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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위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켜내자 - 김경훈(K-고딩)

林 山 2023. 2. 23. 11:43

지난 14일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 청구를 수리하자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23년 2월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성명에서 "혐오와 차별은 인권이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축소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헌법과 국제법, 법령의 위반, 지방자치법과 주민조례발안법의 목적에 반하기 때문에 주민조례 청구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고, 서울시의회는 당연히 각하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면서 "서울시의회는 학생 인권이 마치 교권을 추락시키는 것인 양 호도하며 추진돼 온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청구를 수리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축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 담긴 서한을 정부에 보내온 바 있다. 공대위는 유엔인권이사회 우려 서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힐 것과 함께 서울시의회에도 이 서한을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에서 1인 시위, 학생인권지키기 대국민 서명 운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은 경남 창원의 자칭 'K-고딩' 김경훈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이 '우리 모두를 위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켜내자'라는 제목의 연설문이다. 학생인권조례의 학생 쪽 당사자인 김경훈 부의장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보자.  <林 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경훈 'K-고딩' 청소년특별회의 부회장

우리 모두를 위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켜내자 - 김경훈(K-고딩)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K-고딩'이자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 김경훈입니다. 저는 2019년 학생인권의 불모지던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외쳤습니다. 그 이전까지 아름다워보이기만 했던 세상은 중학생이던 제게 많은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입으면서도 우리가 비로소 사람으로 '인정되고야 만' 서울의 모습을 등불 삼아 꿋꿋이 버텼습니다. 비록 경남의 운동은 네 번째 실패를 맞았지만 저는 그때 이후로 청소년계로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등불이 되어주던 서울이 꺼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초가 다 녹아 아름답게 꺼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다 타지도 않은 초에 찬물을 뿌리고 구멍을 뚫어 억지로 꺼버리겠다 그럽니다. 이러한 세태에 저는 통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오늘 새벽 급히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1. 그것은 보호가 아니다!

폐지를 외치는 이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교묘히 폐지 주장을 공익적인 것처럼 끌고 들어갑니다. 허나 보호받는 것의 본질은 권리, 나아가 기본적 존엄의 침해가 합당하다는 것과 동치가 아닙니다. 우리 헌법이 전제하는 인간상은 무엇입니까? '존엄성을 가진 인격적 주체로서 자율적으로 삶을 결정하고 형성해 나갈 줄 아는 동시에 사회공동체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이의 실현을 막는 '보호의 남용'은 장려되지 않고 오히려 국가권력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고, 또 지속적으로 그래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당연한 것을 구체화한 장치 중 하나가 학생인권조례인데 이것을 없애잡니다. 즉 그들이 외치는 것은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니고, 진짜 보호도 아닙니다. 교육권과 양육권의 본 목적이 무엇입니까? 부모와 교사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인간상 구현을 통해 우리 학생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다른 교육주체에 비해 그렇게 조그맣게 명시되어 있던 우리의 이익마저 싸그리 없애버리겠다며 무슨 보호를 논합니까? 

2. 학생 역시 교권 증진을 원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교권이 추락한다는 것 역시 비약이 큽니다. 교권이란 무엇입니까? 전문직으로서의 교사가 가지는 권리 일체를 얘기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유독 평가권과 수업권, 지도권만이 교사가 가지는 권리의 모두이며,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급'이 다른 것인마냥 비약적 해석을 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허나 저는 당당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이들이 우리를 사람으로서 대하지 않는 것은 교권도 교육권도 아니며, 우리가 가르치는 분을 사람으로서 대하지 않는 것 역시 인권이 아닙니다. 교육권이 침해된 몇 가지 사례를 키워 마치 학생 전체가 교사의 적인 양 돌리는 것은 공멸만 낳을 뿐입니다.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선생님들을 존경하며, 본 의미로서의 교권이 증진되기를 원합니다. 학생과 교사를 적대 관계로 몰아넣는 것은 학생도 교사도 아닙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를 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실제로 그러는 집단만 있을 뿐입니다. 

교권 침해의 주된 원인이 무엇입니까? 학생인권이 증진되어서가 아니라, 국가가 교직에 대한 비전을 정책으로 제시하지 못했기에, 사교육 폭증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성이 감소했기에, 대중의 대화와 미디어 속에서 공공연히 교사가 무시되어 왔기에가 아닙니까. 직접적인 원인은 멀리 던져놓고 공존해야 할 애꿎은 학생만 죽도록 패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누구에게 좋은 일이겠습니까! 학생인권과 교권은 잘 설계된 법적 틀과 효과적 이행 속에서 대립하지 않고 '행복교육'의 단일 기치로 분명히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3. 학력저하는 없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 우리는 공부만 해야 한다는 말을, 아주 많이 양보해서 그렇게 친다 해도 이 조례는 그걸 방해하지 않습니다. '학업성취도 하락'을 막기 위해 우리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정당한 요구가 거부당하고, 인간 된 기본적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유구한 주장은 놀랍게도 지금껏 어떤 근거도 뒷받침되지 못한 이념적 주장에 그쳐 왔습니다. 사실을 갖고 살펴봅시다. 지난 10개년간 수능 국영수 평균은 제정 지역이 미제정 지역보다 훨씬 높습니다. 원점수(일부), 평균점수 모두 그러합니다. 이런 빤한 데이터를 두고도 학력 저하를 외치는 이들은 실로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4. 정말 법대로 합시다!

헌법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법 그리고 그 법을 해석하는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학생인권조례가 온당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못박았습니다. 조례의 제정 과정, 형태, 조례의 세부적인 내용, 예ㄹ르 들어 차별금지 조항 등 모든 부분에서 조례는 떳떳합니다. 특히 헌재는 차별금지조항에 관해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표현으로 그 보호가치가 매우 낮으므로, 법익 간 균형이 인정된다'고 명확히 못박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여지껏 '법대로'를 외치며 10여 년이 넘도록 사회적 합의와 타협을 하자는 바른 목소리에 눈 감고 귀 막고 아웅하던 이들이 이제 오히려 법과 판결이 틀렸다며 모른 체하고 정치력을 이용해 강제로 밀고 나가려 하는 형국입니다. 

그들이 외치던 '법대로'는 지금 대체 어디로 갔습니까!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 시민들이 모두 지켜보도록 법대로, 판결대로 합시다! 우리 모두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지켜냅시다! 

조례가 무언가를 '조장' 한다거나 '혁명'을 강제한다는 얘기 역시 전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 어떠한 것도 '조장'하지 않고, 혁명적인 것도 아닙니다. 신앙인을 보호할 종교의 자유를 포함해서, 단지 세상에서 일반화된 '당연한 자유'만을 '보장'할 뿐입니다. 그마저도 현실로의 반영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제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거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체계에서 탈피하여,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민주사회에서의 구성원으로서 자라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개혁을 수반하는 새로운 교육체계와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권적 사회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변혁에서 기점이 되고 있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 선진적인 한국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로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입니다.  

마중물이 상하고 마르면 온 샘이 무용이 됩니다. 그렇다면 종교와 정파를 떠나 오히려 우리 모두 존치에 찬성하거나, 오히려 강화하자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헌데 폐지하라니, '타협안'으로 개악하라니! 결국 제 발목 죄고, 우리 사회를 통째로 부끄럽게 만드는 꼴밖에 더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서울의 자부심, 학생인권조례를 지켜주십시오. 이 조례는 비단 우리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수직적 학교문화와 강압적 분위기로 고통을 느끼던 선생님, 아이의 눈물과 심리적·신체적 상처로 고통받던 학부모들, 그리고 압박감에 시달리다 결국 학교를 떠난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 나아가 국민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예, 인권은 '옵션'이 아닙니다. 당연한 것이고, 이미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나 구체화된 정도가 다를 뿐이고, 그 '누구나'에서 우리 학생들이 빠질 하등의 이유도 없습니다.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미래세대'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와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현재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우리 모두를 위해 외칩시다. 제가 선창하면 마지막 구호를 2회 제창해주십시오.

하나, 서울시의회는 당연한 것을 포기하려는 그 어떤 멍청한 시도도 중단하라! 
둘, 이 세상 모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켜내자! 
셋, 서울 학생인권조례, 지켜내자! 

김경훈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2월 20일 
김경훈 K고딩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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