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귀
어느 절간을 지나가다가 텃밭에서 만난 일당귀(日當歸)..... 마치 하얀 우산을 펼쳐 놓은 듯 꽃이 활짝 피었다. 자주빛 꽃이 피는 토당귀인 참당귀와 쉽게 구별된다.
원산지는 일본. 학명은 Angelica acutiloba (Sieb. et Zucc.) Kitag이다. 왜당귀(倭當歸), 동당귀(東當歸), 연변당귀(延邊當歸), 대화당귀(大和當歸)라고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재배되기 시작했다.
'當歸'라는 이름은 '當然歸血(당연히 혈로 돌아간다)'에서 유래한다. 이름에 걸맞게 당귀는 빈혈(貧血)이나 어혈(瘀血) 등 일체의 혈병(血病)에 빠질 수 없는 한약재다. 속명(屬名) ‘angelica’는 영어로 'angel'의 뜻이다. 당귀속 식물은 '천사의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인간에게 이로운 약효가 있다.
당귀는 보혈제의 으뜸으로 한방에서 매우 많이 사용된다. 보혈화혈(補血和血), 조경지통(調經止痛), 윤조활장(潤燥滑腸)의 효능이 있어 빈혈, 무월경, 월경불순, 월경통, 자궁출혈, 혈허로 인한 두통과 현기증, 혈액순환부전으로 인한 사지마비, 징가(癥瘕), 결취(結聚), 옹저창양(癰疽瘡瘍), 장조변비(腸燥便秘), 타박상, 염좌 등을 치료한다.
본초학에서 당귀는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 (Oliv.) Diels)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중국당귀 대신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와 일당귀를 써 왔다. 최근 한의사들 사이에 일당귀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당귀는 단맛(甘味)이 강하고 정유성분이 풍부하여 특유의 방향이 있으며, 보혈과 윤조활장의 효능이 뛰어나 사물탕, 팔물탕, 십전대보탕 등의 처방에 활용하면 좋다. 참당귀는 매운맛(辛味)이 강하고 활혈거어(活血祛瘀), 거풍통락(祛風通絡)의 작용이 우수하여 모든 어혈 질환과 풍한습비통(風寒濕痺痛)을 잘 치료한다. 당귀수산 계통의 처방에는 참당귀가 더 적당하다. 일당귀는 중국당귀와 참당귀의 기미(氣味)와 효능을 고루 갖추고 있어 허증(虛證)을 겸한 어혈 질환이나 비통(庳痛) 치료에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