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버지의 저녁 밥상을 차려드리면서

林 山 2014. 8. 4. 12:14

2014년 1월 뇌경색 재발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의 아버지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아버지를 내 집에 모시게 되었다. 아버지의 연세는 올해 80세, 두 번의 뇌경색 발병으로 몸이 성치 못하시다. 어느 날 내가 아버지의 저녁 밥상을 차려 드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7시경 진료를 마치자마자 퇴근해서 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배가 고프다는 표정이 역력하셨다. 


아버지에게 저녁 밥상을 차려드리는 것은 아마도 생전 처음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다. 밥은 전기밥솥에서 퍼서 담기만 하면 되었고, 미역국은 데우기만 하면 되었다. 미역국이 끓는 동안 밥을 푸는데, 아버지의 식사량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대충 짐작으로 밥을 담은 그릇을 보여드리면서 아버지에게 '이 정도면 되나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가 '그만하면 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밑반찬을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고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어느 것이 김치고 장아찌인지 도통 모르겠는 것이었다. 일일이 반찬 그릇의 뚜껑을 여닫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잘 드실 만한 밑반찬을 식탁에 꺼내 놓았다. 마지막으로 끓인 미역국을 뜨는데, 또 어느 정도 담아야 할지 난감했다. 미역국을 네 국자인가 떴을 때 아버지가 '그만 됐다' 하시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시는 물끄러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가 그동안 아버지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아버지의 식사량도 모르고 있었던 나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불효자 중에서도 상불효자였다. 


나는 단 한 번 아버지의 밥상을 차리는데도 이렇게 애를 먹는데..... 나는 시부모를 모시는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몇 십 년을 하루같이 시부모를 봉양하는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14.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