅쓰고 공장 재진입을 시도한다면 노-노간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지난 14일 '파업이 더 지속되면 재기 불능 상황으로 빠져드는 만큼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전 직원이 16일 출근해 평택공장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측은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맨몸으로 진입해 심한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당일 헬기를 띄워 유인물을 살포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사측은 10시 50분 경부터 정문 앞에서 10분 가량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주변을 행진해 가족대책위와 마찰을 빚었으며 노조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노조는 15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갈고리, 밧줄을 이용하는 등 공장진입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용역과 비자발적 노동자를 동원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해서 공장진입을 시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5일 오전 9시 회사 교육이 실시되는 안성 교육장 근처에 용역깡패들이 탄 버스를 6대 발견했다. 회사는 일당 20만원의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작업복을 입혀 직원이라고 우기고 있다'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16일에는 공장진입을 치밀하게 준비한 회사의 문서가 공개되어 '사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노동자간의 갈등을 일으킨다'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노조가 입수한 '정문 진입을 위한 조별인원 편성 현황' 문서는 모두 8장으로 진입대오 및 임무, 인원편성 및 역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측은 공장진입을 위한 세부지침을 13일, 14일 관리자들에게 공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중역의 좌우에 위치한 인원에게는 사진 및 영상을 이용한 채증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지난 3일 쌍용차 경영진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리해고 시행 예정일인 8일 이후, 경찰에 노조가 점거 중인 평택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0일 평택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파업중단촉구결의대회에서도 사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도 합법적 조처를 하지 않은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경찰력 투입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평택공장 주변에 경찰 7~8개 중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이같은 조치가 공권력의 투입이 아닌 극한의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대비임을 강조했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배해 살수차와 소방차, 구급차도 대기시켰다. 이에 따라 쌍용차 노조원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는 올해 초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지난 4월 8일 전체 직원의 37%에 달하는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정리해고가 통보된 노조원 1100명을 중심으로 지난달 21일부터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공장 안에는 5600ℓ가 넘는 시너 등 폭발 위험이 큰 휘발성 물질이 저장돼 있는 도장 공장 등이 있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용산 참사의 경우처럼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협의와 노사정협의가 여러 차례 열렸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려 왔다. 사측은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위기 극복이 가능한데도 사측이 일방적인 정리해고만을 주장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사정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쌍용차 노조는 조건 없는 노-정 교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 회의에서 노조는 회사가 먼저 정리해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사측은 노조가 파업을 먼저 풀면 정리해고를 미루겠다고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005년 노무현 정권 때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당초 약속했던 신차 개발 등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 경영이 악화된 것이므로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사측도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노조 역시 옥쇄파업으로 맞서고 있어 평택공장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쌍용차 경영진은 '오랜 공장 점거로 남은 직원은 물론 20만 협력사 직원과 가족의 생계가 파탄 지경'이라며 '출근은 직원들의 자율적 결정으로 회사가 중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직원들을 강제 동원해 노-노 충돌을 유발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파업을 절대 풀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최근 노동자 2명이 뇌출혈과 심근경색 등으로 숨진 것은 사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면서 평택공장 공동관리인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쌍용자동차 사태 등 전반적인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22개 정당과 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발족식을 열고 정부와 기업 경영진에 쌍용차 등 자동차 산업에 공적자금 투입,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노조와의 대화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자동차산업 위기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진단한 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실시하고, 기업은 노동자 정리해고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대해 공적자금 등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이어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기술은 빼돌리고 투자는 하지 않는 외국기업과 자본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잘못하고 경영진이 망가뜨린 기업의 위기를 묵묵히 일한 노동자들과 종업원들이 떠안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쌍용차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리해고는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불이 나서 119에 전화했는데 소방 당국에서는 화재의 유연성을 운운하면서 방치하고 있는 상황과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쌍용차 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정부 당국에 여러 각도로 타진을 해보고 있지만 반응이 없다. 이는 청와대의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라면서 '정부가 고용을 유지시키고 노동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재벌 곶감 채워주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정부와 경영진이 정리해고 방칙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는 사회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이 상황에서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을 하는 것은 소방차가 필요할 때 경찰차를 보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 범대위는 쌍용차 사태가 제2의 용산 참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노조가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평택공장에 경찰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용산 참사 당시 정부는 대화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했었다'면서, 이같은 참사가 평택공장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있음을 우려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공장 안에는 신나와 인화물질이 차있어 경찰력을 투입할 경우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나는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정리해고와 그로 인한 노조의 파업사태가 평화적으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쌍용자동차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정부도 잘못된 자동차산업 정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권력의 투입은 자제되어야 한다. 신중치 못한 공권력의 사용은 제2의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음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발표한 긴급성명서 전문이다.
평화적 해결을 기원한다고 하더니 포크레인 등 중장비 동원!
계획적 폭력행위 조장하여 제3의 살인을 도발하는 정부와 법정관리인을 규탄한다!!
1.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는 해고가 살인이라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었다. 그러나, 회사의 반인륜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두 분의 조합원이 사망하였다. 이에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더 이상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오늘 6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박영태, 이유일 법정관리인을 살인죄로 고소고발했다.
2. 회사는 오늘(6월 15일) 오전 9시 이충동에서 조합원들을 모아 교육을 시키고, 교육이후 공장 앞으로 집결시켜 지형지물을 염탐하는 등 지능적이고 계획적으로 폭력행위를 훈련시켰다. 겉으로는 대화를 이야기 하면서 공장담을 허물어야 한다는 폭력을 지시하고, 강제하는 이러한 행위는 또 다른 살인행위에 불과하다.
3. 또한 노동조합에서 입수한 회사의 ‘내 일터 지키기 조별편성현황 재송부’라는 자료에 의하면 중장비를 동원하여 폭력을 양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조별로 인원을 편성하여 팀장과 조장, 조원을 두고 배치하고 있으며, 각 팀원들에게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공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특히 중역(임원)과 부장, 차장들이 선두에서 대열을 진두지휘하면서, 포크레인과 갈고리·밧줄을 이용해 철망을 뜯어내라는 지시를 분명히 하고 있다.
4. 한편 회사는 오늘 6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3번째 헬기를 동원하였다. 헬기를 동원하여 뿌린 유인물에는 ‘솔직한 대화를 원하며 이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되어있다. 회사는 ‘공장안에 있는 조합원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떠한 폭력도, 어떠한 무장도 없이 평화적인 걸음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가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5. 과연 이것이 평화적인 것인가? 겉으로는 조합원들에게 평화적인 대화를 원한다면서 뒤로는 폭력행위를 계획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지난 김영훈 조합원의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부는 회사의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문제를 분명히 제기했었다. 회사는 강제적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이번 문건에서 드러난 것은 계획적이고 강제적인 동원이 분명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6. 노동조합의 정당하고도 합법적인 투쟁에 대해 ‘정리해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속으로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노동조합이라고 거짓말을 하더니, 결국 이번 문건에서 회사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 특히 중역이 최선두에서 이러한 폭력행위를 솔선수범하는 지휘자가 되겠다는 지침서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진심어린 대화를 하자고 했던 회사측의 의도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수 없다.
7. 작금의 모든 상황은 회사에서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기 위한 계획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특히 이러한 시나리오에 강제적인 동원으로 인해 노동자들끼리의 싸움을 부추기는 반인륜적인 행태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동료가 두명이나 죽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동안 한직장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료들을 이간질시키는 행태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명백히 제3의 살인계획을 잡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8. 정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이 있다. 상하이자본으로의 매각을 허락했던 것도 정부의 해외매각정책에서 출발한 것이며, 상하이자본으로의 매각이후 투기자본에 대한 감시를 전혀 하지 않았던 정부 실책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촉구한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노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이유일, 박영태 법정관리인에 대한 살인책임을 분명히 물어 처벌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정리해고-분사 계획을 철회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현재의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막는것이고, 더 이상의 비극적 참사를 막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며,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9. 6월 15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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