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시협, 회장 신달자)가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과 재벌 총수들에 대해 찬양 일색인 작품들을 게재한 '사람-시로 읽는 한국 근대 인물사(사람, 민음사)'를 펴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협은 한국 근대 인물 112명을 다룬 시 모음집 '사람'을 펴내면서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등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들을 긍정 일변도로 그린 시들을 포함시킨 바 있다.
대표적으로 이태수는 시 '박정희'에서 '당신은 날이 갈수록 빛나는 전설',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을 우리의 횃불', '위대한 지도자요, 탁월한 선지자였습니다', '5·16은 쿠데타로 잉태해 혁명으로/개발 독재는 애국 독재로 승화됐습니다', '5·16쿠데타와 유신 독재가 없었다면/민족중흥과 경제 발전은 과연 어떻게 됐을는지요',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누가 뭐래도 당신은 빛나는 전설, 꺼지지 않는 횃불입니다'라고 표현하면서 낯간지러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시협의 고영, 박정대, 손택수, 조동범, 함민복 시인 등 55명은 5월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적 편향 논란을 일으킨 시집을 전량 회수하고 집행부가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다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들은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자’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시집의 내용이 '시협 전체 회원들의 공의와는 현격한 이반을 보이는 것으로 우리는 시인이라는 이름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이 책의 출간으로 수많은 독자들이 시협을 우익 예술단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 시집이 이승만, 박정희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의 삶과 행적을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과오를 언급하지 않은 점,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점 등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포기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하는 한편 시협이 '순수 비영리단체로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순수함을 지켜 온 시협 회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시인들은 또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인물들과 재벌 총수들에 대해 찬양 일색인 작품을 게재하고 그 기업에서 협찬을 받아 책을 출간'한 일을 '세속적 허명을 위해 시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참혹한 사태'로 규정하고 '시협 이름으로 간행되는 출판물은 회원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사회적 수용의 당위와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속적 허명을 위해 시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이 참혹한 양태를 시인의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분노했다.
붓을 잡은 자는 역사 앞에서 정직(正直)해야 한다. 즉 붓은 바르고(正) 곧아야(直) 하는 것이다. 진실을 왜곡하고 돈과 권력에 아부하는 붓은 차라리 꺾는 것이 낫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붓은 저열한 문자공해일 뿐이다. 또한 후세에 많은 해악을 끼친다. 곡학아세하는 시인들이여 더 이상 문자공해를 일으키지 말라.
시집 '사람' 불매운동을 선언한다. 참된 문학을 사랑하는 애독자들도 '사람'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201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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