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肉類)를 많이 섭취하는 쪽으로 식생활이 변화되어 왔다. 직업이 한의사이다 보니 환자나 지인들로부터 종종 체질(體質)을 판별해 달라거나, 어떤 종류의 고기가 자신의 체질에 맞는지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건강한 장수를 누리기 위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육류를 섭취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의학(韓醫學)에서 사상의학(四象醫學)은 같은 종류의 질병이라도 체질에 따라서 약을 달리 써서 고쳐야 한다는 학설이다. 체질은 체형(體形), 용모(容貌), 성정(性情), 습관(習慣), 섭식(攝食), 성음(聲音), 약물에 대한 반응 등을 종합해서 판별한다. 이제마(李濟馬)가 창시한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太陽人)과 태음인(太陰人), 소양인(少陽人), 소음인(少陰人) 4가지로 분류한다. 한국인 가운데 태음인은 약 50%, 소음인은 약 20%, 소양인은 약 30%, 태양인은 약 0.02%를 차지한다. 태음인>소양인>소음인>태양인 순이다.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은 간대폐소(肝大肺小)의 장부(臟腑) 형국(形局)을 가지고 있다. 즉, 간기능이 항진 상태이고 폐기능이 저하 상태인 폐허간실(肺虛肝實)의 체질이다. 태음인은 머리가 크고 이마가 좁으며, 광대뼈가 발달하여 얼굴이 동그란 편이다. 눈도 크고 체격도 크며, 허리가 발달하여 굵고, 피부는 두껍고 거칠다. 골격이 크고 발목이 굵어 걸음이 안정적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많다. 땀이 잘 나면 건강하다.
태음인은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인내심이 많으며, 지구력이 강해 일을 끝까지 하는 편이다. 성취욕도 강하다. 반면에 욕심이 많고 사치를 좋아하며 교만하기도 하다. 성격이 안일하여 게으른 편이고 속마음을 잘 내색하지 않는다. 의심이 많아 겁도 많다.
태음인은 열량의 손실이 많아서 다른 체질의 사람들보다 많은 열량의 보충이 필요하다. 그래서 태음인들은 육류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 중에서도 태음인에게 잘 맞는 고기는 쇠고기(牛肉)이다. 태음인에게 부족한 것은 태양의 기운(太陽之氣)이다. 소는 체구가 크고 행동이 느리며, 머리에 뿔이 있어서 태양성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체구가 크다는 것은 겨울 동안 땅속에 저장되어 있는 무한한 에너지, 큰 머리통 위에 있는 뿔은 봄에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기운을 상징한다. 그래서, 쇠고기를 먹으면 봄의 작용을 관장하는 간의 작용이 왕성해지며, 태음인의 지나친 폐의 수렴작용을 제어할 수 있다.
간대폐소한 태음인의 간기능이 항성하면 간이 뻣뻣해져서 제 기능을 잃고 병이 들게 되며, 간의 해독 능력도 저하된다. 간이 뻣뻣해지면 쉽게 화를 내고, 또 쉽게 피로를 느낀다. 그래서, 태음인은 항상 간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유간(柔肝) 또는 소간(疏肝)이라고 한다. 태음인에게 있어 유간, 소간은 병의 치료인 동시에 예방이다. 타박상을 입은 곳에 쇠고기를 붙이면 멍과 부기가 쉽게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쇠고기는 뭉친 것이나 뻣뻣한 것을 풀어주는 특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쇠고기는 태음인에게는 좋은 육류라고 할 수 있다. 태음인이 쇠고기 외에 다른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비만이 되기 쉽다.
본초서에 '쇠고기는 성질이 평(平)하거나 혹은 따뜻(溫)하며, 맛이 달고(甘) 독이 없다. 비위(脾胃)를 보하여 토하거나 설사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소갈(消渴, 당뇨병)과 수종(水腫)을 낫게 한다. 또 허리와 다리, 힘줄과 뼈(筋骨)를 튼튼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소음인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신대비소(腎大脾小)의 장부 형국을 가지고 있다. 즉, 신장 기능이 항진 상태이고 비장 기능이 저하 상태인 비허신실(脾虛腎實)의 체질이다. 소음인은 비교적 체격이 작은 편이다. 가슴이 좁아서 옹그린 자세를 취하며, 엉덩이는 넓고 몸을 흔들면서 걷는다. 얼굴은 아랫턱이 발달하여 각진 턱이며 눈이 작다. 화살코가 많다. 체격에 비해 머리가 크다. 피부는 얇고 매끄러우며,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다. 소화가 잘되면 건강하다.
소음인은 꼼꼼하고 섬세하며 재치가 뛰어나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교적이지 않아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욕심은 많지 않지만 질투심이 강해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편이다. 비밀스럽게 행동하지만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가끔 긴 한숨을 내쉰다. 성질은 단정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 교제한다.
소화기가 냉하고 약한 체질인 소음인에게 맞는 대표적인 고기는 닭고기(鷄肉)이다. 소음인에게 부족한 것은 소양의 기운(少陽之氣)이다. 닭은 어깨에 해당하는 날개가 크고 다리가 가늘어 소양성 동물에 속한다. 따라서 소음인은 소양의 기운을 보충해줄 수 있는 닭고기를 먹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특히 닭에다가 소양성 한약재인 인삼과 황기, 대추, 마늘 등을 넣어서 끓인 삼계탕은 대표적인 소음인 보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본초서에 '오자계육(烏雌鷄肉, 오골계 암탉)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거나 혹은 시며(酸), 독이 없다. 풍한습(風寒濕)으로 생긴 비증(痺症, 신경통, 관절염)과 반위(反胃, 위암, 위유문협착증, 식도협착증, 췌장염 등에 의한 구토)를 치료한다. 태아를 편안하게 하고 산후 허약을 보(補)한다. 또, 옹저(癰疽, 악성 종기)를 낫게 하는데, 고름을 빨아내고 새 피가 생기게 하며, 사기(邪氣)와 악기(惡氣)를 없앤다. 단웅계육(丹雄鷄肉)은 붉은 수탉의 고기이다. 성질이 약간 따뜻하거나(微溫) 혹은 약간 차며(微寒), 맛이 달고 독이 없다. 주로 여자의 붕루(崩中漏下)와 적백대하(赤白帶下)를 치료하는데, 허한 것을 보하고 속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정신을 좋아지게 하고 독을 없애며, 좋지 못한 것을 피하게 한다. 풍증이 있는 사람(風人)은 먹지 말아야 한다. 황자계육(黃雌鷄肉)은 붉은 암탉의 고기이다. 성질이 평하거나 혹은 따뜻하고, 맛이 달거나 혹은 시며, 독이 없다. 소갈이나 오줌이 잦은 것(小便數), 설사, 이질에 효과가 있다. 오장(五臟)과 골수(骨髓)를 보하며, 정수(精髓)와 양기(陽氣)를 돕고 소장(小腸)을 덥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외 염소고기(羖肉, 山羊肉), 개고기(狗肉, 犬肉), 노루고기(獐肉), 칠면조고기(七面鳥肉), 꿩고기(雉肉), 참새고기(雀肉), 비둘기고기(鳩肉) 같은 소양성 동물도 소음인에 맞는 육류다.
염소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원양(元陽)을 보하고 허약증을 낫게 하며,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양기가 부족한 냉체질의 노인들이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성이 먹으면 이롭다. 어지럼증이 있거나 수척한 사람, 기혈이 허약하고 정신이 위축되며 소화불량이면서 식은땀(冷汗)이 나는 산모에게도 좋다. 또, 심장을 안정시켜 주고 혈(血)을 보하며, 경기(驚氣)와 통증을 낫게 한다.
개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血脈)을 조절하며, 장(腸)과 위(胃)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 양기를 보하여 정력을 증강시킨다. 비위가 차고 약하여 뱃속이 찌르는 듯이 아픈 증상도 치료한다.
노루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오장을 보한다. 본초서에 '노루고기를 음력 8월~12월 사이에 먹으면 양고기보다 좋고, 다른 달에 먹으면 기(氣)가 동(動)하게 된다. 또, 옛날 도가(道家)에서 양생(養生)하는 사람들은 노루나 사슴의 고기를 꺼리지 않고 말려서 먹었다.'고 한다.
칠면조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글루타민산과 아르기닌, 튜신, 타이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지방이 근육 속에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된다. 육류 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가장 낮으며, 칼로리도 매우 낮다.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칼슘의 함량도 매우 높다. 항우울 효능이 있는 메티오닌, 티로신, 글루타민, 가바 등이 다른 육류보다 풍부하여 우울증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능도 있다.
꿩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거나 평하고, 혹은 약간 차다고도(微寒) 한다. 맛은 시고(酸) 독이 없거나 혹은 약간 독이 있다고도 한다. 중초를 보하고 기를 생기게 하며(補中益氣), 설사를 멈추고 누창(瘻瘡)을 낫게 한다.
참새고기는 성질이 덥거나(煖) 혹은 몹시 따뜻하다(大溫)고도 하며, 독이 없다. 5장이 부족한 것을 보하고 양기를 세게 하며 기운을 돕는다(壯陽益氣). 또,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정수(精髓)를 보하며, 오줌량을 줄이고 음경이 잘 일어서게 한다. 본초서에 '참새고기를 먹으면 불임증이 있는 사람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겨울 참새가 제일 좋다.'고도 한다.
비둘기고기는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달고 짜다(鹹). 간장과 신장을 자양(滋養)하고 기혈을 보하며, 풍(風)을 제거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오랜 병으로 허약해진 사람이 먹으면 좋다. 본초서에 '비둘기고기는 해독의 효능이 있어 악성 피부병을 치료하고, 부인의 혈허경폐(血虛經閉)와 생리불순에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양인은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비대신소(脾大腎小)의 장부 형국을 가지고 있다. 즉, 비장 기능이 항진 상태이고 신장기능이 저하 상태인 신허비실(腎虛脾實)의 체질이다. 소양인은 가슴이 넓고 엉덩이는 작으며, 몸에 군살이 없어 역삼각형의 체형을 가진다. 체격에 비해 머리가 작으나 얼굴은 길다. 눈이 매섭게 보이며, 양 어깨를 뒤로 젖혀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듯이 서 있는 편이다. 팔다리가 가늘고 길며, 걸을 때 팔을 많이 흔들면서 걷는다. 피부는 얇고 흰 편이다. 대변을 잘 보면 건강하다.
소양인은 재간이 있고 명랑하며, 따지기를 좋아하고 잘난 척하는 마음이 있다. 외교를 좋아하고 사교적이지만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고 허영심이 많다. 예리하고 용감하며, 성격이 조급하여 앞에 나서길 좋아하나 일을 끝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용두사미). 성질은 굳세고 씩씩하며, 사무에 능하다
소양인에게 맞는 대표적인 육류는 돼지고기(豚肉)이다. 비대신소한 소양인은 수승화강(水昇火降) 또는 수화기제(水火旣濟)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열이 위로 떠서 병이 생기기 쉽다. 이는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소양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는 신장을 보하고 열을 내리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열을 내려주고, 신장의 기운을 튼튼하게 해주기에 소양인에게 이롭다.
소양인에게는 소음의 기운(少陰之氣)이 부족하기 쉽다. 돼지는 머리가 길고 뾰족하며, 배는 심하게 하수되어 있고 체질이 강건하며, 번식력이 좋다. 또, 발육이 늦어 체격은 작고 신체가 작은 편이다. 이처럼 돼지는 비허신실한 소음성 동물로 소양인에게 부족한 소음의 기운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좋은 육류라고 할 수 있다. 소양인 남성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정력도 좋아진다.
본초서에 '돼지고기는 성질이 차거나 혹은 서늘하며, 맛은 달고 짜며, 혹은 쓰다고도(苦) 한다. 약간 독이 있다고도 한다. 돼지고기는 열을 내려주기에 열로 인한 변비에 좋다. 또, 혈맥이 약하거나 힘줄과 뼈가 허약한 증상에도 좋다. 수은중독과 광물성 약중독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그러나, 풍을 동하게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돼지는 비계가 많아 그 고기를 먹으면 살이 빨리 오른다.'고 나와 있다.
오리고기(鴨肉)도 소양인에게 좋은 육류다. 오리고기가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열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본초서에 '오리고기는 사람의 기운을 보강해주고 비위를 조화롭게 해주며, 여름철 열독(熱毒)을 풀어 준다. 흰오리고기를 백압육(白鴨肉)이라고 한다. 백압육은 성질이 서늘하고(冷) 맛이 달며, 독이 약간 있거나 혹은 없다. 허한 것을 보하고 열을 없애며, 장부를 고르게 하고(和臟腑)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한다.
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은 폐대간소(肺大肝小)의 장부 형국을 가지고 있다. 즉, 간기능이 저하 상태이고 폐기능이 항진 상태인 간허폐실(肝虛肺實)의 체질이다. 머리는 작고, 얼굴은 이마가 발달하여 평평하고 흰 편이다. 목덜미가 굵어 턱을 치켜세운다. 몸은 마른 편이고 팔다리도 작으며, 뼈가 가볍고 하체가 약해 잘 넘어진다. 소변을 잘 보면 건강하다.
태양인은 게으르지 않고 의지가 굳세어 공무를 잘 수행하지만, 과장과 자존심이 강해 자기 능력 밖의 것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과 교제를 잘하나 행동거지가 제멋대로이고 독선적이라 사업에 실패해도 후회를 잘 안한다. 성질은 말이 잘 통하고 교우관계에 능하다
태양인에 맞는 가금류나 가축류의 고기는 없다. 태양인에게 육류는 이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인은 육류 대신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2014. 1. 3.
임종헌(임종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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