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날 지리산 노고단을 찾았다. 노고단 정상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산비장이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산비장이꽃은 언뜻 보면 엉겅퀴꽃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파리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엉겅퀴의 잎은 뻣뻣하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지만 산비장이 잎은 크고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 있다. 또 엉겅퀴는 주로 봄에 꽃이 피지만 산비장이는 가을에 핀다.
산비장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무관인 비장(裨將)이라는 벼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비장은 감사(監司)나 유수(留守), 병사(兵使) 등 지방 수령을 따라다니며 일을 돕거나 외국에 파견되는 사신을 수행하면서 경호 임무를 수행했다. 산기슭에 높이 자란 산비장이가 마치 비장처럼 보초를 서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산비장이의 꽃송이도 무관들이 쓰던 전립(氈笠)의 장식 수술과 닮았다.
산비장이는 초롱꽃목 국화과 산비장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세라툴라 코로나타 바. 인술라리스 (일진) 기타무라[Serratula coronata var. insularis (Iljin) Kitam.]이다. 영어명은 마음튼 코로네이트 소워트(Mountain coronate sawwort), 일어명은 다무라소우(タムラソウ, たむらそう, 田村草)이다. 중국명은 웨이니후차이(伪泥胡菜, Serratula coronata)이다. 마화터우(麻花头, Serratula centauroides)라고도 한다는데, 학명이 다르다. 산비장이를 큰산나물, 산비쟁이, 조선마화두(朝鮮麻花頭)라고도 한다. 꽃말은 '추억'이다.
산비장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햇볕이 잘 들고 습기가 충분한 곳에서 잘 자란다.
산비장이의 근경은 목질이 발달한다. 키는 30~140cm 정도이다. 줄기에는 종선이 있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없어지거나 남아 있고, 난상 타원형으로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우상으로 완전히 갈라진다. 열편은 6~7쌍이며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좁아져서 주맥의 날개로 된다. 잎에는 백색 털이 약간 있으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11~30cm이다. 줄기잎은 근생엽과 비슷하지만 점차 작아진다.
꽃은 7~10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3~4cm이다. 꽃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총포는 종형이며 길이 20~27mm, 지름 15~30mm로서 황록색이고 거미줄 같은 털이 약간 있다. 포편은 6줄로 배열된다. 외편은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중편과 더불어 뾰족하다. 내편은 건막질이다. 혀꽃은 길이 25~28mm고 끝이 5개로 갈라지며 연한 홍자색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길이 6mm, 나비 1.5mm로서 원통형이다. 관모는 길이 11~14mm이고 갈색이다.
산비장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봄에 어린순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다른 산나물과 섞어 데친 뒤 갖은양념에 무쳐 먹는다. 된장국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꽃은 절화용 화훼로 개발 가치가 많다. 지피용 소재로 사용해도 좋다.
'다음백과'에는 산비장이의 효능에 대해 '생리불순을 완화하는 데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여성들에게 좋고, 치질에도 도움이 된다.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기능도 있어 고혈압을 방지하는 데에도 좋다.'고 나와 있다.
산비장이의 유사종에는 잔잎산비장이, 한라산비장이 등이 있다. 잔잎산비장이(Serratula komarovii Iljin)는 꽃차례의 모든 꽃이 양성화다. 산비장이는 꽃차례의 중심부에는 양성화가 있지만 가장자리에는 암꽃만 있다. 한라산비장이[Serratula coronata f. alpina (Nakai) W.T.Lee]는 왜소형이다. 제주도 한라산 1,000~1,900m 사이에 자라며, 한택식물원에서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다.
2022. 1. 1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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