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En Saga Op.9)>은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가 1892년에 초고를 작성해서 1901년에 개정한 교향시다. 초고 초연은 1893년 2월 16일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의 지휘로 이뤄졌다. 시벨리우스의 다른 관현악곡이 음시(音詩)인 반면, 이 곡은 훗날 시벨리우스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작곡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판 초연은 1902년 11월 2일 헬싱키에서 로베르토 카야누스의 지휘로 이뤄졌다. 편성은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튜바, 큰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현5부로 되어 있다.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 'En Saga' Symphonic Poem Op.9(교향시 '전설')
Shanghai Opera House Orchestra, Lorenzo Sbaffi, conductor Shanghai, September 29th 2012
이 곡이 교향시로 불리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어떤 특정한 스토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이 기반을 두고 있는 스토리에 대해 시벨리우스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그의 노년인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전설〉은 어떤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당시 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었고, 어떤 작품에서도 나는 내 자신을 그렇게 완전하게 표현한 적이 없다. 내가 모든 문학적인 표현을 멀리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매우 암시적으로 말을 남겼다.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 'En Saga' Symphonic Poem Op.9(교향시 '전설')
Harutyun Arzumanyan. NPOA
그렇다면 시벨리우스가 〈전설〉을 작곡할 당시에 겪고 있었다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단지 이에 대해 추측만을 할 수 있다. 1892년 26살의 젊은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강렬한 오케스트라 곡을 썼다는 사실은 그에게 분명 매우 행복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시벨리우스는 당시 막 자신의 첫 번째 주요 작품인 〈쿨레르보 교향곡〉을 초연했었고, 이 작품은 《칼레발라》라는 그의 일생일대에 영향을 준 핀란드의 고대 서사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었다.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 'En Saga' Symphonic Poem Op.9(교향시 '전설')
Sunnyside Symphony Orchestra. 28 Feb 2016 Portland, Oregon
핀란드 국민들은 〈쿨레르보 교향곡〉에 엄청난 찬사를 보냈고, 그는 일약 핀란드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쿨레르보 교향곡〉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자신의 애인 아이노 예르네펠트(Aino Järnefelt)의 부모님을 설득하여 그 해 6월에 결혼을 하게 허락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아마도 시벨리우스가 꿈꿔왔던 여인임에는 틀림없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시벨리우스가 91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60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가 말한 ‘고통스러운 경험’은 그가 비엔나에서 수학하던 1890년에서 91년 사이 그가 자신의 꿈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했을 때 겪었던 어려운 시간으로부터 기인하는 듯하다.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 'En Saga' Symphonic Poem Op.9(교향시 '전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
〈전설〉은 이후 시벨리우스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교향시 작곡의 효시를 열어준 작품이다. 이 곡은 시벨리우스의 지휘로 1893년 2월 16일 헬싱키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초연은 그가 기대했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이 작품을 10년 가까이 멀리하다가, 그의 친한 친구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페루치오 부조니(Ferruccio Busoni, 1866~1924)가 1902년 베를린에서 이 곡을 다시 연주해달라는 요청으로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의 연주를 통해 다시 이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 중요한 쇼케이스 연주를 위해 시벨리우스는 곡의 길이를 줄이고 그간 갈고 닦은 세련된 작곡 기술로 곡을 다듬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전설〉 이후에 작곡한 〈교향곡 1번〉과 〈교향곡 2번〉을 통해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결국 이 개정판은 1902년 11월 2일 베를린에서 초연되었고, 오늘날 연주되는 버전은 이 개정판을 토대로 한다.(클래식 백과)
2017.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