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농단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박근혜 국정농단정권은 진보 개혁적인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이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온갖 불이익을 주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대학의 같은 학과 동문이자 전교조 동지이기도 한 김성장 선생도 바로 박근혜 국정농단정권의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국격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민에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이번 대선이 매우 중차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성장 선생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성장 선생은 '독재국가에서, 파시즘적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의 나라에서 아름다운 문화예술이 피어난 적이 없습니다.'라고 전제하고 '윤석열 캠프의 사람들, 그리고 윤석열 본인이 좌파 예술인을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도와주십시요. 반문명적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반문화예술적 정부가 들어서지 않도록..... K 컬쳐가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에서 우러난 마음의 소리를 한번 들어보자. <林 山>
문화예술인은 좌우가 있겠지만 문화예술은 좌우가 없습니다 - 김성장
안녕하세요!
김성장(페북명 신성주)입니다.
하사관으로 5년간 군 복무를 했고, 교사로 25년을 재직했으며, 88년 시로 등단, 퇴직 후에는 붓글씨를 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종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고향은 충청북도 옥천입니다. 옥천에 살면서 알게 된 정지용 시인, 단지 북한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정지용은 38년 동안 금지된 시인이어야 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그 노래 '향수'의 아름다운 가사를 쓴 시인 정지용, 좌익 사상을 가졌거나 좌익 활동을 한 적도 없는 시인이 6.25 혼란기에 단지 북한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혐의 때문에 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도, '향수'라는 시를 읽는 것도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통하여 제가 알게 된 것은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권력이 국가를 장악하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 예술적 영혼을 죽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저는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첫 시집을 낸지 2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기 위해 2014년 생전 처음 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상에 응모했습니다. 선정 소식이 없어서 탈락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말 도종환 의원의 활동으로 박근혜 정권이 블랙 리스트를 작성하고, 예술가들의 문화예술활동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제가 왜 빠졌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선정되었는데 블랙리스트라는 이유로 최종심에서 빠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구체적 피해 사례는 충북의 경우 충주 이안 시인, 옥천 송진권 시인, 청주 윤이주 소설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상금은 100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상금이 없더라도 시집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긴 하지만 전업으로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거의 밥줄을 끊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로 인해 저는 저의 문학적 성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그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제가 시를 쓰지 않는다거나 문학 활동을 그만둔 것은 아니며, 저는 여전히 문학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국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들이 모두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충북의 경우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 일심에서 작가 일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재판이 현재 2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윤석열 캠프의 사람들, 그리고 윤석열 본인이 좌파 예술인을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저와 같은 비판적 예술가들은 또다시 시달리고 억압받으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문화 예술은 다시 위축될 것입니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한국 문화의 세계화가 다시 위축될 것이 분명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반문명적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반문화예술적 정부가 들어서지 않도록..... K 컬쳐가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재판에서 이겨 보상금을 받게 된다면 그 돈을 전액 문화예술단체에 기부하겠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저의 문학 또는 서예 활동을 하는 것이 그런 것 중의 하나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문화 예술의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 보입니다. 인류 역사 어디에서도 독재국가에서, 파시즘적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의 나라에서 아름다운 문화예술이 피어난 적이 없습니다.
예술가가 좌우의 정치적 성향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것은 작품으로 판결되어야 합니다. 정치적 성향을 가지는 것도 금지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불온'이 금기시 되지 않을 때에만 예술은 피어납니다. 일제강점기에도 그리고 해방후 38년동안 갇혀 있던 수많은 문학과 예술로 한국문화는 많은 손상을 입었습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김영삼, 김대중 시기로부터 한국 문화는 겨우 자유로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한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정지용의 '향수'를 우리는 왜 38년 동안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어야 했을까요? 미래의 수많은 정지용과 '향수'를 다시 짓밟고 지하에 가두어야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히틀러의 시대에는 히틀러 자신도 인간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역사를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2022년 2월 20일 새벽 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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