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여름철 식중독에 의한 장염의 한방치료기

林 山 2009. 8. 11. 20:24

여름철에는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고 식중독(食中毒, food poisoning)에 의한 장염(腸炎, enteritis)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정하도 전날 먹다가 남긴 피자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식탁에 그대로 놔두었다가 다음날 먹고 그만 식중독에 의한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피자는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품 가운데 하나다.

 

장염은 병원체나 독소, 자극성 물질 등의 요인에 의해 생기는 장관의 염증으로 주로 소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장염에는 위장염(胃腸炎, gastroenteritis)과 대장염(大腸炎, colitis), 소장결장염(enterocolitis), 회장염(回腸炎), 크론병(Crohn's disease) 등이 있다. 위장염은 위에도 생기는 염증이 포함되는 경우이며, 소장결장염은 소장뿐만 아니라 결장에도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회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국소적 장염은 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회장이라는 소장의 말단부위에만 생기는 전형적인 만성 염증이다. 장염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발열, 복통, 구토, 설사가 주증상이다. 혈변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영아와 노인에게는 심각한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다. 설사가 오래 계속되면 탈수증세, 체중감소, 영양실조, 기력쇠약증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정하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에도 가지 않고 내가 보내준 위장질환 통용방인 평위산(平胃散)만 복용했다고 한다. 평위산은 식중독에 의한 복통, 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평위산을 복용해도 구토와 복통, 설사가 멈추지 않아 불과 며칠 사이에 체중이 6kg이나 줄고 체력이 극도로 떨어져 기진맥진해서야 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피자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식중독에 의한 장염에 걸렸음을 직감으로 확진하고 빨리 병원에 가서 수액부터 맞으라고 일렀다. 설사로 인해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는 것은 탈수증일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위산만으로는 장염의 치료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나는 인천 부평의 자향한의원장으로 있는 사위와 딸에게 연락하여 정하의 장염 치료를 위한 처방을 하라고 일렀다. 딸애 부부는 정하를 인천으로 데려와 이질과 장염에 매우 탁월한 치료효과를 가진 황련청장탕(黃連淸腸湯)을 복용시키자 바로 구토증상이 멈추고 복통과 설사가 점차 가라앉는다는 것이었다. 황련청장탕은 소양인(少陽人)의 이질(痢疾)에 쓰는 처방이지만 체질을 불문하고 이질 또는 장염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통용방이다.

 

나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일요일 정하를 충주로 데려와서 황련청장탕에 소양인 부종과 소변불리를 치료하는 오령산(五苓散)을 가미한 한약을 달여서 먹였다. 월요일이 되자 정하는 대변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고 복통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저녁 때는 식욕도 돌아와 장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주었다. 화요일이 되자 모든 증세가 거의 사라지고 소화력만 약간 떨어진 상태가 되었다. 수요일이 되자 정하의 장염은 거의 완치단계가 되었으며, 체중도 3kg 정도 늘어났다. 목요일 마침내 나는 정하의 장염이 완치되었음을 선언하였다.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정하는 금요일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황련청장탕의 처방은 생지황(生地黃), 목통(木通), 적복령(赤茯苓), 택사(澤瀉), 저령(豬苓), 차전자(車前子), 황련(黃連), 강활(羌活), 방풍(防風)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지황은 성질이 차서 해열작용이 뛰어나며 지혈작용도 있다. 찬 기운과 쓴 맛을 가진 목통은 소염, 이뇨작용이 있다. 적복령은 평한 성질과 달고 담담한 맛으로 해열, 이뇨, 치습(治濕)한다. 찬 기운과 단 맛의 택사는 해열, 이뇨, 제습(除濕) 작용이 있어 부종(浮腫)을 치료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감담(甘淡)한 저령과 성질이 차고 맛이 단 차전자는 강력한 이수삼습작용(利水渗濕作用)과 해독작용이 있어 임질(淋疾), 부종, 설사에 좋은 효과가 있다. 

 

강활은 거풍산한(去風散寒)하고 풍담(風痰)을 제거하여 감기나 풍수부종(風水浮腫) 뿐만 아니라 담통(痰痛), 골절통, 타박상의 치료에도 쓰인다. 방풍은 발한제습(發汗除濕), 거풍진통(祛風鎭痛) 작용이 있어 중풍과 사지경련에 흔히 강활과 함께 많이 사용한다. 황련은 청심열(淸心熱), 사화해독(瀉火解毒), 제습 작용이 있어 혈압을 내리게 하고, 위산(胃酸)과다로 속이 쓰리고 아플 때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열리(熱痢)에 특효가 있다.

 

오령산을 합방한 이유는 체내의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전해질 평형을 이루게 하고, 물길을 소변으로 돌려 설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다. 오령산의 처방은 택사, 저령, 적복령, 백출(白朮), 육계(肉桂) 등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택사, 저령, 적복령은 황련청장탕에도 들어 있다. 백출은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약간 달면서 쓰다.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는 건위소화 작용이 뛰어나 만성소화불량, 장염, 구토, 설사 등을 치료하며 식욕증진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병후의 식욕부진과 전신쇠약, 식은 땀이 많은 증상에 특효가 있다. 또 지속적인 이뇨, 진정작용이 있어 신장염으로 인한 부종이나 임신부 부종, 위령선(威靈仙)과 방기(防己) 등을 배합하여 만성관절류머티즘에도 많이 쓰인다. 그외 약한 강혈당 효과와 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급성세균성장염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육계는 성질이 뜨겁고 맛은 매우면서 달다. 보원양(補元陽), 난비위(暖脾胃)의 효능이 있어 복부나 소화기가 차서 일어나는 소화장애,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치료에 널리 쓰인다. 풍습성(風濕性) 사지마비와 동통, 허리나 무릎이 차고 시리면서 아픈 신경통, 관절 질환에도 많이 활용된다. 또 산후출혈, 오래된 이질, 변혈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신장기능 저하, 하복부 냉증이 있으면서 방광염이 자주 발생할 때도 사용한다. 고혈압이나 염증 초기에는 주의해서 쓴다. 

 

목통을 빼고 형개(荊芥)를 가미하면 임병에 특효가 있는 형개청장탕(荊芥淸腸湯)이 된다. 형개는 발표투진(發表透疹), 산풍이혈(散風理血), 해열 작용이 있어서 감기 초기의 발한, 해열을 위해 사용하고, 인후염과 피부질환 또는 중풍 등에도 많이 쓰인다. 초탄(焦炭)하면 지혈작용이 있어 자궁출혈, 코피, 변혈, 토혈, 뇨혈 등에도 사용한다.

 

정하는 한방치료를 받기 전 근처 정동병원에서 수액만 맞고 의사가 처방한 스멕타, 레보팜정, 티로메드정, 타이레놀ER 서방정, 포리부틴정, 메디락-에스장용캅셀 등 양약은 복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하는 평소 내가 양약은 급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먹지 말라고 강조한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서는 장염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스멕타나 레보팜정, 티로메드정, 타이레놀ER 서방정, 포리부틴정, 메디락-에스장용캅셀 등의 약을 처방한다. 스멕타는 흡착성이 있는 점토 광물성분의 지사제다. 주성분은 디옥타헤드랄 스멕타이트로 장내에서 유해균 등을 흡착 제거함으로써 지사작용을 하는 약이다. 역류성 식도염에도 사용한다. 드물게 변비와 식이곤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요로결석, 근약화, 골연화, 치매, 경련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레보팜정은 도파민길항제(dopamine antagonist)로서 위장관에서 도파민(dopamine)의 작용을 억제하여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부팽만감, 속쓰림, 구역, 구토 등을 완화시켜주는 위장관운동 개선제다. 레보팜정의 부작용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내분비계 부작용에는 간뇌의 내분비 기능조절 이상(고나도트로핀 분비 및 프로락틴 분비 이상)에 기인한다고 추정되는 무월경, 유즙의 지속적인 누출, 여성형 유방 등이 있다. 추체외로계 부작용으로는 드물게 진전, 설강(舌强, 혀의 굳어짐), 초조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소화기계는 때때로 구갈, 속쓰림, 오심(구역), 구토, 변비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순환계 부작용에는 고혈압이 있다. 기타 드물게 발진, 부종, 열감, 권태감, 불면, 졸음, 현기증, 비틀거림, 음위증(발기부전)도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투여시에는 무월경, 여성형 유방, 유즙 분비과다, 성욕의 증가나 감퇴, 입 주위의 경련증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티로메드정은 위장관의 운동조절 및 진경진통제다. 간담도산통이나 복부산통, 신장과 요관의 산통 같은 급성 경련성 동통, 위장관 이상운동증이나 담석증, 담낭염, 수술후 유착증 같은 복부 경련 및 동통 등의 소화기와 비뇨생식기 통증에 사용하는 약이다. 부작용은 구갈, 구역, 구토, 변비, 소양증(가려움증)이나 홍반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관 협착증과 중증 간부전 환자, 거대결장을 가진 사람에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타이레놀ER(서방정)은 비마약성 해열진통제다. 해열 및 감기에 의한 동통과 두통, 치통, 근육통, 허리동통, 생리통, 관절통에 처방한다. 염증이나 종창을 줄일 수는 없지만 진통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다른 진통소염제에 비하여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시 간독성(methemoglobinemia, hemolytic anemia 등), 알러지반응(두드러기, 홍반), 신장독성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량 복용시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잇다. 24시간내에 오심, 구토, 호흡곤란, 식욕부진, 졸림, 현기증, 간이 딱딱한 느낌, 부정맥, 저혈압, 황달, 급성 신부전, 간부전이 발생한다. 24~48시간내에 AST와 ALT, 빌리루빈, 프로트롬빈 상승이 상승한다. 72~96시간내 간괴사와 함께 사망할 수도 있다.

 

포리부틴정은 말레인산 트리메부틴 성분의 위장관 운동조절제다. 식도역류 및 열공헤르니아, 위 십이지장염, 위 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한 소화기능 이상, 과민성 대장증후군 및 결장 경련, 위산과다로 인한 속쓰림에 사용한다. 이 약은 드물지만 복부 팽만감, 복통, 복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유산균제제인 메디락-에스장용캅셀은 항생제나 화학요법제의 투여 등으로 장내균총 이상증상을 개선하여 장내 이상발효, 묽은 변, 설사, 변비, 복부팽만감의 치료나 정장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정하의 식중독에 의한 장염을 한약으로 치료한 경험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장염에 대한 한약요법은 치료기간을 단축시켰으며,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임이 증명되었다. 한의학은 최근 서양에서 붐이 일고 있는 대체의학 또는 자연의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8월 4일

 

자료제공-장수건강마을 충주 임종헌한의원 http://cafe.daum.net/leemsa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