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의상조사(義湘祖師) 법성게(法性偈)를 쓴 합죽선 선물

林 山 2011. 6. 2. 10:24

한학자인 박종원 선생으로부터 신라 때 의상조사(義湘祖師)의 법성게(法性偈)를 쓴 합죽선(合竹扇)을 선물로 받았다. 법성게는 중국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공부한 의상조사가 불법(佛法)과 깨달음의 경계를 7언 30구 210자로 표현한 게송이다. 화엄일승의 교리를 도해로 표현하였기에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勝法界圖)라고도 한다.    


법성게는 도장(印) 형식의 도(圖)에 끝없이 순환하는 미로를 따라 씌어져 있다. 미로는 크고 작은 4각형 54개로 구성되어 있다. 법성게는 도(圖)의 중심에서 '법(法)'자로 시작해서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불(佛)'자로 끝난다. 곧 법(法)-성(性)-불(佛)-인(印)이다! 법(法)의 자성(自性)을 깨달으면 곧 부처(佛)로 인가(認可)받는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법(法)이요, 그 끝은 불(佛)이다. 법(法)과 불(佛) 두 자가 핵심이기에 인(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법성게에는 이처럼 독창적이고 심오한 깨달음이 담겨 있어 당시의 불교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의상조사의 제자들은 '화엄일승법계도'에 관한 스승과의 대화와 자신들의 해석을 모아 '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髓錄)'이라는 책을 남겼다. 

 

법성게 합죽선을 펼친 순간 나는 평생을 끌어안고 싸워야 할 화두 하나가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해인삼매(海印三昧)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선물로 받은 법성게 합죽선 

 

법성게(法性偈)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無名無相絶一切 證知所知非餘境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 

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相共和 (초발심시변정각 생사열반상공화)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이사명연무분별 시불보현대인경)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능인해인삼매중 번출여의부사의)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是故行者還本際 叵息妄想必不得 (시고행자환본제 파식망상필부득)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무연선교착여의 귀가수분득자량) 

以多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이다라니무진보 장엄법계실보전)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궁좌실제중도상 구래부동명위불) 

 

법성게-세민 스님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니 진여의 세계로다. 이름도 붙일 수 없고 형상도 없어 온갖 것 끊겼으니 깨달음의 지혜로만 알 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참된 성품은 참으로 깊고도 오묘하니 자기 성품을 지키거나 집착하지 않고 인연따라 이루어지네. 하나 속에 일체 있고 여럿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로다. 한 작은 티끌 속에 시방세계 머금었고 온갖 티끌 가운데도 또한 이와 다름없네. 한량없는 오랜 세월이 한 생각 찰나요,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시간이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른 듯 하면서도 모두가 현재의 이 마음에 함께 있어서 얽힌 듯 얽히지 않고 각각 뚜렷하게 이루어졌도다. 부처를 이루고자 처음 마음 낼 때의 그 마음이 곧 바로 깨달은 부처의 근본 마음이요, 생사와 열반이 언제나 함께 하네. 진리의 본체계(리)와 나타난 현상계가 한결같이 평등하여 분별할 길 없으니 수많은 부처님과 보현보살님의 경지로다. 부처님은 고요한 해인 삼매 가운데서 온갖 불가사의한 법을 나투시네.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허공 가득한 진리의 보배가 비처럼 내리고 중생들은 저마다 그릇에 따라 얻는다네. 그러므로 수행자가 이 도리를 얻어 본바탕에 이르려면 헛된 집착을 끊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네. 걸림이 없는 방법으로 여의주를 마음대로 잡아 쥐어 진리의 고향에 돌아갈 자질과 능력대로 얻는도다. 신묘한 다라니의 다함 없는 보배로서 온 세상을 장엄하여 보배궁전 만드네. 마침내 실다운 진리의 세계인 중도에 자리에 앉았으니 옛부터 변함없는 그 이름 부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