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표지
전봉준
지배층과 외세에 맞서 동학 농민 운동을 이끈 전봉준
1800년대 조선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외척의 세도 정치와 정권 다툼으로 지배층은 백성을 다스릴 능력을 잃었고, 백성을 착취하는 양반들의 횡포는 극에 달했으며,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키는 등 조선 사회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조선으로 몰려와 이권 다툼을 벌이자 백성들의 삶은 점점 더 궁지에 몰렸다. 이렇게 나라의 운명이 기울고 있을 때, 유학자 최제우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가르침을 앞세운 종교 ‘동학’을 만들었다. 동학은 개벽 세상을 갈망하던 백성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지만, 나라에서는 사회 근간을 뒤흔든다며 동학을 탄압했고 결국 최제우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동학의 가르침은 그로부터 30년 후인 1894년, 동학 농민 운동으로 다시 꽃피는데, 최전선에서 이 봉기를 지휘한 이가 바로 전봉준이다.
전봉준은 전라도 고부, 고창에서 나고 자랐다. 조선의 대표적인 곡창 지대여서 물자가 풍부했지만 그만큼 탐관오리들의 수탈과 부정부패가 심한 곳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백성의 궁핍한 삶과 고통을 보아 온 전봉준은, 자연스럽게 ‘동학’의 가르침 아래 다 함께 일어서야 한다는 큰 뜻을 품게 되었다. 전봉준은 하늘 아래 모든 백성은 평등하므로 신분제를 폐지해야 하고, 왕도 백성들 사이에서 돌아가며 뽑고, 백성들이 뽑은 대표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사짓는 모든 땅을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이 고부 군수 조병갑의 고문과 매질에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갖가지 명목으로 백성들에게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리고 강제 노역을 시키는 등 날이 갈수록 조병갑의 착복이 심해지자, 전창혁이 대표로 상소를 올렸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전봉준은 본격적으로 봉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창혁 사건이 불씨가 되긴 했지만, 사사로운 복수심 이전에 일찍이 나라와 백성을 살려야겠다고 다짐한 전봉준이었다.
우리 역사상 가장 크게 불타올랐던 동학 농민 운동은 그렇게 전라도 고부군에서 시작되었다. 1894년, 숨을 죽이고 있던 김개남,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등 동학 접주들과 수많은 동학 농민군들이 총대장 전봉준의 지휘 아래 낫과 괭이, 죽창을 들고 일어섰다. 동학 농민군은 승리를 거듭하며 고부, 태인, 전주, 흥덕, 영광, 함평, 무안, 장성 등 전라도 일대를 차례로 점령했다. 전봉준은 신분제를 폐지할 것, 땅을 농민에게 고르게 나눠 줄 것, 백성 자치 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할 것 등 혁신적인 개혁안을 내걸었고, 농민의 기세에 당황한 조정은 전주 화약을 맺고 전라도 지역의 집강소 설치에 적극 협력했다. 전봉준의 바람대로 새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왕비 민씨가 농민군 진압을 위해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이면서 일본 군대까지 조선 땅을 밟게 되었고, 일본은 청일 전쟁을 일으키며 조선을 삼키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전봉준은 다시 봉기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해산했던 동학 농민군도 다시 뭉치기 시작하면서 조선 방방곡곡이 항일 투쟁의 열기로 들끓었다. 하지만 구식 화승총과 창칼이 전부였던 동학 농민군이 최신식 기관총을 앞세운 조선과 일본 연합군에 맞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공주 우금치에서 크게 패한 동학 농민군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다. 이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체포된 전봉준은 1895년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책은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꾼 혁명가, 전봉준의 치열했던 삶을 담고 있다. 당시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보여 주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통해, 전봉준이 봉기를 일으키기까지의 정황과 동학 농민군의 처절한 항거 기록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지배층과 외세에 맞섰던 자주적 민족 운동이었으며, 훗날 일본 식민지 시대의 수많은 무장 항쟁의 밑거름이 된 동학 농민 운동의 의미도 새겨볼 수 있다.
전봉준이 전북 순창에서 서울로 압송되는 모습
역사를 만든 인간의 기록 ‘아이세움 역사 인물’
‘아이세움 역사 인물’은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외 인물의 행적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인물 이야기이다. 각 시대와 분야에서 불멸의 정신적ㆍ물질적 가치를 일구고 발전시켜, 역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조종하고, 역사를 완성한 인물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다. 인물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구성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바탕으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역사를 지배한 인물들의 삶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의 흐름도 함께 읽을 수 있다. 특히 ‘박스 정보’, ‘역사 마주보기’, ‘세계사 연표’ 등의 코너를 구성하여 인물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세계의 역사적 사건과 시대상을 풍부하게 담았다. 이를 통해 인물의 행적을 좀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물의 삶과 세계 역사를 한눈에 꿸 수 있다.
또한 ‘아이세움 역사 인물’은 텍스트 중심의 읽는 인물전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한 비주얼 인물전으로, 인물과 관련된 명화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료들이 많이 담겨 있다.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각 자료가 어린이 독자들이 인물과 역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도와 주며, 그림 자료를 눈으로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전봉준'을 쓴 안재성 작가
작가소개
1960년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강원대학교 재학 중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어 제적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구로공단 동일제강, 청계피복노동조합, 태백탄광지대, 구로인권회관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장편소설로 『파업』(1989), 『사랑의 조건』(1991), 『황금이삭』(2003)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파업』으로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인권과 역사에 관심을 두고 여러 활동을 했으며, 현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역사와 역사 인물 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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