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후보의 본질, 윤석열의 경우 - 홍기표(자유기고가)

林 山 2022. 1. 5. 10:43

2022년 3월 4일 실시되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63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20대 대선 국면은 국민의힘(국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부동의 2강 구도를 형성했다. 국민의당(국민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강 후보와 큰 격차로 뒤진 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힘 윤석열 후보의 말실수가 반복되고, 정치철학의 부재 드러나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지지율로 앞서고 있다. 국힘 일각에서는 후보교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당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이 10%를 넘나드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자유기고가 홍기표는 '후보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이 왜 급락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선거에 나온 후보는 2가지 모순된 지위를 갖는다."고 말한다. 2가지 모순된 지위란 '권력자'와 '연기자'로서의 지위를 말한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연기자로서의 역할, 즉 얼굴마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지지율 급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홍기표의 글 '후보의 본질' 전문이다. <林 山>  

 

홍기표(자유기고가)

후보의 본질 - 홍기표(자유기고가)

 

선거에 나온 후보는 두 가지 서로 모순된 지위를 갖는다. 하나는 '권력자'로서의 지위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선택과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람이 후보이기 때문이다. 즉 선거운동의 최종 권력이 후보다.

 

또 하나는 '연기자'로서의 지위다. 후보는 자기 자신을 대중 앞에 상품화한 사람이다. 사람들 앞에서 마치 내가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과장되면서도 절제된 몸짓과 언어를 구사해서 '표딱지'를 직접 긁어모아야 한다. 즉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영화로 치면 투자도, 감독도, 연기도 자기 자신이 해야 하는 극한 직업이 후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권력자로서의 후보와 연기자로서의 후보가 종종 충돌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요소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가? 당연히 후보가 권력자의 역할이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 선거를 이기면 권력자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지만, 선거를 지면 연기자 역할도 끝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선거의 핵심 요소가 숙련된 선거대책본부장(선대본부장)이 된다. 후보는 거의 모든 결정을 선대본부장에게 일임해야 한다. 즉, 권력자의 역할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후보 자신은 얼굴마담, 즉 연기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선거운동이 제대로 돌아간다.

 

후보가 사무실에 앉아 홍보물이나 보면서 이것저것 시시콜콜히 결정하고 앉아 있으면 망하는 선거 되시겠다. 즉, 후보가 선대본부장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위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나는 김종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기에 충실해달라'는 발언은 그냥 이 업계에서는 상식적인 얘기다. 물론 김종인의 이 언사는 두 가지 원칙을 위반했다. 하나는 대중적 발언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오해의 소지를 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업계 상식이라지만, '연기에 충실해달라.'는 것은 저관여계층에게는 잘못 전달될 수 있는 표현이다.

 

두 번째는 '극한 초보는 말이 안 통한다.'는 점을 망각했다는 사실이다. 업계 종사자들이야 상식적인 얘기지만, 초짜가 들을 때는 '내가 허수아비가 되란 얘긴가?'라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극한 초보와는 일하기가 힘들다. 말이 안통하니까!

 

글쓴이 - 홍기표(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