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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진실화해위는 공안기관, 해체가 답이다”

林 山 2024. 6. 20. 07:46

“김광동 진실화해위는 공안기관, 해체가 답이다”


전직 위원장·상임위원 의견 표명
3기 또는 상설기구화 모색해야

 

2기 진실화해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와 1기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


“설립취지와 거꾸로 갈 바에는 당장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해체하는 게 답”이라는 전직 진실화해위 위원장과 상임위원, 전 한국전쟁전국유족회 간부의 의견 표명이 이어진다. 지금처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부역자로 모는 등 공안기관 역할을 하는 한 하루빨리 활동을 중단하고 3기 진실화해위 또는 과거사 상설기구를 준비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1기 진실화해위(2005~2010)에서 상임위원을 지낸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지난 8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 주최로 열린 합동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통해 “1기 진실화해위에서 희생자로 규명했던 사람들을 거꾸로 들춰내 부역자로,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이는 희생자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현재 진실화해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김광동 위원장이 지난 5월28일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 “(1950년 7월 미군에 의해 민간인 250~300명이 죽은) 노근리 사건은 불법 희생이 아니다. 부수적 피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미국이 전 세계 전쟁에서 군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일컫는 전형적 가해자의 시각”이라며 “이런 말을 진실화해위원장이 한다는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언 취지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10일 “진실화해위와 여순사건위원회(여수⋅순천10⋅19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등을 통합하여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상설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해서 지속적인 조사와 희생자 인정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와 같은 방식의 위원회 활동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순사건위원회의 경우 보고서 작성조차 자체적으로 할 수 없어 여순사건을 민간인 학살이 아닌 반란으로 규정하는 단체에 외주용역을 주는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부터 2년간 2기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지낸 정근식 교수도 “현 진실화해위는 원래 취지에 과도하게 어긋나 있다. 오래전부터 이럴 바에는 그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의 경우 최종보고서를 어떻게 만들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 역시 “2기 진실화해위 최종보고서가 1기 규명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 될 텐데, 이게 정부의 공식기록으로 나오게 되면 피학살진상규명이 거꾸로 뒤집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1기 진실화해위에서 위원장을 지낸 또 다른 인사는 “오래전부터 현 진실화해위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라왔다”라면서도 “미묘한 문제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내부 조사관들과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앞장서서 외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현 진실화해위를 무난하게 끝내기보다 많은 문제가 생겨도 중단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진실화해위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세련화된 공안기관”이라고 규정 했다. 국정원(옛 안기부·중앙정보부), 방첩사(옛 보안사·기무사)가 옛날식으로 공안기관 역할을 못 하니까 뉴라이트를 앞세운 진실화해위가 사상탄압기구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상임위원을 지낸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현 진실화해위는 빨리 문을 닫는 게 좋다는 의견을 지지한다”며 “최악의 인권관념을 가진 사람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 희망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희망 고문을 할 뿐”이라고 했다.


1기 진실화해위 시절인 2011년 한국전쟁유족회 총괄사업단장을 지낸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은 “지금 진실화해위는 별나라에서 온 것 같다. 빨리 중단하고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항구적 과거사 조사기관을 만들어야 하며, 위원장을 교육감처럼 선출직으로 뽑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석희 회장은 “현재의 전국유족회가 제 몫을 못한다. 유족회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전국유족회인 한국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김복영 회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김광동 위원장과 고향이 같고 집안끼리도 안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으로 안다. 지금 유족회장이 김광동 위원장에게 잘 보일 때가 아니다. 개념이 없고, 꼴이 우습다”면서 “유족회는 대안을 제시하고 촉구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2020년 12월10일 출범해, 2021년 5월27일 진실규명조사 개시 이후 3년 기한으로 활동했다. 지난 1월23일 1년 기한 연장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 5월26일까지 조사활동을 하게 되며, 이후 11월까지 6개월 동안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한다. 진실화해위 안팎에서는 “뉴라이트 출신인 김광동 위원장이 자신의 신념과 이념에 따라 다수결에 기반해 특정 방향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존재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진실화해위의 한 간부는 “최소한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돼야 한다. 한국전쟁기 희생자를 막무가내로 부역자로 모는 사람이 칼자루를 쥐고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 하루빨리 문 닫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경찰의 연좌제 사찰기록을 근거 삼아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를 ‘부역자’로 모는 데 앞장서왔다. 지난해 10월 ‘영천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중 일부를 부역자로 몰아 진실규명(피해자 인정)을 보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의 13살·14살 희생자를 “암살대원”이라며 “진실규명 불능 의견”으로 전체위에 올렸다가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보류 조처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기사원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44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