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연수성당 김인국 마르꼬 주임신부의 이번 주 강론 제목은 '든 자리 난 자리'이다. 김 신부는 강론 첫머리에서 우리는 지금 간두(竿頭)에 섰다면서 느닷없이 '전환, 누구에게 권력을 맡길 것인가?'라고 묻는다. 누구에게 권력을 맡길 것인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 질문은 무겁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17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역사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뽑았을 때 그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인민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으면 국격도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BBC 등 외신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제20대 대선에서는 과연 누구를,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 것인가? 사울인가, 다윗인가, 솔로몬인가? 첫 아담인가, 새 아담인가? 흙으로 된 사람인가, 영(靈)으로 된 사람인가?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자명(自明)하다. 사울보다는 다윗보다는 솔로몬이다. 첫 아담보다는 새 아담이다. 흙으로 된 사람보다는 영으로 된 사람이다.
왜 사랑을 명하는가? 사랑은 곧 혁명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 제20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사랑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가 있을까? '영의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면 할 수 없는 사랑을 해보고, 할 수 없는 용서를 해보고, 할 수 없는 기도를 바쳐 보기 바란다.'고 했다. 연역해서 말하자면 영의 사람을 세우고 뽑으려면 유권자도 '할 수 없는 사랑', '할 수 없는 용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없는 사랑', '할 수 없는 용서'를 할 수 있을 때야말로 유권자는 진실로 '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보고 선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제20대 대선에서는 '난 자리'가 아름다운 후보를 뽑아보도록 하자. 우리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선택을 하지는 말자. <林 山>
든 자리 난 자리 - 김인국 마르꼬 신부
1. 전환, 누구에게 권력을 맡길 것인가?
며칠 전 '백척간두의 전환'(백낙청)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귀에 딱 꽂혔다. 간두竿頭는 장대나 긴 막대기의 끄트머리를 말한다. 그게 백 척이나 되는 긴 막대기니까 그 꼭대기에 섰다고 치면 얼마나 아찔한가.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큰일이 난다. 지금 우리가 그런 자리에 섰다는 것이다. 바늘 끝 같은 자리에서 방향을 튼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지지만 하기에 따라 위대한 봄을 맞을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마침 오늘 성경도 ‘전환’轉換, 바꾸는 일에 관한 말씀이다. 1독서 사무엘기에 따르면, 사울의 시대가 가고 다윗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울에 이어 다윗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자 이스라엘이 통일되고 나라가 부강해졌다. 만일 사울의 나라로 머물렀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취였다. 몸에 익숙하더라도 바꿀 때가 되면 바꿔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사람도 성장한다.
2독서 코린토서에 따르면, ‘첫 아담’의 시대가 가고 ‘새 아담’의 시대가 와야 한다. 사울이 다윗으로, 다윗이 솔로몬으로 임금이 바뀌었지만 역사 속의 이스라엘은 바꾸나마나였다. 사울이나 다윗이나 솔로몬이나 “흙으로 된 사람”(1코린 15,45)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오히려 못해졌다. 그래서 분단되고 북이 먼저, 남이 나중에 멸망해 버렸다. 참다운 전환은 옛 아담을 새 아담으로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이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생명이 있는데 하나는 흙으로 된 생명이고, 하나는 영으로 된 생명이다. 흙으로 된 생명의 기운을 썼던 사람이 있었다. 창세기의 ‘첫 아담’이다. 영으로 된 생명의 기운을 쓰는 사람을 바오로 사도는 ‘새 아담’이라고 불렀다. 오늘 코린토1서 15장의 말씀이 아주 중요하다. 여러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첫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면서 먼지만 남겼다. 하지만 ‘둘째 인간’은 생명을 나누어 주고 갔다. 바오로는 흙의 기운을 썼던 삶을 물질적이었다고, 영의 기운을 썼던 삶을 영적이었다고 표현했다(1코린 15,46).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런 희망을 말해주었다. “우리가 흙으로 된 그 사람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나 언젠가 하늘에 속한 그분의 모습도 지니게 될 것입니다.”(1코란 15,49) 흙으로 된 사람이 하늘에 속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백척간두의 전환’이 아니겠는가.
2. 왜 사랑을 명하는가?
분위기를 바꾸어서 루카복음 6장의 말씀을 들여다본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러니까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루카 6,27)
아, 예수님은 어째서 하기 어려운 일을, 사람이 사람에게 행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우리에게 명하시는지 그 이유부터 물어보자.
문) 이런 요구를 하시는 이유는?
답) 길 가는 아무에게나 하시는 요청이 아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사울을 다윗으로 바꾸는 것만 가지고는 소용없다. 남이 아니가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내가 옛 아담에서 새 아담으로 거듭나야 한다. 옛 아담에게 맡긴 권력을 새 아담에게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옛 아담이 아니라 새 아담으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예수님은 이 정도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중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이렇게 살아보아라, 하고.
문) 이렇게 사는 게 어떻게 사는 것인가?
답)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만 잘해주는 것 갖고는 어림도 없다. 그것은 사울도 했던 일이다.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사람에게만 꾸어주는 것 갖고는 어림도 없다. 그런 정도야 다윗도 하는 일이다. 그런 일쯤이야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갔던 모든 아담들이 저절로 했던 일이다. 네가 만일 영의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면 할 수 없는 사랑을 해보고, 할 수 없는 용서를 해보고, 할 수 없는 기도를 바쳐 보기 바란다.
문) 그렇게 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답) 그렇게 살아줄 때 하느님의 현존이 발생한다. 그런 사랑, 그런 용서, 그런 기도라야 세상은 하느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방금 말했듯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흙의 사람으로서는 그만, 영의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잘 생각해라. 생살을 찢든 어려운 일이나 분명한 것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점이다.
문) 내가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답) 바오로가 말한 그대로다. 너에게는 흙의 기운뿐 아니라 영의 기운도 있다. 어떤 힘을 쓰느냐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할 수 없기도 하다.
3.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었어?
(수산나 수녀님이 내일 우리 공동체를 떠나십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들었을 때는 모른다. 난 다음에 비로소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든 날’이 있었듯 언젠가 ‘난 날’도 닥칠 것이다. 우리가 떠난 후, 우리의 난 자리를 바라볼 남은 자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니 그 전에 우리 스스로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자 했느니라.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었느니라….
어떤 할머니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젊은 나그네를 살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제 역할이 있어. 새가 씨를 먹으면 새똥에 섞였던 씨가 나무로 자라나게 돼. 새도 똥도 씨도 다 이유가 있어.”(영화, 콜드 마운틴)
어제가 겨우내 얼었던 강이 풀리는 우수였다.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온다. 대전환의 때다. 우리의 무엇을 위해서 겨울은 가고 봄이 오시는가?
글쓴이 김인국 마르꼬 신부(충주 연수성당 주임신부)
'시사 이슈 화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0대 대선 후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또 누가 나왔나? (0) | 2022.02.22 |
---|---|
문화예술인은 좌우가 있겠지만 문화예술은 좌우가 없습니다 - 김성장 (0) | 2022.02.21 |
[온라인 수요시위 14차]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하라! (0) | 2022.02.16 |
[온라인 수요시위 13차]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하라! (0) | 2022.02.09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기도회] 서로서로 입춘立春, 여립汝立 - 김인국 마르꼬 신부 강론 (0) | 2022.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