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와 개신교, 성공회 등 기독교 단체들은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연대’(이하 그리스도인연대)를 결성했다. 그리스도인연대는 3월 5일(수) 오전 11시에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세 모녀 추모의식을 진행한 뒤 12시에는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그리스도인연대는 대한민국의 복지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번 세 모녀 자살 사건을 통해서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고, 가난한 이웃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이번 추모의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그리스도인연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39)’는 계명을 받들어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의 죽음 앞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회개하는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호소합니다.
더 이상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죽어야 하고, 몸이 아픈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야 하고, 아픈 장애인 아들을 치료할 길이 없어서 죽어야 하고, 아픈 가족이 자신 때문에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죽어야 하고, 노동 현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다 해고되고 고발당해 죽어야 하고, 빚을 졌다고 죽어야 하는 이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제일의 의무인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 있습니까?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법은 어디에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도의 존엄한 삶을 보장해주어야 할 사회복지, 사회보장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넘어졌다고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넘어지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다시 일어나는 일을 너무나 힘겹게 만들어버린 이 사회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주지 못하는 이 공동체가 더 큰 죄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괴로워했던 이웃을 돌보지 못한 우리 자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우리 이웃들이 고통 가운데 죽어 가는데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던 시민 정신, 공동체 정신의 붕괴에 대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고 살아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가장 큰 죄인인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주변을 바라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습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장 고귀한 생명이 돈 때문에, 질병 때문에, 빚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기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부 당국에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고 정부의 입장과 대책이 무엇인지를 즉각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연이은 빈곤 가족의 집단 자살 문제에 대한 대책을 공정하고 심도 있게 세워 나갈 수 있는 범정부, 범사회적 기구를 당장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각종의 사회보장, 사회복지 수준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중단하십시오. 실업률과 빈곤층의 증가, 이로 인한 양극화, 사회불안과 사회적 갈등의 심화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법과 제도, 정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랍니다.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민기초 생활 보장법 상의 최저 생계비 제도 철폐 시도 중단, 공공 의료제도 확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 공영 임대주택 공급 확대, 오히려 부담을 가중케 하는 각종의 서민금융정책 개선 등 당장 취할 수 있는 정책을 즉각 시행하기 바랍니다.
*관계와 상황을 불문하고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양 의무제도의 철폐,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조사의 실효성도 없고 시민들과 일선 공무원들에게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실태조사 지시, 수급권자들에게 반 인권적 모욕감을 주는 부정수급자 색출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세 모녀처럼 실질적인 복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1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수급권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으나 1999년도에 여/야/정과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합의하에 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이를 선언하고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정부에 촉구합니다.
권리, 인권의 보장이라는 사회복지, 사회보장의 기본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수급권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것이 빈곤, 양극화, 사회갈등의 심화를 막고 사회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첩경임을, 이 길만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낼 수 있는 바른 방법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자를 우선적으로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약한 이와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에게 정의를 베풀어라.(시편 82:3)‘고 말씀하시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권리를 되찾고 그들에게 정의가 베풀어질 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비극적인 죽음이 멈추어질 때까지 뜻을 함께 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더 호소합니다.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죽게 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2014년 3월 5일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연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예수회인권연대센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사제단, 천주교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NCCK정의평화위원회,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문의 : 그리스도인연대(임시사무국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사무국) 전화 02-735-3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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