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뉴스 헤드라인

'마법의 무기'로 알려진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의 정체는 무엇인가?

林 山 2024. 12. 19. 23:25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毛泽东)과 현 시진핑(习近平) 국가 주석에 따르면 중국에는 '마법의 무기'가 있다고 한다. 이 무기의 정체는 바로 중국 공산당(共产党) 내 '중앙통일전선공작부(中央統一戰線工作部, UFWD)'로, 현재 서방 세계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만큼이나 이 기관에 대해 무척 경계하고 있다. 

공산당의 상징인 낫과 망치 조형물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 UK 오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와도 친분이 있는 유명 사업가로 알려진 양텅보(杨腾波) 또한 최근 UFWD와의 관련성으로 인해 UK 정부로부터 조사 및 제재를 받고 있다. 

UFWD의 존재 사실은 그리 비밀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내 한 부서로, 지난 수십 년간 존재해왔으며, 관련 증거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기관이다.  

US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의 수사관들은 다수의 스파이 사건에서 UFWD를 언급하며 중국 당국이 이 부서를 통해 외국에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모든 스파이 혐의는 터무니없다며 일축한다. 

그렇다면 UFWD는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까? '통일전선'은 원래는 광범위한 공산주의 동맹을 가리키는 말로, 이에 대해 마오쩌둥은 한 때 수십 년에 걸친 국공내전(國共內戰, 1927~1950)에서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1949년 내전이 끝나고 공산당이 중국을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UFWD의 활동은 다른 우선순위에 뒤처지며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시진핑의 집권 이후 지난 10년간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싱크탱크 독일 마샬 펀드(German Marshall Fund)의 마레이크 올버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시진핑이 UFWD에 새로 부여한 비전은 "관련성이 있는 모든 사회 세력과 최대한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이 기관이 이전에 수행했던 역할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겉으로 보기에 UFWD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전혀 아니다.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활동을 소개하는 보고서도 많다. 그러나 그 활동 범위와 영향력은 명확하지 않다. 

활동 대부분은 중국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UFWD 활동의 주요 타깃은 해외 거주 중국인"이라는 게 올버그 연구원의 설명이다. 오늘날 UFWD는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타이완 이슈부터 티베트와 신장 지역 소수민족 탄압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대중의 이야기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또한 해외 언론의 중국에 관한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고, 해외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겨냥하고, 영향력 있는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US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오드리 웡 정치학 조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UFWD의 활동에는 스파이 활동도 포함할 수 있겠으나, 이보다도 더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웡 교수는 "외국 정부로부터의 기밀 획득을 넘어 UFWD의 활동은 해외 거주 중국인들 포섭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러한 영향력 확대 활동의 "규모와 범위" 면에서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강경한 중국을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은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다는 야망을 늘 품고 있었으나, 실제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최근 수십년 간의 일이다. 2012년 주석 자리에 오른 시진핑은 전 세계에 중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립도 서슴지 않는 "늑대 전사"와 같은 전랑외교(战狼外交) 방식을 장려하는 한편, 해외 중국인들에게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달라"고 촉구한다. 

UFWD는 국외에서 중국 공산당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다양한 해외 거주 중국인 커뮤니티 단체를 통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공산당에 반대하는 예술 작품을 검열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활동에 항의하기도 한다. 

UFWD 또한 티베트인, 위구르인 등 해외에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인사들에 대한 위협과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UFWD의 업무 중에는 공산당 내 다른 기관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이에 대해 외부에서는 "발 뺄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불투명함과 모호함 때문에 UFWD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혹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인 양텅보가 스파이 혐의로 UK에서 추방된 것에 반발하며 항소했을 때 UK 이민 법원은 그가 UFWD와의 관계를 축소해서 진술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UK 관리들은 양텅보가 중국 당국의 간섭을 돕고자 UK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의 관계를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은 자신은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으며, 스파이 혐의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UK 앤드루 왕자와 함께 있는 양텅보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중국계 UK인 변호사 크리스틴 리가 UK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관계를 구축하고자 UFWD를 통해 활동한 혐의로 UK 보안국(MI5)에 의해 고발당했다. 2023년에는 US 보스턴에서 중국 식당을 운영하던 US 시민권자 리앙리탕이 UFWD 소속 지인들에게 지역 내 중국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리고 올해 9월에는 뉴욕 주지사의 비서실 차장이었던 린다 쑨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으며, 그 대가로 금전적 혜택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관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쑨은 지난 2017년에 UFWD 고위 관계자를 만나 "중-US 우호 대사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유명하고 성공한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과 연관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사업을 위해서는 공산당의 승인이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영향력 행사와 스파이 행위의 경계는 무엇일까? US 존스홉킨스 대학의 헝호펑 정치학 교수는 중국의 활동에 대해 "영향력 행사와 스파이 활동 간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7년 중국에서 자국민과 기업은 정부와의 정보 공유 등 기밀 수집 활동에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킨 이후 그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해당 법에 대해 헝 교수는 "사실상 모든 사람을 잠재적 스파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안전부(國家安全部, Ministry of State Security)는 대중에 외국 스파이가 곳곳에 있으며 "그들은 간사하고 교활하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인상적인 선전선동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외로 특별 여행을 떠난 일부 학생들은 대학으로부터 외국인과의 접촉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받으며, 귀국 후에는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받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시진핑은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넓히고자 한다. 그래서 공산당의 신뢰할 수 있는 한 부서에 이러한 해외 영향력 확대 임무를 맡겼다. 

그리고 서방 강대국들에는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 심각한 안보 우려를 균형 있게 다룰 수 있을까? 중국의 해외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우려하면서 서방 세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에 종종 각국 정부들은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일례로 호주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문제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외세 간섭법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 US는 UFWD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듯한 개인에게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중국 당국은 이러한 법과 제한 조치 및 관련 기소가 양국 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양텅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기자들에게 "소위 '중국' 스파이 혐의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서 "중국-UK 관계의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UFWD의 영향력이 실제로 우려된다고 했다. 헝 교수는 "서방 정부는 이제 중국의 UFWD 활동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계 시민들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헝 교수는 "각국 정부는 반중국적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하며, 위협에 맞서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중국계 커뮤니티와의 신뢰와 협력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반체제 인사와 공산당 비판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UFWD

 

지난해 12월, 호주에서 베트남 태생의 중국계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디 산 두옹은 호주의 어느 장관과 친분을 쌓으려다 외세 간섭을 계획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그가 1990년대에 공직에 출마한 적이 있고, 중국 관리들과의 관계를 자랑하고 다녔다며, UFWD의 "이상적인 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두옹의 재판은 자선 행사에 장관이 오는 게 "우리 중국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의 과거 발언이 호주 내 중국인 커뮤니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 본토를 의미하는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결국, 두옹은 유죄판결 및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같은 광범위한 반간첩법과 기소가 중국계 시민들을 표적으로 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웡 교수는 "중국계라고 해서 모두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 중국인 조직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중국을 향한 열렬한 충성심에 의해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웡 교수는 "인종 프로파일링에 기반한 지나치게 공격적인 정책은 결국 중국계 사람들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중국 정부의 선전선동을 정당화할 뿐이며, 결국 해외 중국인 커뮤니티가 중국에 포섭되도록 밀어 넣어주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보도 Koh Ewe and Laura Bicker BBC News Reporting from Singapore and Beijing
기사 원문 https://www.bbc.com/news/articles/c878evdp758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