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秋雨)
이슥한 밤 비가 내린다
가을의 끄트머리에
그 누군가의 슬픔이
그 누군가의 분노가
그 누군가의 안타까움이
비가 되어 내린다
이런 날은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가로수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하염없이 내리는 가랑비도
더없는 축복일 게다
연인이 아니면 어떠리
밤 그림자를 벗 삼아
저 길 끝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다
선술집 목로는 쓸쓸하고
주객들의 술잔도 쓸쓸한데
가을비는 속절없이 내리고
나그네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가을의 끄트머리에
그 누군가의 슬픔이
그 누군가의 분노가
그 누군가의 안타까움이
비가 되어 내린다
이슥한 밤 비가 내린다
2016. 11. 18.
백만 촛불시민항쟁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