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찬가>
<달팽이의 노래>
<생명의 환희>
김명자도예전 관람후기
지난해 말 강릉문화원에서 있었던 김명자도예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대개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흙놀이를 유난히 좋아했던 본인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도예전시회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흙’에 대하여 더욱 숙고할 기회가 된 매우 의미있는 전시회 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물이든 일차적으로 관련이되는 것은 흙이 아닌가 생각 된 다. 어떤 생,미.무생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에게도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 간다’는 격언이 있는 것 처럼 초등학생의 사고능력만 있으면 인간 누구나 동의 하고 있는 상식인 것이다. 종교나 철학이나 학문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이 흙이기도 하다. 그 것은 모든 존재가 흙을 기초로 하여 생명을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 흙, 즉 땅에서 자란 나무의 열매나 곡식과 채소를 먹고 동식물이 살아 가고 결국에는 죽어서 다시 흙으로 돌아 가는 것이 생물이나 미,무생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흙’이라는 등식이 성립이 된다. 이 것을 인간에게만 국한을 지으면 즉, ‘인간=흙’인 것이다.
김명자는 이 번 개인전을 열면서 ‘관악기 이미지의 도자조형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논문의 논제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악기이다. 악기중에서도 관악기인 것이다. 관악기는 관에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악기이다. 관악기 이외의 그의 작업에 있어서 또,하나 중요한 개념은 음악이다. 즉, 그의 작업은 재료인 흙을 가지고 관악기와 자연물의 형태를 응용하여 도자조형을 창조해내는 작업이지만 결국은 비물질인 음악까지도 형상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첫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몇 개의 드러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1) 관악기의 벨 형태가 들어가 있다.
2) 자연물이 관악기와 결합되어 있다.
3)인간문화의 소산인 기호와 기물이 결합되어 있다.
먼저,관악기형태로는 색소폰,트럼펫,트럼본,후렌치 혼,튜바,클라리넷등을 응용한 작품들이 있고, 이런 관악기 형태에 생물인 새,소라,달팽이와 암모나이트 , 사람의 얼굴과 성악가의 손과 성악가의 배(복부),그리고 뱀과 새 그리고 무생물인 나무 등등이 결합되어 있는 작품이 있다. 그리고 덩굴식물을 응용한 당초문과 음의 길이를 표현한 음표나 높은 음자리표등 인간문화의 산물인 기호와 기물에 해당되는 스피커가 결합되어 있다. 먼저 자연물과 결합되어 있는 작품중에 필자가 ‘달팽이의 노래’라고 임의로 명명한 작품이 있는데, 이는 관악기인 후렌치혼과 생물인 달팽이가 조화롭게 결합되어, 마치 달팽이가 생명찬가를 노래하는 느낌을 전해 주고, 토우처럼 조금은 익살 스럽게 처리된 고통스런 표정의 사람의 머리 위에 관악기의 나팔이 올려져 있는 작품의 나팔입구에는 한 마리의 새가 앉아 있으며, 음악의 소리를 표현한 곡선의 형태를 하고 있는 휘여진 막대는 현실의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것을 표현해 주는 작품과 ‘동해의 기상나팔 소리’라고 명명한 작품은 동해바다의 파도와 바다 위로 떠오르고 있는 해와 나팔을 결합한 작품으로 이른 아침 동해의 바닷물결이 찰랑대는 파도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경쾌하면서도 희망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나무의 노래’라고 명명한 작품은 튜바를 나무처럼 세우고 혼을 결합시켜, 마치 나무가 노래를 하는 듯, 숲이 노래를 하는 듯한 감상을 제공해 주는데 형태나 처리된 색채가 묵직한 는낌을 주어 박력있는 음악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색소폰과 또 하나의 나팔을 뱀이 엉켜 있는 듯이 표현한 작품이 있는데,그 형태가 마치 뱀이 새끼줄을 꼬듯 서로 엉켜 있으며, 취구 부분을 뱀의 머리처럼 표현하여 절묘하게 악기와 뱀이 결합을 하고 있는<생명 찬가>. 이 외에도 작가 자신이 ‘관악합주-하머니’라고 제목을 붙인 작품이 있는데 연미복을 입은 성악가의 몸통 위에 트럼펫,튜바,트럼본,클라리넷,오보에,섹소폰등을 결합시킨 작품으로 각각의 악기에서 각각의 소리가 흘러 나와 절묘한 하머니를 이뤄 연주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주제나 형태가 잘 조화된 직품이다. 그리고, 화석으로만 전해지는 고생대 해조류인 암모나이트와 나팔을 결합시킨 ‘암모나이트의 노래’는 나팔관 속을 회오리처럼 표현하여 마치 음악이 확장되어 울려 나오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는 작품이고, 굵직한 저음의 튜바와 벨브와 피스를 연주자의 손가락과 결합한 작품이 있고, 인간문화의 산물인 기호와의 결합으로 제작 된 작품으로는 높은 음자리표와 4분음표와 클라리넷을 결합한 작품이 있다. 그리고 부드럽게 휘어진 나팔관과 당초문 덩쿨에 새가 앉아 있는 작품이 있는데 그 각 요소들이 절묘하고도 조화롭고도 세련되게 처리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양감등 형태적인 구조적 측면에서 살펴 보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전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형태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우리의 내적 청감각을 울려 주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 것은 바로 ‘음악’적 요소이다. 그의 작품이 전해주는 음악적 요소가 설령, 청감각으로 인지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시와 같이 인간의 내면 세계를 울려 주는 내적 운율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김명자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잘 드러내 주는 음악적 요소가 흙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첨가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평소 가까이 지내는 서양음악을 하고 있는 벗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김명자는 흙으로 작업을 하는 도예가이다. 도예는 최종적으로 불이 만들어 내는 불의 예술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가의 의지외에도 우연이 많이 작용하는 작업이다. 낭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흙작업을 하고,불을 많이 다루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소 눈에 띠는 그의 작업에서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그 것에 관해서는 누구 보다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앞으로 작업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필자에게 시각과 촉각, 그리고 내적 청감각을 만끽하게 해 준 작가 김명자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덕담 한 마디로 관람 후기를 맺으려 한다. '당신의 작품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이 우울한 세상을 기뻐 춤추게 하는 날들이 어서 열리게 하길 희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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