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J. Brahms,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은 앞선 두 곡의 소나타들처럼 고유한 음향적인 골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 작품만의 특징으로서 스케일이 크고 협주곡적인 성격이 강하며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유일하게 4악장 구성이다.
브람스(Johannes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바이올린 소나타 3번)
작품번호를 붙여 출판했던 세 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를 완성시키기 위해 브람스는 꽤 이른 시기부터 바이올린 소나타 양식을 탐구하여 몇몇 작품들을 작곡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853년 로베르트 슈만과 알베르트 디르티리와 공동으로 작곡했던 소나타 가운데 브람스의 몫이었던 3악장 C단조의 스케르초(일명 FAE 소나타)만이 유일하게 남아있고 나머지 곡들은 자신이 직접 폐기 처분했다. 엄격한 자기비판과 고전양식에 대한 창조적인 연구를 거친 그는 1번 교향곡을 작곡한 이후 자신만의 유려한 스타일을 완성시킬 수 있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원숙기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작곡가는 1878년부터 1888년 사이에 세 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다.
브람스(Johannes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바이올린 소나타 3번)
이렇듯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었던 브람스는 다른 사람의 작품이건 자신의 작품이건 모두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 그러한 성격 덕분에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과 꽤 오랜 친분을 맺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50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완전한 길이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처음 출판할 수 있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 D단조 Op.108>은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Op.99>와 <피아노 트리오 Op.101>과 마찬가지로 작곡가가 1886년부터 1888년 사이 여름을 지냈던 스위스의 투너 호숫가의 호프슈테텐 시절에 완성되었다. 2번 소나타의 경우는 1886년 8월에 작곡이 완료되었지만 D단조 소나타는 당시 초안만 잡아둔 상태였고 2년 뒤인 1888년이 되어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초연은 1888년 12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예뇌 후바이와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고 그의 오랜 친구였던 한스 폰 뷜로에게 헌정되었다.
브람스(Johannes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바이올린 소나타 3번)
브람스(Johannes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바이올린 소나타 3번)
브람스의 평생의 동반자로서 로베르트 슈만의 미망인인 클라라 슈만은 이 작품의 초고를 받아본 뒤 흥분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을 선물해 주었군요”.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교향곡 4번 E단조>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과 더불어, 이 <바이올린 소나타 D단조>는 만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브람스의 음악적 자신감과 극적인 활력이 불꽃처럼 피어나는 명곡이다. 특히 단조에서 기인하는 사색과도 같은 분위기와 잔잔한 명상의 느낌, 그리고 우울의 어두운 힘과 베토벤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극적인 성격이 서로 대비를 이루며 형식적인 완결성을 드높인다.
1악장 알레그로(Allegro)
1악장 알레그로(Allegro)
1악장 알레그로(Allegro). 1악장은 열정적인 표현을 머금은 작품 전체의 성격을 결정짓는 제1주제로 시작하고, 제2주제는 갈망의 느낌이 강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처음 도입 악구의 느낌과 훌륭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이 악장의 중심부분은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전개부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조성변화 대신에 피아노 파트의 페달음을 사용하며 1/4박자로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저음A의 리드미컬한 진행으로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브람스가 고안해 낸 음향적인 신비로움 덕분에 이 중심부분은 극적인 첫 주제와 마지막 피날레 사이에서 서정적이고도 신비로운 휴지부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2악장 아다지오(Adagio)
2악장 아다지오(Adagio)
2악장 아다지오(Adagio). 2악장은 표현력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그 길이를 아쉬워할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대단히 강렬하다. 1악장에서처럼 단선율의 흘러내리는 듯한 프레이징이 진행되다가 36마디부터 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부터 바이올린이 주도적으로서 신중한 피아노 반주를 제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악기는 결코 맞서지 않고 교묘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영감 혹은 형언하기 힘든 고결함을 자아낸다. 정성스러운 필치와 일말의 인내심을 갖고 꿈꾸는 듯한 클라이맥스를 이룬 다음, 이내 잦아들며 악장 처음에 제시된 단순함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3악장 운 포코 프레스토 에 콘 센티멘토(Un poco presto e con sentimento)
3악장 운 포코 프레스토 에 콘 센티멘토(Un poco presto e con sentimento)
3악장 운 포코 프레스토 에 콘 센티멘토(Un poco presto e con sentimento). 3악장은 일종의 스케르초로서 서정적인 응집력이 강한 느린 악장과 폭발적인 피날레 악장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변덕스러운 휴지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이미 1악장 구성에서 경험한 바, 일종의 감정적인 휴식의 재현부라고 말할 수 있다. 평론가 에두아르드 한슬리크는 이 F샤프 단조의 짧은 3악장을 브람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것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다.
4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
4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
4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
4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Presto agitato). 4악장은 에너지감 넘치는 타란텔라 풍의 피날레로서, 1악장의 열정적이고 극적인 음의 언어를 다시금 재현하며 음향의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일구어낸다. 피아노 파트는 이전의 1번과 2번 소나타보다 훨씬 집약적이고 다이내믹하며 비르투오소적이기까지 하여 바이올린 파트와 불꽃 튀기는 접전을 벌인다. 그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인 F단조 Op.5의 피날레 악장에 등장하는 코랄 형식의 주제와 유사한 음향을 들려주는 한편 이 악장 코다 부분의 비극적인 기운은 피아노 5중주 F단조 Op.34의 종결부분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보다 확장해서 말하자면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모든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표현력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걸작 가운데 하나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7.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