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천년사 무엇이 문제인가?]① 백제는 지우고 왜는 살리고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전라도천년사》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백제 죽이기’다.
백제는 대륙·반도·열도를 아울렀던 대제국인데 《전라도천년사》는 대제국은커녕 530년까지 전라도도 차지하지 못한 지방정권으로 크게 축소했다.
백제에서 야마토왜에 하사한 칠지도(七支刀)에서 “후왕(侯王:제후)에게 공급할만하다(供候王)”고 쓴 것처럼 야마토왜는 백제의 제후국이었다.
중국의 《양서(梁書)》는 이를 담로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라도천년사》는 영산강 유역의 고분들을 ‘북큐수형(北九州形)’, ‘히고형(肥後形)’ 등으로 분류하면서 ‘왜계 고분’이라고 단정 짓는다.
히고형은 큐슈의 구마모토(熊本)를 뜻하는데 북큐슈·히고할 것 없이 큐슈(九州) 전역의 고분들은 대부분 가야계 아니면 백제계 고분들이다.
4세기에는 주로 가야계 고분이 많고 5세기에 접어들면 백제계 고분이 많아진다.
구마모토에 있는 에다 후나야마 고분(江田船山古墳)은 5세기 말~6세기 초에 만든 전방후원분이다.
오사카시립대학의 나오키 고지로(直木孝次郞) 교수는 “이 고분에서는 신라와 백제계의 금동관, 금동 신발, 금귀고리 등 풍부한 부장품이 동시에 출토됐다.”면서 그 주인공은 “신라, 백제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 없으나 남조선에 종속했던 사람”(《일본신화와 고대국가(日本神話と古代國家)》, 1993)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김석형(金錫亨:1915∼1996)은 백제계가 일본 열도에 진출해 세운 백제 분국(分國)의 후왕(侯王:분국의 왕)의 무덤으로 보았다.
대륙·반도·열도를 아우른 대제국 백제의 시각으로 보면 고대 야마토왜 자체가 백제의 분국(分國)이다.
백제의 눈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들을 ‘기내 야마토왜 중심사관’이란 일본 극우파의 정치선전으로 보니 전라도를 왜의 식민지로 그려놓은 것이다.
《전라도천년사》는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관점 자체가 왜인들의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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