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시골집에 들렀다.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고향은 온통 눈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천등산
어릴 때부터 내가 매일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던 천등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땔감이 귀하던 시절 동생들과 함께 천등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던 추억이 떠오른다. 봄에는 지게에 진달래꽃을 한 다발 꺾어서 얹고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 시절이 그립다.
산척초등학교 전경
내 어린 시절을 보낸 산척초등학교는 옛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건물도 다 새로 지어서 내가 공부하던 교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봄이면 꽃비를 날리던 벚나무도,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플라타너스도 모조리 사라졌다. 운동장 서쪽 한켠에 우뚝 솟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한 그루만이 내 추억과 함께 세월을 지키고 있다. 제발 저 은행나무만은 늙어서 천수를 다하기를 빌고 또 빈다.
고향 시골집
시골집은 여전한데 부모 형제는 다 떠나고 없다. 아버님은 내가 모시고, 동생들은 다들 분가해서 살림을 났다. 시골집은 부모님이 막내 남동생한테 물려 주셨다. 빈집에 들어가니 썰렁한 느낌이 온몸에 전해온다. 지금은 동서고속도로 건설 현장 직원들이 세를 들어 있어서 썰렁한 느낌이 조금은 덜하다. 하지만 내년에 산척구간 공사가 끝나고 이들마저 떠나면 고향집은 어떻게 될까?
눈 덮힌 고향 땅을 석양에 찾아드니
그리운 동무들 어디런가 간 곳 없고
천등산 바라보며 세월을 한하노라
201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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