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연수동 행복한 우동가게에서 올뱅이 해장국을 먹었다. 올뱅이 해장국은 기타리스트 김생수 시인이 마련했다. 진주 강씨 쥰희메는 곡차까지 내왔다.
한양 조씨 해마다 피는 꽃님은 반주가로 '섬마을 선생님'을 불렀다. 흑산도 부속섬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탓인지 목소리 또한 고우면서도 구성졌다. 눈을 감은 채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미생(未生)은..... 그 옛날 총각 '섬마을 선생님'으로 돌아가 '흑산도 아가씨'를 만나고 있었다.
낮술을 한 잔 마신 미생도 시흥(詩興)이 올랐다. 문득 낭만 시인의 최고봉 리바이(李白)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쯔치엔(自遣, 스스로 마음을 달래다)'이 떠올랐다.
對酒不覺冥(뚜이지우부쥐에밍) 술 마시다 보니 날 저무는 것도 몰랐네. 이백은 팔자도 좋게 대낮부터 밤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음을 알 수 있다. 落花盈我衣(뤄화잉워이) 떨어진 꽃잎이 내 옷자락에 수북하구나. 계절이 꽃 피고 새 우는 봄임을 알 수 있다. 배나무 아래나 꽃밭에 주안상을 차렸을 수도 있겠다. 하얀 꽃잎이 펄펄 날리는 배나무 아래였다면 '梨花月白(이화월백)'이 저절로 나올 수도 있다.
醉起步溪月(쭈이취부시위에) 취한 걸음으로 달 가라앉은 시냇가를 걸으니. '달 뜬(비친) 시냇가'로 풀이해도 무방하다. 鳥還人亦稀(냐오하이렌이시) 새들은 돌아가고 인적 또한 드물구나. 어찌 할 수 없는 쓸쓸함, 외로움..... 술 한 잔 마신 뒤 호젓하게 맞이한 봄밤의 서정이요, 낭만이다.
그런데! 승구(承句)의 '뤄화(落花)'를 '뤄예(落葉)'로 바꾸면 한순간에 가을밤의 취정(醉情)을 읊은 시가 된다. 落花盈我衣(뤄예잉워이) 떨어진 나뭇잎이 내 옷자락에 수북하구나. 그래서, 가을에는 승구의 '화(花)' 대신 '예(葉)'를 넣어 '쯔치엔(自遣)'을 읊는 것도 좋다.
2022. 10. 2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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