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6일부터 성마루미술관(관장 조태남)에서는 제33회 '남한강전(南漢江展)'이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11월 16일까지다. 성마루미술관은 충주시 대소원면 장성리 243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성마루미술관
이번 전시회에서는 도록에 실려 있는 원화와 다른 그림이 몇 점 전시되어 있어 관락객으로 하여금 당황하게 한다. 이는 주최측이나 작가의 불찰로 보인다. 화제와 그림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작품에 맞는 원래의 화제를 찾아 주면 좋겠다. 남한강전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술관 앞 연못
성마루미술관 바로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가에 서 있으면 붕어와 비단잉어들이 이리저리 한가하게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못에는 부레옥잠과 연꽃도 있다.
매창, 그 사랑을 만나다 - 김수진
2년 전인가 매창(梅窓)에 관한 글을 한 편 쓴 적이 있다. 성마루미술관에서 매창의 사랑을 그린 그림을 다시 만나다니 반갑다.
조선시대 시(詩)와 거문고로 이름을 떨친 이매창(李梅窓)의 묘(전라북도기념물 제65호)는 매창 묘는 부안읍(扶安邑) 서외리(西外里) 매창공원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있다. 묘소 주위에는 매창과 그녀의 정인(情人)이었던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 글벗이었던 교산(蛟山) 허균(許筠)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권응인(權應仁)의 '송계만록(松溪漫錄)'을 인용하여 고려~조선 시대까지의 시기(詩妓)에 대해 기록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용성의 창기(娼妓) 우돌(于咄), 팽원의 창기 동인홍(動人紅)만이 시를 지을 줄 알았고, 조선시대에는 송도 기생(妓生) 황진이(黃眞伊), 부안 기생 매창(梅窓)과 추향(秋香) 그리고 복랑(福娘), 호서 기생 설죽(雪竹)과 취선(翠仙), 진주 기생 승이교(勝二喬), 성천 기생 일지홍(一枝紅) 등이 시로 유명했다.
일찌기 황진이, 박연폭포(朴淵瀑布), 서경덕(徐敬德)은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부안 출신 시인 신석정(辛夕汀)은 이매창, 직소폭포, 유희경를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고 했다. '남매북황(南梅北黃), 남쪽에는 매창이요 북쪽에는 황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조선 최고의 시기(詩妓)였다.
마실 - 유영복
'마실'은 원고지의 바다에 종이배 세 척이 떠 있다. 특이한 그림, 특이한 제목이다. 내 눈은 작가에게는 보이는 이미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현상 너머로 보이는 세계를 공유하거나 공감할 수 없을 때 단절을 느낀다. 불통과 소외를 절감한다.
비움, 짓 - 윤승진
'비움, 짓'은 무엇을 비우려는 짓인가? 화면에는 윤봉길 의사의 모습도 보이고, 부처의 모습도 보인다. 화제는 같지만 도록에 실려 있는 그림이 아니다. 도록의 그림과 이미지는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경 - 고기호
'경'에서는 마치 세계가 정지한 듯안 고요함이 느껴진다. 문득 일본의 어떤 작가가 떠오른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을 찍은 나도 그림의 일부가 되었다. 도록에는 '금의옥액(金衣玉液)'이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예로부터 홍시를 금의옥액이라 불러왔다. 달콤한 즙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도 금의옥액이라고 한다.
Work 1534 - 장을봉
이 그림을 보고 문득 히말라야 산맥이 떠올랐다. 어둠과 찬란함의 대비에서 오는 강렬한 느낌이 있는 그림이다. 실제로 히말라야에 가면 저런 풍경을 만날 것도 같다.
마당조각 191026 - 강미중
'마당조각 191026'은 이상의 시를 떠오르게 하는 그림이다. 현실 같으면서도 초현실을 생각하다. 이 그림도 도록의 원화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구도는 똑같다. 하지만 원화에는 우측 상단의 구름 두 덩어리가 없고, 색조도 전반적으로 더 짙다. 전시 작품에 대해 '도록과 같은 그림입니다. 조금 고쳐 그렸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 이영순
깊은 중저음의 첼로 연주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하다. 그림에서 생동감과 다이내믹한 리듬이 느껴진다. 섹시함마저 느껴지는 그림이다.
바다로 - 박세라
대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하얀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그 앞으로 은빛 물결이 찬란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 바다 너머를 꿈꾸는 것일까? 그렇다면 저 나비는 자유다. 작가 자신이다.
봄의 축제 - 김경영
화면에는 핑크빛 낭만으로 가득하다. 숲의 축제로 발그레한 봄풍경이다. 한편으론 덩리쥔(鄧麗君)의 '티엔미미(甛蜜蜜)'나 야라이샹(夜來香)을 떠오느게 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도 도록의 원화와는 다른 그림이다. 주제는 같다.
Peace, 피어나다 - 장백
'Peace, 피어나다'는 조각이다. 슬픔과 환희,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얼마 전 장백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한때는 절친 후배였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소원해졌다. 장백 작가는 이승에서는 참 한많은 세상을 살다가 갔다. 저승에서라도 극락세계를 누리기 바란다.
겨울 산촌 - 유혜정
강산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설경이 아늑하다.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저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양수리 - 진순덕
생명이 약동하는 초봄의 풍경이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그림이다. 사진에 비친 액자 때문에 도록의 원화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남한강의 휴식 - 서미숙
'남한강의 휴식'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그림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될 것 같다.
모란도 - 윤현자
'모란도(牡丹圖)'는 민화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모란 꽃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모란꽃은 부귀를 상징하고, 그림에 나비를 그리면 축수(祝壽)의 의미가 있다. 중국어 '나비'를 뜻하는 '蝶(띠에)'는 '70~80세 노인'을 뜻하는 '耋(띠에)'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부귀화인 모란꽃 그림에 나비를 함께 그리면 '70~80살까지만 부귀하게 사세요'라는 뜻이 된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영원히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리고 싶은데, 70~80년까지만 누리라는 것은 오히려 욕이나 저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모란꽃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이 법식이었다.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향기가 있다. 향기가 없다는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의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일연(一然, 1206∼1289)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모란은 진평왕(眞平王, 재위 579 ~ 632) 때 신라에 들어왔다. 당나라 황제는 이때 모란 그림 1폭과 모란 씨 3되를 신라에 보내왔다고 한다. '삼국유사' 선덕여왕(善德女王) 1년(632) 조의 기록에 '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온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얻어 덕만(德曼, 선덕여왕의 공주 시절 아명)에게 보인 적이 있다. 덕만은 "이 꽃은 곱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은 웃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라고 묻자 그녀는 "꽃을 그렸으나 나비가 없기에 이를 알았습니다. 무릇 여자로서 국색(國色)을 갖추고 있으면 남자가 따르는 법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는 법입니다. 이 꽃이 무척 고운데도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틀림없이 향기가 없는 꽃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씨앗을 심었는데, 과연 그녀가 말한 것과 같았다. 그녀의 앞을 내다보는 식견은 이와 같았다.'는 내용이 있다.
덕만공주나 김부식, 일연은 모란도에는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다는 중국의 문화와 모란에 대해 무지했다는 이야기다. 모란꽃은 실제로 향이 매우 진한 꽃이다. 향기가 있기에 벌과 나비도 날아든다.
약사관음 - 장홍대
'약사관음(藥師觀音)'은 탱화(幀畵)다. 그런데 약사관음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약합(藥盒)을 들고 있어서 약사관음이라고 했을까? 관세음보살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는 약사여래(藥師如來) 또는 약사불(藥師如來佛)이라고도 부른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다.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한다.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보살이다. 약사여래와 관세음보살은 그 기원이 다르다. 그림에서는 약사신앙과 관음신앙의 통합을 나타낸 것인가?
201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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