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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Bus 44

林 山 2014. 5. 21. 14:30


영화 'Bus 44'와 세월호 그리고 우리


'Bus 44'는 대만 출신 다얀 엉(伍仕賢, Dayyan Eng)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2001년에 제작한 단편영화다. 주연은 베이비 꽁(龔蓓苾 Beibi Gong), 러닝 타임은 약 11분이다.


한 남자가 시골길에서 44번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에 탄 남자는 예쁜 여성 버스기사에게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말을 건넨다.  


버스는 시골길을 한참 달리다가 또 두 남자를 태운다. 그 둘은 다름아닌 강도였다. 그들은 버스에 타자마자 승객과 운전기사의 가방과 주머니를 턴다. 그 뿐만 아니라 예쁘장한 여기사를 강간하기 위해 강제로 끌고 나간다. 여기사는 끌려나가면서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승객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승객들은 내 일이 아니라는 듯 외면한다.  


그때 처음에 탔던 남자가 그녀를 구하자고 승객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할 수 없이 그 남자는 혼자서 여기사를 구하러 나간다. 하지만 그는 강도들에게 무참하게 폭행만 당한다. 그런데도 나머지 승객들은 능욕을 당하는 여기사와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는 남자를 버스 안에서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다. 


강도들이 달아난 뒤 강간을 당한 여기사는 버스로 돌아오고, 원망 어린 눈으로 승객들을 노려본다. 그녀를 구하러 갔던 남자도 강도에게 잔뜩 얻어맞은 채 칼에 찔린 다리를 끌면서 간신히 버스로 돌아온다. 그러나 갑자기 버스에 타지 말라며 문을 닫아버리는 그녀! 그의 가방까지 버스 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당신을 구하려 했었잖아요!' 하며 항변하지만 들은 체 만 체 그를 남겨 두고 버스는 가버린다.


허탈해진 남자는 터벅터벅 길을 걷다 운좋게 다른 차를 얻어탄다. 곧 그 옆을 경찰차가 쏜살같이 지나가며 알려준다. 바로 앞에 44번 버스가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여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 죽었다고.....


영화는 사고의 전말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은 남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끝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수백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10년도 더 지난 이 영화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모습이 세월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바라보던 우리들의 자화상과 꼭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2014. 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